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재해석한 퓨전 코스 요리
친구들과 피에르 상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이틀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고 1인당 10유로의 보증금도 걸었다. 노쇼할 경우 내 카드에서 돈이 결재된다. 식사를 할 경우 7일 안에 보증금은 자동 취소된다.
파리 3구를 한 바퀴 돌고 길 건너 파리 11 구에 위치한 Le Loft 레스토랑으로 갔다.
본점인 오베르컴 지점은 전식 2개 -본식 1개 - 치즈-디저트 총 5개 코스에 48유로이다.
내가 간 로프트 지점은 본식이 2개로 총 6개의 코스에 1인 58유로였다.
여기는 럭셔리한 장소는 간판 크게 써놓지 않는다. 문 앞까지 가서야 작은 간판이 보였다.
피에르 상은 프랑스 티비 요리 대회에 나가 유명해졌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방송이나 루이뷔통 팝업 레스토랑 셰프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의 뉴스 기사에는 유명 연예인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기사도 실렸다.
실력도 인정받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내가 처음 이 레스토랑을 알았을 때는 지점이 두 개였는데 지금은 여러 지점이 생겼다. 얼마 전 파리 리옹역에서도 피에르 상 체인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차 타기 전 비빔밥을 일회용 용기에 사간다니.. 아이디어도 좋고 한식도 알리고.
과거에는 비빔밥을 주면 프랑스인들은 당근 따로, 오이 따로 먹었다. 프랑스는 유치원 때부터 학교에서 음식 교육을 한다. 야채나 과일을 하나씩 먹으며 맛을 공부한다.
요즘은 포케가 엄청 유행하면서 비빔밥처럼 밥과 야채를 비벼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건강식이라고 좋아한다.
입양아 출신 피에르 상은 한식을 코스 요리로 접목해 고급스럽게 알렸다. 물론 한국의 치킨과 바베큐도 파리에서 큰 인기가 있다.
사실 요리뿐 아니라 얼마 전 파리 마레에 BHV 백화점 6층에서 한국 제품을 한 달간 전시했고 현재는 프랭땅 백화점에서 한류 행사 중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한국 화장품 붐이 엄청 불고 있다
하여간 내가 이날 저녁이 피에르 상 레토랑에 간다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인 동료에게 말했더니 본인은 오베르컴 지점에 다녀왔다고 한다. 맛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손님들은 우리만 한국인이었고 다른 테이블은 모두 프랑스인들이었다. 확실히 프랑스인들에게 한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데 시원한 에어컨에 넓은 자리에 여유로운 시간까지.. 이래서 비싼가? 한국에선 흔한 식당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늘 작고 좁고 북적대고 붐벼서 이런 여유를 오랜만에 느낀다.
비싸니까 좋아 보이는 건가? ㅎㅎㅎ
이곳은 메뉴가 제철 재료로 인해 계속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 가면 이 음식을 못 먹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은 전식으로 떡꼬치와 살짝 말린듯한 생선회가 나왔다. 사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58유로 메뉴에 떡꼬치라..
이게 맞는 건가. 한참 웃었다.
근데 소스가 약간 독특하다. 우리가 아는 그맛은 아니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해서 양파와 머스터드를 곁들였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떡꼬치가 친근하지만 프랑스 사람들한테는 떡도 생소한데 튀긴 떡은 더 생소할 것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그러면서 약간 맵고 달고 살짝 시큼한 소스가 곁들여진다면...
그들이 먹어보지 못 한 맛은 확실하다. 프랑스인들 입에는 굉장히 독특할 것이다.
요리 소개 없이 먼저 식사하고 그 이후에 직원이 와서 요리를 설명해 준다. 음식을 보고 바로 '이게 뭐야? 물어보면 안 가르쳐준다. ' 네가 찾아봐'라고 말한다.
두 번째 전식은 동양적이면서도 프랑스 스러운 맛이었다.
살짝 건조한듯한 쫀쫀한 생선회. 한입 씹었는데 두꺼운 가시가 잇몸을 찔러서 깜짝 놀랐지만.. 맛있었다.
친구는 컴플레인 걸으라고 하는데 내가 '생선이니까 가시가 있는 게 당연한 건데 뭐라고 그래?'
친구들은 '아~~ 여긴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파프리카, 앵두, 오이 그리고 머스타드 소스와 쌀식초. 감칠맛이 돈다. 특히 그릇과 포크가 예뻐서 브랜드 이름과 사진을 찍어왔다.
본식은 비빔밥.
피에르의 시그니처가 고추장이라고 한다. 그럼 직접 담근다는 소리겠지?
두 번째 본식은 보쌈고기인데 장조림처럼 부서지는데 엄청 부드럽다. 12시간 이상 수비드를 한 건가? 잡내도 없고 너무 맛있다. 왼쪽에는 하얀색 브로콜리를 삶아 퓌레를 만들었다. 식초 무쌈, 절인 양파. 참기름. 쌈장.
고기는 더 먹고 싶다.
치즈를 유자청과 먹고 직원에게 물었다.
' 이거 꽁떼야?'
'아니야'
치즈를 다 먹으니 직원이 나에게 와서 다시 묻는다.
' 치즈 이름 찾았어?'
' 아니 모르겠는데'
'껑탈이야'
'아 진짜? 이게 껑탈이야? 나 수제 햄버거 먹을 때 꼭 껑탈 치즈 넣어달라고 하는데.. 녹으면 엄청 진한데 이건 안 녹여 먹으니 가볍다'.
나는 이날 껑탈 Cantal 치즈가 말우유로 만들었던 걸 처음 알았다.
마지막 디저트는 복분자 샤베트였다. 마무리를 아주 깔끔하게..
한국인 직원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당연히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한 직원이 간단한 한국말을 몇 마디 말했다.
우리는 식사 중에 너무 많이 웃어서 즐거운 분위기였다.
직원들도 처음엔 우리를 보고 소심하게 설명하더니 한 시간이 넘어가니 농담 치면서 웃기까지 했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너희들 잘 알아들은 거 맞아?'
'어어 알아들었어. 걱정 마 고마워'
사실 잘 못 알아 들었다. 우리도 영어를 잘 하진 못 한다.
게다가 그 직원의 영어 실력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인 특유의 웅얼거리는 발음이 문제인 듯하다.
매번 서비스 때마다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Bon dégustation 봉 데귀스따씨옹'이라고 말한다.
'즐겁게 음미하세요' 라는 의미다.
보통 식당에서 혹은 친구들끼리는 식사할 때는 'Bon appétit! 보나뻬띠'라고 말한다. '맛있게 먹어' 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