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극 페스티벌 Avignon 배경
내 인생에서 '아비뇽 축제'란?
1. 유럽 배낭여행 일정을 엉망으로 만든 의미 있는 여행지 : 2005년 유럽 여행 일정을 다 짜고 티켓팅까지 끝냈다. 공연기획 수업 중 교수님께서 에든버러 축제와 아비뇽 축제에 대해 설명하셨다. 영국 여행과 에든버러 축제는 날짜가 맞지 않아 갈 수 없고 아비뇽 축제 때는 일정을 변경하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축제 때문에 유럽 일정이 꼬여 45일 중 프랑스를 두 번이나 가게 되었다.
2. 지금의 남편을 만난 곳 : 아비뇽 축제기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여름휴가 기간 중 페러 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아비뇽에 왔고 한인 교회 아는 분이 축제 기간 한 달 동안만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해서 이곳에서 숙박했다.
나와 친구는 영국 런던에서 한국인 친구집, 캠브리지에서도 한국인 친구집에서 영어 한마디 할 필요 없이 편히 쉬었다. 물론 런던에 도착했을 때 2차 테러가 나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도와주는 친구들이 늘 함께 있었기에 무섭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친절한 프랑스 총각에게 사기를 당했다. 지하철 티켓 끊는 걸 도와준다더니 티켓 두 장에 50유로를 뜯어갔다. 멘붕이 와 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
아비뇽 민박집 아저씨가 파리에 도착하면 아비뇽행 기차 타기 전 민박 집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따바 Tabac에서 공중전화 카드를 사서 전화 시도를 해봤지만 전화를 어떻게 거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연락을 못하고 기차에 올랐다.
(20년 전엔 이랬다. 나도 남편과 국제 전화를 할 때 카드를 사야 했고 1분에 800원이었다. 연애 초반에는 한 번 통화비로 100만 원이 나온 적도 있다. 카톡이 있는 지금은 천국이다. )
아비뇽 역으로 픽업 오기로 한 민박집 아저씨는 밤 12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 멘붕이 왔다. 기차역에 돌아다니는 아시아 여자 두 명을 본 경찰은 우리 보고 역 문을 닫아야 하니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우리는 전화카드와 번호를 내밀며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경찰과 민박집 아저씨가 다행히 연락이 되었다. 우리는 아비뇽 외곽 TGV 역에서 내렸고, 아저씨는 아비뇽 시내 Centre 기차역 우릴 기다렸다고 한다.
우리는 아비뇽의 기차역이 두 개라는 것도 몰랐다.
곧 민박집 아저씨가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기차역에 도착했고 우리는 안도했다.
밤 1시경 숙소에 도착해 우리가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여 민박집 아저씨와 나눠 먹었다.
'구세주 같은 분에게 그깟 라면쯤이야.'
잠을 자고 일어나 거실로 가니 어떤 까까머리 고삐리가 거실에 누워 자고 있었다.
'뭐야 저 빡빡머리는?'
그 빡빡머리 남자가 아비뇽, 아를을 가이드해 주었다.
친구와 내가 하는 짓들을 보더니 "너네 진짜 덤&더머구나! 쯧쯧쯧 ,,,, 너희 여행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들어갈 수 있겠니? " 진심 심각하게 우리를 쳐다봤다.
(덤&더머 중 한 명이 서울시에서 5번이나 최우수 강사상을 수상한 김현아 강사다.)
아비뇽 연극 축제기간 동안 이곳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보았다. 팸플릿을 돌리며 홍보 중인 한국 연극팀도 있었고, 길거리에서 사물놀이하는 중앙대 학생들도 만났다.
우리는 플라멩코 공연을 봤다.
연극 축제지만 무용, 노래, 마임, 무언극 등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인종이 이곳으로 모인다.
이러려고 그 고생을 했던 걸까? 나는 현재 까까머리와 18년째 함께 살고 있다.
3. 가족 여행지: 그래서 우리 가족을 이 도시를 수없이 방문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매년 여름 방문했고 아이들과는 2023년에 다녀왔다.
겨울에 아비뇽은 유령 도시이지만 여름 특히 페스티벌이 있는 7월은 정말 끝내준다.
식사를 하고 있으면 저렇게 공연 홍보를 하고 팸플릿을 나눠준다.
영화 이름만 봐도 내용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당연히 연극 축제에 대한 내용일 것이고 그럼 주인공은 연극배우 일 것이다.
당연히 사랑, 불륜 장면이 나올 것이다. (프랑스 영화에서 나체쯤이야)
또 당연히 예술인들의 가난한 생활도 보여줄 것이다.
내용은 너~~~~~무 너무 뻔하다.
나는 단순히 내가 아는 아비뇽이란 도시를 다시 느껴 보고 싶었을 뿐 다른 건 기대하지 않았다.
이제 영화 속으로..
https://youtu.be/T1yeqzM8tx8?si=vu_7dxy21YHPLfxJ
주인공 스테판 Stéphane 은 연극배우다. (배우 이름 Baptiste Lecaplain)자신을 주인공을 생각하고 대본을 썼다는 소식에 사이가 좋지 않은 연출자와 그의 팀과 함께 빨간 미니 봉고를 타고 아비뇽에 도착한다.
연출자가 얼마나 허술한 사람인지 출발 첫날부터 알 수 있다. 얼떨결에 시테판이 파리 - 아비뇽까지 8시간을 운전해야 했고 주유도 스테판 카드로 결제했다.
스테판과 그의 연극단은 '내 여동생이 얹혀 산다 Ma sœur s’incruste' 라는 코미디 연극을 공연한다.
그곳에서 과거 같이 연기 공부를 했던 파니 Fanny를 만난다.(배우 Elisa Erka) 그녀 역시 공연을 위해 아비뇽에 왔다.
파니는 스테판이 코르네유 Corneille 작품 '르 씨드 Le Cid' 라는 고전극에서 주인공 ‘로드리그 Rodrigue’ 역을 맡았다고 착각하며 스테판을 칭찬하고 우러러보게 된다.
스테판은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어느 날 파니의 동료들은 코미디 연극을 무시하며 조롱한다. 코미디 연극을 하는 스테판은 분노를 하고 만다.
영원한 거짓말은 없듯 결국 거짓은 드러나게 되는데...
영화 속 재밌었던 부분은 '몽쉘미쉘이 어느 지역이냐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 자기가 맞다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있다.
브르통(브르따뉴 에서 태어난 사람)인 파니는 몽쉘미쉘 이 브르타뉴라고 자꾸 우긴다. 스테판은 몽쉘미쉘은 브르따뉴 지역이 아닌 노르망디에 위치해 있다고 말한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노르망디에 있는데... 뭔 소리지 ?" 하고 바로 구글을 검색해 봤다.
경계선에 위치한 몽쉘미쉘을 두고 브르타뉴 사람들과 노르망디 사람들의 신경전이었다. 생각해보니 재밌다.
심지어 2023년 르몽드 신문 기사에는 몽쉘미쉘은 브르타뉴도 노르망디도 아닌 ‘자유로운’ 산이라고 표현했다.
기사를 인용하면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성 미셸 산(Mont Saint-Michel) 수도원 건립 1,000주년을 맞아 6월 5일 월요일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매년 130만 명이 방문하는 이 역사적 기념물은, 동시에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 중 하나의 중심이기도 하다. 브르타뉴 사람들과 노르망디 사람들은 이 유명한 바위섬의 소속을 두고 정기적으로 논쟁을 벌여왔다.' 라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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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페스티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떻고 홍보는 어떻게 하는지. 한 달 동안의 축제 기간을 배우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스테판은 연극 시작 전 계약서 사인 중에 1회 출연료가 60유로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누구는 돈을 받고 누구는 자원 봉사자이고 한 팀인데도 비밀이 많다.
연출자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단원, 그걸 알면서도 별것 아닌 듯 넘기는 연출자. 극장 대여비를 내지 못해 미니 봉고차를 파는 연출자.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이라 나는 재밌게 봤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이 팀이 파리에서 정기공연을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연극 도중 파니가 등장하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2024년에 촬영했고 2025년에 개봉했다.
영화 속 불륜을 저지른 배우가 이 영화의 감독 조안 Johann 이다.
https://youtu.be/k2O3NN5QqOo?si=jEEK1lw_PrOO-nAM
파리에는 소극장들이 많다. 공연도 많다.
예술가들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안다. (물론 지원조건에 적합한 사람이 사전에 등록했을 경우에) 예술가 체류등도 따로 있다.
영화를 통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비뇽 연극 페스티벌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강추한다.
K 열풍 덕분인지 2026년 공식 초청언어로 한국어를 선정했다고 한다. 2026년도에는 여러 한국팀의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내년 여름에 기차 타고 내려가서 혼자 푹 쉬다 오고 싶다!
르몽드 기사
Le mont Saint-Michel est-il breton ou normand ? - Le mont Saint-Michel est-il breton ou normand ? https://share.google/odSRzsbS5U4Kx06U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