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LV DREAM 루이뷔통 전시

루이비통 아르데코 Louis Vuitton Art Deco

by 마로니에

2026년 1월의 이번 주는 파리가 기념비적인 폭설로 인해 며칠간 도시가 마비 됐다. 지난 월요일 오후에 갑자기 눈이 쏟아지자 사무실 동료들은 노트북을 들고 한 시간씩 일찍 퇴근했다. 누구의 허락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눈 때문에 차 막힌다, RER 기차 안 다닐 수 있다'며 눈치껏 퇴근한 거다.


화요일 아침 8시 50분에 출근해 보니 사무실이 잠겨있다. 다들 재택근무로 사무실 열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 9시에 출근해야 하는 동료는 9:30분에 도착해 문을 열어주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짜증이 났지만 사무실로 들어온 것에 대해 안도했다. 또 그 동료가 눈 때문에 늦은 건지, 원래 이런 날은 늦게 출근해도 티 안 나니 좀 늦게 온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여긴 원래 '그럴 수도 있지' 마인드이다.


화요일에 대부분 재택근무를 했지만 우리 팀은 월마감 때문에 많은 서류들이 필요해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너 내일 재택 할 거야?" 서로에게 묻기만 하고 차마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날 출근길에 50 대 나이의 임원과 40 대 나이의 동료가 빙판길에 넘어지기도 했다.


눈은 15cm 정도 쌓였다. RATP 앱으로 지하철 기차 상황을 보니 내가 타는 노선이 멈췄다고 공지되어 있었다. 누군가 다쳐서 두 시간 후에나 정상 운영할 수 있다는 알림이었다. 나는 다른 노선을 선택해야만 했다.


"나도 재택근무하고 싶다...." 아쉬워하며 퇴근준비를 하는데 팀장이 부른다.

"나 내일 재택 할 거야. 내일모레 얼굴 보자"

월마감에 팀장도 재택 한다는데 임원도 아닌 내가 왜 회사에 나와야 하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도 재택근무 해도 돼?"

팀장이 웃으면서 그러란다.


퇴근길이 마치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이날 저녁 극심한 도로 정체와 차 사고, 낙상 사고가 겹치며 장관이 직접 '내일 수요일엔 되도록 재택근무를 해라'라고 발표했다.


수요일 재택근무를 하고 목요일 출근하니, 화요일에 빙판길에 넘어졌던 동료가 엉치뼈가 너무 아파서 의사와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결국 그 동료는 이틀 병가를 내고 쉬어야 했다. 목요일부터 비가 내리더니 그날 저녁 노르망디와 브르따뉴 지역에 160km의 태풍이 온다고 한다.

금요일 아침 출근길 차디찬 태풍 바람에 몸이 날아갈 정도로 쌘 바람이 불었다. 저녁에 루이뷔통 전시장에 간다고 코트를 입고 온 것을 후회했다.

"그냥 롱패딩 입고 올 걸"


이날 점심엔 팀회식이 있었다. 3주간 이태리로 휴가를 떠났던 디렉터가 돌아오는 날이었다. 첨엔 이해가 안 갔다. 월 마감에 연마감도 있는 게 임원들이 휴가 가는 게 맞나?


프랑스인들의 자기의 바캉스가 먼저다. 회사일 때문에 본인 바캉스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은 없다. 임원이던 아니던. 또 그 사람들이 휴가를 간다는데 이기적이라고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그건 그들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덕분에 지난여름 한국에 5주 바캉스를 다녀왔다.


이태리 화덕 피자를 먹으며 연말 어떻게 보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프리카 카메론으로 부모님을 보러 다녀온 동료는 현재 그곳은 37도이며 파리 도착해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 온도차가 극과 극이다.


다른 동료는 한 살 아기를 데리고 런던에서 일주일 동안 연말을 보냈다고 한다. 내가 2024년 런던 갈 때는 없었던 비자 제도가 생겨 아기도 비자와 여권을 만들어야 했다고 한다.

내가 "너 다행히 파리로 돌아왔네 연말에 유로스타 정지돼서 난리라고 뉴스에 나왔는데..."

본인은 그때 런던 여행 중이어서 다행이었다고 한다.


이틀은 호텔에서 묵고 나머지는 에어 B&B 에서 묶었다길래 '한국 사람들처럼 여행하네' 생각했다.

여행 기분 내고 사진 찍기 위해 하루 이틀은 호텔에서 보내고 그다음엔 호텔 가격 고려서 저렴한 곳으로 옮긴다.


부모님을 보러 이태리 시칠리아 섬에 다녀온 디렉터는 "지난해 수고했고 올해도 잘해보자"며 시칠리아 전통 쿠키를 팀원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프랑스 동료들은 휴가 다녀왔다고 선물을 사 오지 않는다. 이태리인 디렉터는 매번 휴가 때마다 팀원들을 챙긴다. 고마워라.



이날 퇴근 후 퐁뇌프 다리 앞, 사마리탄 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루이뷔통 본사 건물로 갔다. 그곳 0층에 전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2025년 10월 전시 소식을 접한 후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시도했다. 10월뿐만 아니라 11월도 예약마감 상태였다. 잊고 있다가 우연히 또 이 전시에 대한 광고를 보게 되었고 혹시 몰라 예약을 시도하니 바로 예약가능했다.


도로를 걷는데 태풍 같은 찬 바람 때문에 "날짜를 잘못 골랐네" 속으로 엄청 후회했다.


본사 건물 디스플레이


예약 QR code 확인과 가방 검사 후 입장했다. 내가 전시를 보러 너무 늦게 왔나 보다. 디올 전시 때를 생각해 보면 이번 전시도 원래 둥둥 떠다녀야 할 전시인데 이날 나는 10명도 보질 못했다. 덕분에 한산하게 조용히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 규모도 작아 30분 만에 다 봤다. 이 정도규모인 줄 미리 알았다면 점심시간을 활용했을 것이다.


서울에서도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전시 내용은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 기념 전시이다.


파리 전시는 아트 데코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국제 장식예술 및 현대 산업예술 박람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루이 비통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다.

가문의 역사, 트렁크 가방의 탄생, 첫 아뜰리에, 작품 스케치 등 다양한 300여 점의 기록들이 8개의 전시관에 설치 됐다.

향수와 옷 먼지를 터는 솔 가방

1950년대부터 1990년대 가방

이쪽은 의류 전시

이번 전시에 배우 노에미 메를랑(Noémie Merlant)이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다. 나에겐 반가운 이름이었다.


내가 프랑스 영화에 엑스트라로 참여했을 때 그녀가 바로 내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촬영 장면은 노에미가 호텔 지배인에게 cc tv 실이 어디인지를 영어로 묻는 씬이었다. 연기 학교를 나오고 배우로 활동하는 남자 배우는 어색한 연기와 어눌한 영어 발음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같은 대사를 반복하다가 결국 비디오만 따고 목소리는 나중에 더빙 녹음 하자고 결론이 났다. 근데 그 장면이 완전 통편집될 줄은 몰랐다.

촬영날 11시간 동안 여러씬을 찍었는데 영화 속에서는 몇 초 등장했다. 영화 태프들 진짜 고생이 많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작품은 그녀가 직접 감독한 '발코니의 여자들'이다.

여자들의 자유를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사실 너무 엽기적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너무 허왕되다고 비난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즈음 봤던 다른 프랑스 영화 "쥐라 산맥의 곰
Un ours dans le Jura " 도 똑같은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요즘 저렇게 사람 죽이는 게 유행인가' 생각할 정도였다.


노에미는 노출에 대한 부담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연기자라면 기꺼이 몸을 노출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배운 것 같다. 과감한 그녀의 모습이 당당해서 좋다.

실제로 보면 일반 남자보다 덩치가 더 크다.

프랑스는 명품 그룹들은 주기적으로 전시를 열어 본인들의 역사를 소개한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 마케팅보다 그룹 역사를 무료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더 값진 마케팅이라는 걸 아는 거다.

몇 주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다녀온 반 클레프트 앤 아펠 그룹의 주얼리 학교 전시도 마찬가지다. 매년 의무적으로 전시를 하는데 노인, 아기, 어린이까지 방문 연령이 다양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 22 곳이나 있다고 한다. 젠틀 몬스터 본사처럼 그들이 가진 이념과 혁신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때 기업 가치는 더 상승한다.


한화가 무료로 불꽃놀이를 제공하듯이 기업들이 대중들에게 문화적 기회를 제공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