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게르하르트 리히터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by 마로니에

내가 그의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은 2019년 바로 같은 장소인 이곳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서다.


나는 25년 전부터 그의 작품을 인터넷 매체와 매거진을 통해 알고 있었다. 왜냐면 그는 현존하는 현대 미술가 중 유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책도, 그의 이야기로 만든 영화(제목: 작가 미상)도 존재한다.


현존이라.... 1932년 생인 게르하르트 리히터 ( 불어 발음 - 제라 리슈터)는 현재 94세이다.


2019년 전시는 개인전이 아닌 여러 작가들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전시였다. 우연히 큰 그림 앞에 섰는데 그 그림에 압도당했고 한 30분 정도 의자에 앉아 작품만 쳐다보다 왔다. 1990년 작품 '숲'을 나는 오늘 또 보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색깔을 낼 수 있을까" 감탄을 연발하는 내 옆에서 남편은 찬물을 끼얹었다.

"특이하긴 한데... 뭐 그다지..."


뭐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까... 그럴 수 있지..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방도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나이다. 그는 곧 50, 나도 어느새 40대 중반이다.

그러려니...

전시는 연도별로 소개됐다. 그래서 언제부터 그가 '긁어내는 기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나이 13살 때 카메라를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사진작가가 되고 그 사진 위에 물감을 덧 그리는 화가가 된다. 불행히도 이번 전시에는 사진 위에 물감을 덧 댄 작품들은 볼 수 없었다.

흐릿하다.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작업 영상을 보았지만 어떻게 저렇게 표현하는지 신기할 뿐이다.


또 재치 있는 남편 분께서 한마디 덧붙인다.

"내가 낀 안경을 벗으면 저렇게 보여"

나는 웃음이 터졌다.

안경 낀 작가가 안경 벗고 본 세상을 표현하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일부러 뿌옇게 만들고 흐릿하게 해서 선명하지 않도록, 인물도 직접적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게 그리는 것 또한 그의 특징이다.

산을 사랑하시는 분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볼 때마다 신비롭다. 어떻게 저렇게 표현했을까?

흐릿하다. 이것이 진정한 블러 기법인가.

4900 가지의 색을 소개하는 색의 마술사

1970년도에 그의 첫 전시를 시작했는데 계기는 1972년 뮌헨 올림픽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폴란드와 독일에 살며 세계 2차 대전도 겪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9.11테러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담은 기록도 있다.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품 크기가 주는 압도감도 있다. 이번 전시는 큰 컨버스를 여러 개 이은 대형 작품들이 많았다.

이게 사진인가 그림인가.. 사진 같은 그림이다.

역시 직접적으로 얼굴이 보이진 않는다.

늘 그렇듯 주말에 오면 둥둥 떠다닌다.

남편은 왜 이 시간에 예약했냐고 묻는다. 일요일 14시.

점심시간 외에는 전부 마감 됐다고 했다.

그의 시선으로 그림 초상화


역시 옆모습으로 정확한 얼굴은 알 수 없다.

그의 대표작 사진처럼 잘 그린 유화 'Leader'


게르하르그의 일생을 담은 영화 "작가 미상"은 아직 보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



산에선 하루 종일 걷던 남편이, 아마존 강에선 7시간 수영 훈련을 하던 사람이 미술관에서는 한 시간도 못 견디고 의자에 앉아버렸다.

아빠가 앉으니 딸아이도 덩달아 의자에 앉아버렸다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옥상 뷰 - 라데팡스 , 에펠탑이 보인다.


딸아이의 목적은 그저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옆 놀이동산 Jardin d'acclamatation 이었다.


루이뷔통 미술관 후문으로 나가면 바로 공원이 연결된다. 1인 입장권이 7유로인데 미술관 티켓만 보여주면 입장할 수 있다.


나는 미술관 티켓을 가족권 32유로에 샀다 (어른 2명 + 아이 4명까지)근데 전시도 보고 놀이 공원도 무료 입장했다 . 입장료 21유로(3명*7유로) 셈이다..


놀이동산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이 많았다.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이 크게 들린다. 딱 1년 전 오늘 디즈니랜드를 갔었는데 올해는 파리 놀이공원에서 노엘을 즐기고 있다.

한불수교 기념 '한국 정원'

12월 초부터 '일본 빛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하루 알차게 잘 보냈다.

뿌듯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