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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Oct 13. 2022

소설. 아마존 신혼여행기

1 파리 시청에서의 결혼식


  탕! 탕! 탕!


  총소리에 놀란 나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돌부리에 부딪힌 허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살폈다. 칡흙 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물 흐르는 소리와 삑삑거리는 날카로운 이명에 귀를 막았다. 온몸을 뒤덮은 해먹 사이로 무언가 감실거렸다.

  요란한 바람과 함께 군용 헬리콥터가 눈앞에 선명해졌다.

 “꿈이 아니었어… 꿈이”




  5일 전 토요일, 결혼식을 마치고 파리 시청의 문을 여는 순간 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렸다. 친구들은 다산의 의미인 쌀을 뿌려댔다.

 “제발 얼굴에만 뿌리지 말아 줘!”

  지민과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올해 첫눈을 맞으며 2월의 부부가 된 기쁨도 잠시,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려야 했다. 하객들에게 조약돌 모양의 초콜릿을 답례품으로 선물하고 파리 르와시 공항으로 이동했다.


  에어프랑스 비행기에 앉은 지 2시간이 지났다. 그제야 결혼식이 진짜 끝났구나 실감이 났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있는 지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결혼을 하다니 신기했다.


  우리는 파리의 한인 모임에서 만났다. 호리호리하지만 고기를 사랑하는 그와 데이트를 하려면 나도 같은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래서 채식을 중단했다. 나의 동거녀의 강요에 못 이겨 시작했던 채식으로 나는 한 때 살이 많이 빠졌었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그러나 곧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 철분이 부족해서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고 근육은 할머니처럼 말랑거리고 힘이 없었다. 냄새는 물론 모든 것에 예민해졌다. 채식주의에 대해 혼란이 왔을 때 즈음 나는 지민을 만났고 채식주의는 중단되었다. 덕분에 나는 탄력 있는 피부와 지방 덩어리를 다시 갖게 되었다.


  경영대 학생이었던 지민은 현재 프랑스 회계사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다. 나는 음대를 졸업하고 음악치료사로 시간제 근무를 하면서 모 방송국의 리포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생각지 못하게 급히 결혼 날짜를 잡게 되면서 파리에서의 결혼식은 우리끼리 먼저 하고  여름 바캉스 기간에 한국에 가서 가족과 함께 두 번째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2번의 결혼식 중 첫 번째 행사가 끝났다. 곧 또 새로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은 잠시 동안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차분해지고 싶었다. 나는 구름을 보며 클래식 음악과 함께 마음을 진정시켰다.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3시간이나 남았다.

지민이 물었다. “좀 더운가?”

우리도 그들처럼 나시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꿈에 그리던 정글이 하늘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은 없고 오직 청록색 숲만 우거졌다.


남미에 위치한 작은 나라 프랑스령 기아나 Guyane 카이엔 Cayenne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시간은 파리보다 5시간이 늦고 한국시간보다 12시간이 늦다. 도착시간은 밤 10시였지만 파리는 새벽 3시였기에 우리는 몹시 피곤했다. 남미라서 해가 길 줄 알았지만 2월에는 파리처럼 오후 6시면 해가 진다고 했다. 밤이라 서늘할 만도 한데 진득거리는 습기가 온몸을 감쌌다. 작은 공항 안에 파리에서 온 탑승객만이 남아있었다.


“설마 안 나온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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