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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Sep 21. 2020

라 데팡스 2020년 어반 위크

2020년 9월 5일간 라데팡스에서 펼쳐지는 어반 위크. 원래는 애들 수업이 없는 수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들르게 됐다. 시작할 때 즈음 갔었어야  페인팅 아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 날 가니 완성된 작품을 전시가 되어 있었다.


입장할 땐 어김없이 소지품 검사를 받고 입장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라 데팡스의 높고 멋진 건물들을 뒤로하고 가난한 아이를 그린 작품이 한 공간에 있다니 모순되다 느꼈고, 순간 씁쓸하게 만들었다. 앉아서 보라고 작품마다 벤치가 준비되어 있어 한참을 멍하니 바라다보았다.

매년 치러지는 이 행사는 외국 작가들로 구성이 된다고 한다. 스포츠 행사도 있었는데 몽펠리에 Fise 행사를 봐와서 그런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어쨌든 가족끼리 왔으면 좋았을 행사임에는 분명하다.

행사장 밖으로 나가 신개선문 아래 계단으로 올라갔다. 30분 정도 책을 읽을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려는데 아크로바틱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계단 제일 위로 올라가 행사장과 사람들을 쳐다봤다. 재밌다. 그리고 책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은 언제든 볼 수 있지만 지금 현재는 눈으로 간직하고 싶어 책을 덮고 시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명동 버거킹 2층 자리에 앉아 유리창을 통해 사람들을 쳐다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났을 정도였다. 잔뜩 멋 부린 사람들. 찌라시를 날리는 노란 단체복을 입은 나이트 가드들, 일본 관광객들 등등 난 사람들 관찰하는게 재미있다. 대학교 때는 미대와 의상학과가 있는 조형관 건물 벤치에 앉아 학생들을 바라보곤 했다. 여대의 미술 관련 학생들이라 그런지 명동보다 더 화려하고 옷이나 액세서리를 관찰하는 재미가 기가 막혔다.


어른들이 양팔로 땅을 짚는 연습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장한 8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꼬마. 어른들이 연습하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 이 정도 해" 라며 브레이크 댄스와 나이키 춤을 추고 있었다. 두 손으로 땅을 콩콩 짚는 건 기본 한 손으로도 땅을 짚고 콩콩 움직이며 춤을 추었다. 잔뜩 멋 부르고 근육이 넘쳐나는 어른들을 서로를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그중 한 남성이 아이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둘이 배틀을 붙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재밌던지.


한참 한 그룹이 원을 지어 한 명씩 돌아가며 땅 짚기를 하고 있는데 기계체조선수처럼 생긴 2명의 베트남 계열 남자들이 그 원 중앙에 들어와 도구를 이용해 개인기를 보여주었다. 실력은 대단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아시아인 2명을 남겨두고 뿔뿔이 흩어지더니 몇 분도 안되어 다른 장소에서 자기들끼리 다시 모여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룹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아시아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결국 그 둘을 제외한 다른 그룹만 큰 원을 형성하게 되었다. 순간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정신에 인종차별이란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아시아인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자기 운동 장면을 찍어달라 부탁을 하고 있었다. 분명 어느 정도 언어가 되니까 저 모임에 들어갔을 텐데. 또 실력도 뛰어난데 왜 저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걸까... 모든 집단이 다 비슷한걸까.. 이네 씁쓸해졌다

 사실 모음이 다 그렇게 결국 아시아인은 아시아인들끼리, 흑인은 흑인들끼리, 남미인은 남미인들끼리. 결국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되더라.


난 이곳에서 잘 어울리고 살고 있나? 각자 자기 일하면서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살면 그만이다.

동네에서도 개인주택 지역과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 지역이 분리되고 자연스럽게 나뉘는 것처럼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기준에 의해 분리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누군가와 어울리려는 노력을 포기한 것 같다. 그런 모든 행위들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래된 이민생활 때문인 듯 하다.


저 엄지의 의미는 뭘까?최고가 되자? 넌 이미 최고다?


저 많은 건물 속에 내 자리는 왜 없을까 스트레스 풀러 갔다가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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