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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Sep 23. 2022

파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과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마켈라

지난 토요일 9월 17일에 파리 필하모니 방문 후 5일 뒤인 9월 22일에 고티에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파리 필하모니에 방문했다.


고티에 카퓌송은 어린이 학교 오케스트라 홍보 대사며 파리 루이뷔통 재단에서 학생들에게 첼로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고 프랑스 지역을 여행할 때 카퓌송의 공연 소식이 부착되어 있는 것도 가끔 봤다. 그만큼 유명하다.

사실 며칠 전 9월 18일에 '라디오 클래식' 이란 라디오 채널에서 고티에의 7월 남부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을 들었다.

5천 명이 모였다는 이 공연에서는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중적인 곡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에디뜨 삐아프의 HYMNE À L'AMOUR 등을 연주했다. 무용수들이 나와 함께 공연을 했는데 귀로만 들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사진 출처 고티에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GautierCapucon.OfficialPage

그리고 9월 24일 고티에 페북에 '오늘 저녁 남부 공연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된다'는 글을 보았다

귀로 들었던 공연을 눈으로 볼 기회가 생겼다.


공연에서 초등학생 즈음 보이는 여자 아이가 발레를 선보였다. 이 아이가 고티에의 큰딸이었다.

고티에의 부인 델핀. 두 사람은 고티에가 15살, 델핀이 16살 때 음악원에서 만났으며 델핀도 첼리스트다. 장인어른도 유명한 첼리스트라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zxJtqKQ8Mo


이번 파리 필하모니와 협연 궁금했다.


https://philharmoniedeparis.fr/fr

우선 티켓을 구매했다.

석은 카테고리 1부터 6까지 있.


매달 첫 번째 화요일 11시부터 자정까지 1인 1 공연 당 최대 2매까지 할인된 금액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28세 미만은 모든 좌석을 10유로에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특권도 있다. 청년 패스(15~27세)를 소지할 시 3개 이상 공연을 8유로 관람할 수 있고 공연 30분 전 잔여 좌석이 있을 시 10유로에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 시 티켓 수령 방법은 3 가지다.

집에서 직접 인쇄해 오거나 필하모니 부스에서 찾거나 본인 핸드폰으로 모바일 티켓을 받을 수 있다.


나는 7시 20분경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 주변 벤치에서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공연 40분 전 나는 건물로 들어갔다. 옥상에라도 올라가 내부를 보고 싶었다.

친구를 기다리는 이들과 하늘을 나는 비행기

가방 검사를 받고 건물로 들어가니 티켓을 종이로 받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었다.

나는 컨트롤 2번으로 가서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고 통과했다.

꼭대기층도 아닌데 천장이 모두 주렁주렁 반짝거렸다.


 아.. 7천 억... 그럴 수 있지

반짝이는 내부
 내부에서 정문 방향을 바라본 뷰
가운데 망사 부분에 내가 있었다.

공연 시작 20분 전에 그랜드홀 문이 열렸다.

건축 전공자들이 방문하면 좋은 장소 같다.

옆에 앉은 학생이 팸플릿을 들고 있었다.

"너 그거 어디서 받았어?"

영어로 말하길 " 이거? 너 가져! 나 어차피 불어 몰라"

"땡큐"

팸플릿을 보니 온통 불어로 적혀 있었다.


옆에 학생을 보니 전에 알고 지내던 동생이 어떤 연주자의 공연을 보겠다며 비행기를 타고 독일까지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 누군가는 이 공연을 보러 기차 타고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도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잘생긴 지휘자는 누군가?

나는 고티에 카퓌송을 보러 왔기에 지휘자의 프로필을 간단히 읽었다. 나이도 몰랐다.


연이 시작되고 단원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박수를 받으며 바이올린을 든 악장이 입장했다. 아시아인이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지휘자가 입장했다. 단원들은 기립해 지휘자를 맞았다.


오늘 공연은 1부는

첫 번째는 클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의 음악이다.

프랑스 클래식 작곡가 클로드의 곡을 들으니 정원에 있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발레단이 나와서 무용을 선보일 것 같은 부드러운 선율에 스트레스가 녹아내렸다.


2번째 파트에 고티에 카퓌송이 등장했다.

블로흐 작곡가가 만든 셀로모 Schelomo - 히브리 랩소디는 첼로와 관현악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성서의 유대인들 그리고 유대인의 전설적인 왕 솔로몬의 인생을 설명하듯 했다.

고독했다 난폭해졌다 열정적이었다가 20여분의 열정적인 연주가 완성되었을 때 그 누구도 박수를 치지 못했다.


분명 음악을 들었는데 마치 웅장한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내 눈엔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특히 음악에 몰입한 지휘자의 모습은 천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름 끼쳤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6fib7jzyw


고티에가 퇴장했다. 그리고 이번엔 젊은 지휘자가 첼로를 들고 고티에와 함께 듀오를 연주했다.

기획력 대단하다 생각했다. 고티에의 이번 공연 홍보 영상을 통해 지휘자가 첼리스트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렇게 구성했다니 재치 있게 느껴졌다.


이날 공연 영상이다. 페이북 로그인 후 감상할 수 있다.

https://fb.watch/fJc2Ddb9HY/


사람들은 환호성을 쳤다. 3분도 채 되지 않은 연주곡에 감동했다기보다 지휘자가 첼로를 연주하는 이 장면이 너무 유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주 후 고티에와 서로 껴안으며 두 사람이 더 행복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 웃으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티에가 퇴장했다. 2시간의 공연시간 중 고티에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25분이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쉬는 시간 15분~20분이 주어졌다.

나는 팸플릿의 지휘자 프로필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천재 지휘자가 맞았다. 그것도 96년생이었다. 미쳤다.

Klaus Makela 클라우스 마켈라 (클라우스 메켈레)는 핀란드 오슬로 필하모니 지휘자이며 첼리스트다.

프랑스의 활동은 2018년부터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활동을 시작으로 2019년도엔 파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단을 맡게 되었다. 현재 파리 필하모니 음악 감독이다.


부친과 할아버지도 첼리스트며 엄마는 피아니스트다. 여동생은 핀란드 국립 발레단 무용수이다.

어렸을 때부터 첼로와 지휘를 공부했다고 한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2부가 진행되기 전 안내 방송이 나왔다.

녹화를 할 예정이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였다.

공연장에는 초등학생부터 연세 드신 분들까지 연령이 다양했지만.. 당연 노인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1부 때도 기침 소리가 많이 들렸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기침을 미리 하기 시작했다. 다들 기침을 몇 번씩 하면서 2부에 참여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3번째 파트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Igor Stravinski L'oiseau de feu 다.

3장으로 구성된 음악은 50분 동안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주로 몰아쳤다.

새가 짹짹거리는 귀여움부터 불이 뒤덮는 강렬함까지 무명 작곡가를 스타로 만들었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순간 파리 퐁피두 센터 앞에는 스트라빈스키 분수가 생각났다. 니키 드 생팔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봄의 제천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서 본 그 새가 바로 불새.

현대 미술관 퐁피두 센터 앞 스트라빈스키 분수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5분 정도  박수를 쳤다. 클라우스 마켈라의 연기하듯 연주하듯 음악에 몸을 맡기는 미친 지휘 실력에 감탄했다. 공연이 끝나면 곧 쓰러질 듯 격렬하게 온 몸 받쳐 움직였다.


또 단원들을 소개할 때도 재치 있었다. 각 파트장과 단원들을 일으켜 세울 때 제스처가 너무 귀여웠다. 하프 파트의 단원들을 소개할 땐 활짝 웃으며 하프 듯이, 북 담당을 부를 땐 북 치듯이 아이처럼 온몸으로 표현했다. 


연주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최대한 존경하고 존중한다는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취했다. 그런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내 귀가 호강하는 날이었다.

당연히 힐링도 됐다.


핸드폰 앱에서 필하모니 라이브를 다운로드하면 오케스트라 공연 실황도 볼 수 있다.  


진은숙 님의 곡을 클라우스 마켈라가 지휘하는 오슬로 필하모니가 연주한 영상이 있어 함께 올린다.


통영 국제 음악제 감독이자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진은숙 현대 음악 작곡가의 음악을 감상하시고 클라우스 마켈라도 만나 보시길..

https://m.youtube.com/watch?v=3PhS25Rf_bQ


클라우스와 파리 필하모니 가 곧 한국에 내한한다.

꼭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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