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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Oct 15. 2020

말린다고 말려질 프랑스인들이 아니다

완화된 이동금지 (야간통금)


2020년 10월 14일 퇴근길에 지하철역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외침 "다같이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대체 뭘 승리하자는 건지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2만 8천 명이 나오는 이 시국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기사를 찾았다. 이 포스터는 9월 21일에 2백만 장이 배포되었는데 8월 말부터 파리를 포함해 각 지역별로 무료 검사가 시행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고공행진을 하게 되자 마크롱 캠프에서 다 함께 코로나를 이겨내자는 의미로 이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까지 무료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동네에 지정된 검사장소에는 매일같이 검사를 받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실 6월 이동금지 해지 이후에 나는 확진자 수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뉴스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만 오천 명이다 만 팔 천명이다 하더니 금방 매일 이만 명씩 확진이 되고 있었다.

결국 10월 4일에 파리를 포함한 몇 개의 도시가 "최고 경계 단계"로 분리되어 실내 운동시설 (헬스장. 유도장 등등), 술집, 카페가 14일 동안 폐쇄령이 내려졌다. 직장인들을 위한 건지 나라 경제를 위한 건지 레스토랑은 문은 열게 해 주었다. 대신에 테이블 간의 1미터 간격을 유지, 한 테이블에 6명으로 제한하고 레스토랑 입장 시 방명록을 기록하는 등 규칙이 생겼으며 이를 어겼을 시엔 영업 정리를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에서 문을 닫으라는데 생업에 쫓기는 자영업자들이 데모를 하고 심지어 어느 지역은 국가의 명령을 거부한다면서 카페들이 버젓이 문을 연 지역도 있었다. 역시 말 참 안 듣는 사람들이다.


나는 궁금했다 오늘 대통령이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말이다.

나는 100 K 이상 이동 금지령 다시 말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2주 가을방학 / 만성절 방학 (Toussaint vacances)에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발표가 날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야 파리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퍼트리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담화 몇 시간 전부터 뉴스 기사에는 밤 9시 이후에 통행금지가 될 거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드디어 저녁 7시 50분 마크롱 대통령이 화면에 등장했다.

이번 발표 내용은 이렇다.

1. 최고 경계 단계의 도시들(파리 및 일드프랑스 지역. 그르노블.릴.리옹.엑상프로방스.후엉.쌩테띠엔느.툴루즈)은 토요일부터 저녁 9시 - 아침 6시까지 이동금지를 내린다.

2. 응급실에 가야 하거나 업무에 관련된 이동을 할 때는 증명서를 경찰에게 제시해야 하며, 그 외의 경우는 135유로의 벌금을 낼 수 있다.  

3. 바캉스 동안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되 밤 9시 이후에는 이동을 금지해야 한다. 

4. 바캉스 동안 가족들이 모였을 때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되도록 6인 이상 모이지 말기를 권장한다.

5.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 해라, 바캉스 다녀와라 대신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규칙만 지켜달라" 고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다른 유럽의 이웃나라들처럼 프랑스도 저녁에 이동금지를 하겠다고 하는데 다소 늦은 느낌이 있기는 하다.


대통령은 이 조건으로 4주를 (11중순까지)지켜보고 다시 2주 연장을 할지 결정을 하겠다고 한다.

3월처럼 완전 이동금지를 하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2번의 이동금지로 정말 나라가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은 "토요일부터 시작이니까  금요일에 엄청 많이 파티를 하겠네" 하고 말했다.

국가에서 나이트클럽과 페를 폐쇄시켰더니 젊은 사람들이 에어 비엔비 방을 빌려 파티를 연다고 한다. 파티를 연다고 이웃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 경찰이 동을 하느냐? 절대 안 한다. 그래서 자유롭게 논다.


어느 날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버스에 마스크미착용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주변에 어떤 사람이 마스크를 끼라고 하자 "니네 죽고 싶어? 내 가방에 총 있어, 총알 5발 있어, 내 인생이야 내 맘대로 할 거야 나한테 잔소리하지 말고 입 닥쳐" 주변은 고요해졌다. 총 맞아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말린다고 말려질 프랑스인들이 아니다.


3월부터 6월까지 이동금지 기간 동안도 얼마나 많은 프랑스인들이 증명서를 들고 밖에 기어 나왔던가. 이동금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슈퍼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센느강에서 햇볕을 맞는 사람들이 많았다느거 아닌가. 프랑스 이동금지가 풀린 후 여름 바캉스 기간에 유럽 국가들이 국가 봉쇄를 하면서 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파리는 텅텅 비고 다른 관광지역엔 파리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원래 파리의 여름을 지키는 사람들은 관광객이고 파리지앙들은 바캉스를 떠난다.


국가도 이번엔 이렇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들이 아니기에 밤 9시까지는 자유를 주되 저녁 늦은 시간엔 제발 돌아다니지 말라고..

술 마시고 마스크 벗고 술병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자고..


나는 개인적으로 예상보다는 많이 부드러운 조치라고 생각한다. 당장 1시간 거리 외에는 이동금지가 될 줄 알았는데 그에 비하면 낮에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니 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깜깜하면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9시 넘어 돌아다닐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 기다리던 바캉스 기간에도 낮에는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번 발표처럼 "내일부터 이동금지가 시행된다 집에서 나오지 말아라"라고 당황스러운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최고 경계 단계가 아닌 도시는 원래대로 생활할 수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일보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프랑스인들.

그들에게 야간통금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 나는 벌써부터 집 앞 놀이터에 사람들이 모여 밤새 술 마시며 새벽 내내 시끄럽게 떠들어댈 것이 걱정이 된다. 사람들은 동네 공터에 경찰이 순찰을 돌지 않고 전화로 신고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통령 발표 이후에 밤 21시 이후 이동할 수 있는 조건들이 뉴스에 나왔다.


업무나 교육으로 인한 이동(저녁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9시에 문을 닫고 증명서만 있으면 9시 이후 이동할 수 있다), 특히 레스토랑은 9시에 문을 닫지만 배달 서비스는 열어두어 집에서 언제든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배달원들은 증명서를 소지하고 일을 할 수 있다. 건강의 문제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나 약국 방문, 기차나 비행기 등의 탑승을 위한 경우(증명서와 Ticket을 소지해야 할 것이다.), 노인 돌봄이나 아이를 찾아 이동해야하는 경우, 장애인과 보호자, 정부기관에 의한 소환, 애완동물 산책을 위해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밤에 조깅하는 사람들도 많은 프랑스다. 아마 밤에 운동하는 사람들도 증명서만 있으면 다 나올 수 있게 변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내 스스로 핸드폰에 다운 받는 증명서만 있다면, 내가 알아서 인쇄해서 내가 기록하는 종이 증명서만 있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밤에 돌아다니려면 돌아다닐 수 있단 소리다.

나오지 말라고 말려도 말려질런지 일요일 뉴스를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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