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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속 K 열풍, 다음은 K-향수

1회 코리아 퍼퓸 파리 2025 - 파리에 소개된 한국 향수

by 마로니에

프랑스에서는 K-pop, K-food의 열풍에 이어 K-beauty 가 유행이다.


K 뷰티에 이어 이번엔 K- 향수가 프랑스 진출을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한국 향수가 어떤 매력과 장점으로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지 나도 기대가 되었다.



‘코리아 퍼퓸 파리 (Korea Perfume Paris)’ 행사는 2025년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파리 마레 지구 쌩폴 Saint-Paul 역 근처에 있는 Showroom Romeo에서 열렸다.

나는 행사 마지막 날에 방문했다.

쇼룸 로메오

행사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은 언론 및 바이어들을 위한 전시 마지막날이었다.

보통은 영어로 소통을 했다. 프랑스인들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인들을 보였고, 파리 향수학교 이집카 ISIPCA 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행사장 안에는 불어, 영어, 한국어가 들렸다.


행사장 안에는 보자기 설치 미술이 전시되어 있었다. 순간 몇 년 전, 피노 컬렉션에서 본 김수자 님의 전시가 떠올랐다. 커다란 보자기 꾸러미가 흰 벽면을 채우며 한국의 전통적 느낌을 주었다.

복순도가 막걸리, 약과, 보자기

이번 행사는 총 12개 한국 브랜드가 참여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또 안내자가 없는 부스도 있어서 12개의 브랜드를 다 시향 해보진 못 했다.

내가 실제 시향한 브랜드만 기록을 남긴다.


르 페르소나 Le persona <단순한 향기가 아닌,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페르소나>


LE PERSONA는 ‘페르소나(가면)’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이며 가면 속 숨겨진 매력의 향을 자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각 향수마다 그림이 담겨 있고 스토리텔링 후에 그 이야기에 맞춰 향수를 제작한다고 한다.


보통은 제품을 만든 후에 이야기를 만들어 포장하는데 이 브랜드는 반대로 진행해서 좀 신선했다.

향수병을 보고 프라고나르 향수가 떠올랐다.

여러 개의 다양한 그림들이 각 향수병의 주제가 되어 향을 만든다.

'LP 02 피콕 페더 오 드 퍼퓸'은 바닷가 선베드에 누워 만끽하는 여름휴가를 생각하며 타오르는 햇빛 사이로 산뜻하게 퍼지는 라임과 코코넛향을 느낄 수 있다. 배우 이민정 씨가 데일리 향수로 쓰기 편하다고 말한 'LP 03 우든 페이스 오 드 퍼퓸'은 산뜻하고 편안한 나무향이 나 남녀가 편안하게 사용 가능한 향수다. 'LP04 골든 젬 오 드 퍼퓸'은 잊을 수 없는 무도회의 한 장면, 달콤한 바닐라와 무화과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는 순간의 향기를 담았다고 한다.

Claire Lee 이사님께서 스토리를 천천히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향수의 시간대>가 밤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됐어요? 사랑을 하려면 무조건 이 향수 사면 되는 거죠?" 라며 웃으며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취향인 달콤한 꽃 향기가 퍼지는 향수였고 잔향도 오래 남아서 좋았다.

향수병마다 장면이 들어가 있다.

한 향수를 시향을 했는데 "엉?" 하고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팥"이다. 우리가 먹는 그 팥.

"대박" 너무 독특했고 신선했고 전통적이어서 좋았다.

'이거 지금 살 수 있어요?'

다음 달에 출시되는 향수라 제품이 없다고 한다.


친구와 "그래~ 이런 게 한국적인 거지.. 남들과 비슷한 재료로 만든 향수가 무슨 장점이 있겠어?"

이 날 행사 중 가장 맘에 드는 향수였지만 구입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프랑스 인터뷰 기사를 찾을 수 없어 함께 올리지는 못하지만 이날 행사 때 어떤 프랑스 향수 전문가가 인터뷰를 할 때 이 팥이 들어간 향수에 대해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독특하고 개성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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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퓨저와 핸드크림

MIMICRI <보이지 않는 순간을 향으로 담아내다>


미미크리는 파운더의 독특한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재밌는 브랜드이다.

창작을 준비하는 손길, 작업 공간에 남은 흔적, 아직 시작되지 않은 캔버스, 그리고 예술을 둘러싼 고요한 분위기. 이 모든 장면들을 향으로 창조했다.


설명해 주신 분께서 다다익선의 DADA 향수를 먼저 보여주셨다. 내 눈을 사로잡는 단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한지 HANJI 향수였다.

'앗! 저 저거 맡아볼래요!' 그렇다.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향수다.

너무 신선하고 전통적이어서 놀라웠다.


'다음 크레용 냄새 맡아보실래요?'

'네??'

진짜 연필 냄새가 난다... 신기하다.


'젯소 아시죠? 냄새 한번 맡아보실래요?'

'와 독특하다..' 이런 건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말 그대로 니치 퍼퓸이다.

* Niche Perfume: 대중 브랜드가 아닌, 소수 취향을 위한 독창적이고 희소성 있는 향수


나는 손목에 한지 향수를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한 시간 후에도 냄새가 좋으면 구입하려고 말이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서 알았다. 한국의 유행은 가벼운 향이 유행이라는 것을..

마치 오드 콜로뉴 Eau de Cologne (1~2시간 유지되는 가벼운 향수)처럼 금방 사라져서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행사를 다녀오고 난 후에도 계속 손목에서 향을 찾으려고 애썼던 향수가 '한지 hanji'다.

함께 했던 친구가 나보고 '미련을 그만 버리라'라고 말할 정도로 조금만 더 진했으면 향이 조금만 더 오래갔다면 하나 구입하고 싶은 향수였다.

포장지가 프랑스 약국 비타민 옥토사민 Orthosamine 를 연상 시켰다. 프랑스로 진출하시려면 알고 계셔야 할 듯..


ENROBAGE 앙호바쥬 <당신의 일상에 스며든 모든 것들에 당신다움을 담아내고자 한다.>

“My Scent, My Self” 라는 슬로건을 가진 앙호바쥬는 사람들의 성격과 무드를 4가지 컬러 타입으로 분류하고, 그에 꼭 맞는 향을 찾아주는 특별한 여정을 제안한다. 본인의 내면을 발견하고, 단순한 향기를 넘어, 자신을 가장 자기답게 표현하는 수단이자 깊은 감성을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 Enrobage는 프랑스어로 코팅하다. 입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건 보통 본인들은 향을 많이 맡아서 테스트지에 향을 뿌려 고객들에게만 주는데 시향시켜주시는 분이 더 향을 오래 음미하고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향이 너무 좋아서 그런건가?' 다시 한번 맡아보게 된다.


ORGAN TALE


프랑스 동료들에게 선물 받은 빈티지 향수를 즐겨 쓰던 어머니의 향기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브랜드라고 한다. ‘Organ’은 인간의 후각 기관을 뜻함과 동시에, 조향사들이 수많은 원료를 조합해 새로운 향을 창조하는 퍼퓸 오르간(Perfume Organ)을 상징한다.


갓을 쓰고 계셔서 인물 사진을 찍었다.


BienBiang 비앙비 <프랑스의 조향의 정교함과 중국 지역의 엄선된 원료의 결합>


파운더 분이 본인은 반은 한국인 반은 중국인이라고 소개를 하며 브랜드의 뜻도 함께 알려주셨다.

비앙 비앙의 첫 번째 비앙은 프랑스어로 Bien 좋다는 뜻이다. 두 번째 비앙은 중국 산시성의 향토 음식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Bow 향수는 중국 특정 산에서 구한 Mountain rice 원료를 베이스로 향수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왜 자연의 신비와 전설에서 영감을 받은 프래그런스 브랜드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아이코닉한 플로라의 향을 시향 하는 순간 '음~ 너무 좋다'를 연발하게 된다.



SW19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향을 이야기하는 브랜드>


6 am, 8 am, Noon, 3 pm, Twillght, 9pm, Midinight. 시간대별로 스토리가 있다. 이야기를 들으며 향을 맡으니 향이 더 근사하게 느껴진다.


새벽녘 투명한 숲을 시작으로 낮과 밤이 서로 물들어가듯 깊어지는 연인의 속사임의 시간까지 시간의 향을 기억으로 어루만지는 향수라고 한다.

향수병 안에 그림
새벽부터 자정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향수 브랜드


PESADE 페사드 < 향을 통해 내면의 균형으로 향하는 여정 >


Pesade는 ‘조화’를 상징하는 마장마술 동작 “페사드(pesade)”에서 영감을 받은 니치 퍼퓸 하우스이다. 매년 선보이는 Chapter는 희귀한 원료로 완성된 세 가지 균형 잡힌 향을 제안한다.

화려한 데코레이션이 딱 내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굉장히 가벼운 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 브랜드는 특이하게 앞줄은 강한 향을 뒷줄은 연한 향을 전시해서 고객층을 넓혔다. 나와 함께 간 친구는 우드향을 좋아하는데 De nude 향이 다음날까지 맡아졌다고 할 정도로 진했다. 파운더분께서 꽃향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이리스 향을 베이스로 한 향수 Lay Figure 향을 추천했는데 말모양의 테스트지를 가방에 넣어놨더니 며칠 동안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말 발굽을 모티브로 만든 병 뚜껑

페사드가 우리가 본 마지막 부스였기 때문에 파운더 분에게 한국 향수 트렌드에 대해 여쭤봤다.

'한국은 가벼운 향을 좋아하나 봐요. 처음에는 좋다가도 결국은 비누향만 남더라고요'

파운더분은 한국과 일본이 유독 가벼운 향을 좋아한다고.. 진한 향은 머리도 아프고 후각적으로도 피곤할 수 있다고 한다.


친구나 나는 프랑스에서 오래 살아서 프랑스 향수에 익숙하다. 프랑스는 아침에 뿌리면 저녁까지 유지되는 진한 향을 선호한다. 또 아기 같은 비누향은 좋아하지 않는다. 오드 뜨왈렛을 뿌린다면 아예 향수병을 가방에 들고 다니며 수시로 향수를 뿌릴 정도로 프랑스 사람들은 향이 강해야 한다.


각 회사에서 시향을 할 때도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수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향수는 다르다는 걸 매번 이야기한다. 그만큼 취향이 다르다는 소리다.


행사장을 빠져나와 마레 지구를 걸으며 친구랑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행사에는 우드향이 유독 많았는데 어떤 향수를 맡았을 땐 친구가 '프레데릭말 Frederic Malle 이랑 똑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맞아. 한국적인 걸 좀 더 가미하면 좋았을 걸,,"


"해외 시장을 노리려면 뭔가 한국적이 것이 부족해 보여. 미안한 말이지만 에르메스 향수와 비슷한데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어. 시트러스 향이면 제주 한라봉을 쓴다든가 좀 더 K적인 향수들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 하며 아쉬워했다.


가격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날 한국 향수 한 병에 100유로였다.

프랑스에서도 디올, 샤넬, 랑콤 향수도 100유로면 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신제품이 130유로면 세포라 Sephora에선 수시로 세일 문자가 날아온다. 69유로치 이상 구입하면 25% 할인이다. 이럴 때 또 입생로랑 향수 130유로 짜리를 구입하면 100유로에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가벼운 향수들의 가격은 얼마일까? 요즘은 대부분의 캐주얼 브랜드 자라, 망고, 스트라디바루스 등에서도 오드 트왈렛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15유로에서 35유로 선이다. 12살인 우리 딸아이도 망고 Mango 브랜드의 오드 트왈렛을 사용한다. 25유로이지만 5유로 할인 쿠폰이 수시로 날아오기 때문에 20유로에 구입한다.


또 프랑스 내에 300개의 매장,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에 45개의 매장이 진출한 프랑스 저가 향수 매장 '어돕트 Adopt'는 향수 30ml가 11.95 유로라 어른이고 초등학생이고 누구나 향수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근데 한국 향수의 퀄리티는 프랑스 저가 향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고급스러운 향이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것 뿐이다.


우리는 한국적인 퀄리티로 경쟁해야 한다. K-향수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향 말이다. 그리고 현지인들의 취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몇몇 회사는 이미 유럽에 진출을 한 회사들도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분명 1년, 2년 차 때는 힘들겠지만 5년이 넘어가면 파리의 다양한 백화점에서 한국 브랜드의 향수가 판매되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높은 가격을 받더라도 좋은 퀄리티의 제품이라면 한국 향수도 K 열풍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KOREA PERFUME PARIS 2025

https://www.instagram.com/koreaperfumeparis/


참여 브랜드 인스타그램 주소 :


- BARRIO https://www.instagram.com/barrioperfumes


- BienBiang https://www.instagram.com/bienbiang.official


- Blndrgrphy https://www.instagram.com/blndrgrphy


- ENROBAGE https://www.instagram.com/enrobage_official


- Le Persona https://www.instagram.com/lepersona_official


- Mimicri https://www.instagram.com/wearemimicril


- Odt https://www.instagram.com/odt_parfums


- OHTOP https://www.instagram.com/ohtopofficials


- ORGAN TALE https://www.instagram.com/organtale


- Pesade https://www.instagram.com/pesade_official


- SW19 https://www.instagram.com/sw19_official



담 행사 땐 센스있게 조명을 포토월 방향으로 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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