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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Oct 14. 2022

소설. 하녀방의 창문

  2020년 1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이민가방 두 개를 들고 파리행 지하철에 올라탔다. 혼자 이곳에 도착했다는 안도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내 심장은 폭발할 것만 같았다. 처음 타보는 지하철 안에는 다언어가 공존하고 다인종이 섞여 오묘한 냄새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이곳이 동남아시아인가 아프리카인가? ”


명품과 도도한 프랑스인들로 가득할 줄 알았더니 히잡 쓴 아랍인들과 향 식료 냄새를 풍기는 동남아시아인들, 무리 지어 다니는 흑인들만 보였다.

지하철에서는 연신 ‘픽포켓 pickpocket’을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을 해댔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간 순간, 설레던 심장은 순간 멎어버렸다. 처음 만난 파리의 풍경은 노란 조끼 시위로 길거리가 난장판이었고, 수류탄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가 줄지어 내 앞을 지나갔다.


  낭만과 예술이 가득할 줄 알았던 파리 생활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까지 더해져 당황의 연속이었다.


1 하녀방의 창문


하녀방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떴다. 핸드폰 액정에는 낮 12시가 표시되어 있었다. 어제 손가락질로 겨우 사온 ‘에끌레르 오 쇼콜라’ 빵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맞은편 하녀방 창문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빈집을 지키며 주인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하녀방의 거주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이곳에 살게 되었을까?

 오늘따라 하녀방 사람들의 삶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유난히 새파란 하늘 아래 파리의 아연 지붕들이 더 푸르러 보였다.


  내 시선은 청명한 하늘, 건물의 꼭대기인 하녀방 그리고 건물 아래 몰리에르 분수대로 향했다. 노숙자 아저씨는 늘 그렇듯 오줌 얼룩이 꽉 찬 매트리스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저씨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곤 한다. 열린 창문을 통해 아저씨의 코골이 소리가 내 방까지 들리는 걸 보니 오늘도 편히 주무시는 모양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줌마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던 날은 겨울임에도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했다. 온몸으로 햇볕을 받기 위해 커피 한잔을 타 들고 분수대로 내려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노숙자 아저씨의 찌린내가 바람을 타고 내 코에 닿았다. 어느 프랑스 할아버지가 지나가다가 내 앞에 섰다. 그리고 나를 한번 쳐다보고 내 옆에 있던 아줌마를 또 한 번 쳐다봤다. 아줌마에게 말을 걸던 할아버지는 무언가가 아쉬운지 쉽게 떠나지 못하고 계속 숫자를 말했다. 아줌마는 짜증을 내며 거절했다. 코트 안에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나시만 입고 있던 아줌마는 계속 내 옆에서 누군가를 기다리 듯 어슬렁거렸다. 곧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줌마에게 말을 걸었다. 아줌마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엉덩이를 흔들며 떠났다. 말로만 듣던 파리의 몸 파는 아줌마였다. 태어나서 처음 목격한 매춘 거래였기에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할아버지가 말한 숫자가 돈 액수였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아저씨들은 매춘부를 바로 알아보았고 나는 그러질 못했다.

  역시 남녀가 존재하는 한 성매매는 나라와 나이와 성별에 구분 없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직업이란 걸 새삼 느꼈다.


  외국 단체 관광객들이 지나가며 분수대 사진을 찍는다.

  커피를 마시는 나도 함께 찍힐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근데 이 분수대가 유명한 장소인가?” 급히 구글에 검색을 해보았다. 그날 이 분수대에 세워진 조각이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라는 것을 알았다.

“아~ 그래서 팔레 루와얄 옆에 있는 거구나..” 매일 보던 장소의 의미도 모른 채 아름다움만 평가했던 나 자신이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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