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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Mar 07. 2024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 미술관

위지 WEEGEE 와 알렉산드라 상귀네티 전시

마레 지구에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 미술관이 있다.


회사에서 도보로 2분 거리, 허나... 나는 전혀 몰랐다.

일요일 오후 미술관에 가는 길에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입장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뭐지?

사진전 같은데...


그 자리에 멈춰 구글에 폭풍 검색을 했다.

그렇다. 나만 몰랐다.

프랑스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분을 나만 몰랐다.

괜찮다. 내가 다 알 순 없다.

43살의 나이에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이미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었던 덕분에 나의 읽을거리는 많았다. 

이름을 알고 나니 표지판도 보이기 시작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기념품샵이 나온다.

계산하는 곳에서 티켓도 구입할 수 있다

입장료 10유로와 기념품샵의 엽서

전시실은 총 3 곳이다.

1번 전시실에서 앙리 카르티에와 그의 부인 마틴이 찍은 사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앙리는 {보도자료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한다.

순간을 담아 역사를 기록하는 일.

그것 바로 사진작가이다.

액자 조명 때문에 사진이 안 찍여서 속상했다. 그래서 책을 사 왔다.


누군가가 이곳 리뷰를 이렇게 써놨다.

'앙리의 사진은 없고 정작 다른 작가들의 작품만 많다'라고.

그 말이 입장 5분 만에 이해다.

작은 공간의 몇 개 없는 앙리의 작품들은 사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WEEGEE 위지'라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뉴욕 사진 보도 전문 작가의 전시가 열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와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작품들을 봤다.

충격적이었고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이 돋았다.

1918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어릴 때 뉴욕의 가난한 동네로 이민을 왔다. 가난해서 학교도 오래 다니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어 돈을 벌었다. 1930년대 뉴욕거리를 만나 볼 수 있다.

교통사고 후 앰블런스를 기다리며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담배 한 개피를 펴고 있다.
사람들이 돌멩이를 던져 깨진 문
뉴욕을 덮은 폭염 속에서 잠든 가난한 집의 아이들
사는 아파트에서 불이 나 맞은편 극장 앞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본인 부부. 아이까지 안고 얼마나 막막할까?
길거리에서 잡동사니 파는 할아버지
길거리에 죽은 사람과 웃고 떠드는 경찰관
바닷가에서 응급 구조를 받는 죽어가는 사람과 사진을 위해 예쁘게 포즈를 취한 여자
뉴욕 밤거리에 총 맞아 죽은 사람들
프랑스 동성애는 100년이 넘었다. 그럼 미국은?

화재 현장, 교통사고, 자살 현장의 사진이 신문에 실린다.

또 이 현장의 사건들을 베란다를 통해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사건 현장은 마치 공연장의 무대가 된다.


뉴욕 보도 사진 기사 출신 위지 Weegee

https://www.radiofrance.fr/franceculture/podcasts/le-grand-tour/weegee-photographe-du-sensationnel-expose-a-la-fondation-cartier-bresson-6474594

위지 사진을 보니 앙리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본 사진은 정말 너무 좋아서 이 공간에서만 1시간은 있었나 보다.

그 공간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마치 내가 1930년 뉴욕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위지가 너무 무거운 사진만 찍어서였을까 뜬금없이 코믹한 사진들도 있었다.



세 번째 지하 전시실에는 미국 출신의 작가 알렉산드라 상귀네티 아르헨티나에서 30년간 살며, 두 사촌 여자 아이들의 성장과 아이 엄마가 되는 과정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

소파에 앉아 영상도 보고  3권의 책도 다 보았다.

시골 아이들이 자연을 친구 삼아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많은 생각을 잠기게 한다.

사진의 배경은 1999년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다.

저 아이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너무 달랐다.


나는 이날 1930년대 뉴욕도 다녀오고 1990년대 아르헨티나도 다녀왔다.


화려한 영화를 보며 제3 공간에 잠시 다녀오는 것보다 훨씬 더 여운이 남았다.

은 공감이었는데 2시간을 머물렀다.

일요일 오후, 유료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걸 보면 이번 전시가 좋아서일 것이다.


기념품 샵에서도 이런저런 종류의 사진전 도서를 다 구경했다. 그냥 넘겼는데 올누드 사진전 책이어서 깜짝 놀랐다. 옆에 할아버지만 안 계셨어도 꼼꼼히 볼 수 있었을 텐데.


오랜만에 감동적인 전시를 봐서 너무 좋았다.

와인병을 든 소년이 너무 귀엽다. 앙리 카르티에 사진.

추가로 앙리 카르티에와 비슷한 결의 사진작가를 소개한다.

이태리 사람인 페르디난도 Ferdinando Scianna 이다

https://www.magnumphotos.com/photographer/ferdinando-sci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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