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성 투어 루아르 계곡
어김없이 아이들의 방학이 돌아왔다.
프랑스 학교는 9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그리고
한 달 반 수업 - 2주 만성절 방학 - 한 달 반 수업 - 2주 크리스마스 방학 - 한 달 반 수업 - 2주 스키 방학 - 한 달 반 수업 - 2주 부활절 방학 - 2달 여름방학 이다.
놀랍게도 아이들 바캉스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다. 만약 나도 내 부모님이 프랑스에 계시다면 당연히 아이들과 부모님 집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다.
이 기간에 파리 지하철 탑승인원이 거이 절반으로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만큼은 지하철이 정말 쾌적하고 싸우지도 않고 욕설도 없으며 그 만큼 사고 발생률이 줄어든다.
10월 중순 이번 방학 때는 사실 어디로 여행 갈지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나랑 직접적으로 일하는 동료 두 명이 이태리 본사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나 역시 멘붕이 왔다. '구매팀 동료 없이 내가 어떻게 일하라는 거야?'
회사는 술렁였고 충격에 빠진 나는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팀장에게 내 상태를 보고했다.
'나는 현재 두 동료의 해고로 무기력 상태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테니 좀 기다려달라'라고 말이다.
팀장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내 상태를 충분히 이해했다. 회계팀 안에서도 각자 맡은 브랜드가 다 다르다.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는 매출이 두 배로 뛰었고 매장도 하나에서 6개로 늘었다. 인터넷샵 매출도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런데 해고라니...
우울해하는 날 위해 남편은 '네 생일 겸 바람 쐬러 가자'며 여행 일정을 짜고 바로 당일에 호텔 예약까지 끝냈다. 다음날 아침 내 메일을 확인하니 남편이 여행 일정표를 보내놨다. 고맙기도 하여라....
하필 회계감사 기간이라 이태리 본사의 회계사들과 프랑스 회계사들까지 다 보여 정신없었지만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의 오딧은 아니었기에 나는 금요일 하루 휴가 신청을 냈다.
이번 여행은 900개의 성이 모여있어 유네스코에서 보전 구역으로 지정한 루아르 지역 la vallée de la loire을 방문했다. 사실 작년 이맘때 즈음 내 생일 때도 이 지역 여행을 했다. 그때는 슈농소 성과 루아르 성,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집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샹보르 성 château de Chambord, 블르와 성 château de Blois, 빌랑드리 성 château de villandry을 본 후 투르 Tours를 여행할 계획이다.
샹보르성은 500년 역사를 가진 성으로 르네상스의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 중 하나로 프랑수와 1세가 이탈리아 최고의 예술가와 건축가를 불러 완성한 곳이다. 이 성 안의 계단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400개 이상의 방과 77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으며 루이 14세의 극장과 갤러리, 사냥방이 있다.
한국인 안내책자가 있음만큼 한국인의 방문이 많은 곳이다.
이곳 마지막 층 갤러리에서 한국 가톨릭 신부님이신 김은중 신부님의 스테인드 글라스 전시가 열렸다. 세계 스테인드글라 10대 작가로 선정된 신부님의 작품들은 60여 년 동안 신부님이 작업한 결과물로 스위스를 시작으로 총 22개국에서 전시가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한국인 신부가 스위스에서 첫 전시를 열 수 있었을까?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신부님은 1969년 스위스 넘어가 가톨릭 도미니크회에서 근무했고 프랑스 파리 도미니크회에서 50년간 계셨다.
책자 속의 소개글에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빛이 삶의 지친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새로운 용기와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성탄과 부활의 희망, 환희, 고요, 평화 등 관객들이 유리화의 빛을 발견하길 바라는 신부님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https://youtu.be/Jp_YbS4Biew?si=x_yPlr97FsdqFbez
샹보르 성 앞의 김인중 신부
https://share.google/RlEOq81NL5wRz3snC
작품을 보다 보니 몇 년 전에 본 기사가 떠올랐다. 카이스트 대학교 건물 천장을 스테인드글라스로 했던 뉴스가 기억이 났다. 자료를 찾아보니 맞다 그 신부님이다. 현재 카이스트 석좌교수라고 하신다.
이 분의 작품을 우연히 직접 보게 되었다. 행운이다.
건물에 입장할 때 경비원 아저씨가 중국말로 인사를 했다.
아들이 "왜 우리한테 니하오 라고 하는 거야?" 물었는데 나는 "중국인이 많으니까 당연히 중국인인 줄 아는 거야. 저 사람은 우리를 배려해서 중국어로 인사하는 걸 수도 있어. 모르면 차라리 가만있으면 되는데 그렇지?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손님을 인종차별하려고 일부러 니하오라고 하진 않았을 거야. 신경 쓰지 마. "
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큰 일이라고 생각하면 큰 일이 되고, 내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이 된다.
프랑스에서 외국인으로 무시당하며 산지 18년 됐다. 무뎌져서 작은 일에는 욱 하지도 않는다.
내 개인적인 의견 ;
* 가장 아름다운 성은 슈농소 성.
* 가장 큰 성은 샹보르 성.
*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성은 빌랑드리 성
* 뤼미에르 빛의 쇼를 보고 싶다면 블르와 성
고성 투어는 다음 편에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