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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Nov 15. 2020

[시즌 1]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여자들 사이에서 핫한  미드 Emily in Paris

10월 초, 회사 동료가 Emily in Paris가 넷플렉스에 나왔고 너무 재밌어서 하루 동안 다 봤다며 꼭 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 나오는 미국인 눈에 비친 이해할 수 없는 프랑스 문화 다시 말해 프랑스인들을 까는 에피소드를 얘기해주었다. 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작년 2019년 9월경에 파리에 촬영 장소를 섭외하려 다녔다는 미국 드라마가 바로 그 드라마라는 것을 알았다. "맞네 그때 그 드라마네~ 엄청 유명한 사람이 촬영한다는 그 드라마"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촬영감독이 아니라 제작자가 섹스 앤더 시티와 비버리힐즈를 제작한 대런 스타 Darren Star 이기에 기대할만할 드라마다. 게다가 섹스 앤 더 시티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패트리샤 필드 Patricia Field 가 의상을 맡았다고 하니 어찌 안 볼 수 있겠는가.


드라마는 사람들이 가진 환상 그대로 파리를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멋진 관광지에서 매력적인 남자들과의 러브스토리, 파티 등의 화려한 생활과 그들의 패션 그리고 프랑스인들의 문화. 뻔한 스토리를 눈과 귀가 즐겁게 최대한 프랑스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그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종종 비꼬기도 하며)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의 문화 특히 그들이 가진 생각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와 미국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들은 미국인들을 근본 없는 민족이라 평한다. 개척지인 미국 땅에 프랑스 귀족들이 들어가 언어가 만들어지는 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영어 중에는 불어로 된 단어들이 많다. 그래서 미국 귀족들은 영어와 불어를 모두 쓸 줄 안다고 말한다. 왜냐면 미국 귀족들이 결국 프랑스인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십여 년 전, 버거킹 매장을 프랑스에서 모두 철수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패스트푸드를 음식 쓰레기라고 했다. 어학연수를 할 동안 프랑스 선생님들이 미국 문화를 무시하는 발언은 수도 없이 들었다. 햄버거가 음식이냐 라는 식으로 말이다. 차가운 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미국 문화였다. 프랑스에선 아이들이 만 3세에 학교를 들어가면 음식의 맛을 알기 위한 수업이 있는데 당근이면 정말 당근만 잘라서 주고 단맛이 있는지 냄새는 어떤질 배운다. 오이는 시원한지 아삭한지 재료 그 본연의 맛을 알고 그것을 유지하며 요리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 비빔밥이 생각난다. 외국 친구를 초대해서 비빔밥을 대접한 적이 있는데 문화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이걸 다 한꺼번에 비벼서 그것도 소스를 넣어서 소스 맛으로 먹는다고???". 아는 친구는 프랑스 친구에게 비빔밥을 대접했는데 비빔밥 위에 채소들을 하나하나씩 따로 먹는 프랑스인들 보고 놀랐다고 한다. 섞어 먹는 거라고 알려줘도 괜찮다며 하나하나씩 따로 먹더란다.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배달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맥도널드, 버거킹, KFC, 피자헛, 스타벅스 의 미국 브랜드는 물론 전 세계에 유명 요식 프렌차이점들이 들어와 있다. K-POP 열풍으로 비빔밥도 인기가 많다. 물론 파리라서 그렇겠지만 문화개방을 하면 자기 밥그릇을 뺏긴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인들도 이제는 외국문화를 배척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나왔듯 프랑스에 있는데 불어를 안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하다. 프랑스에서 불어를 말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남의 나라에 와서 그 나라 언어를 존중하지 않고 영어로 말하는 것을 무례하다 생각한다. 과연 그런 사람들이 러시아 여행 가서 러시아어를 말할지 의심스럽다.

미국인들은 이런 프랑스인들의 오만함을 싫어한다. 과거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건축물로 지금까지 편히 누리고 사는 게으른 민족이라 생각한다. <미국인은 일하기 위해 살고 프랑스인들은 살기 위해 일한다> 는 대사가 나온다. 미국인은 자기의 리어가 우선이었고 프랑스인들은 돈이나 일보다는 개인생활을 즐기며 사는 게 우선이었다. 한국의 우리 부모님들은 경력을 쌓거나 개인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그 결과 단기간에 전 세계가 놀랄 만큼 성장했다. 문화는 역사와 환경의 영향이 받기 때문이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장소 이름을 맞추는 재미도 솔솔 했다. 또 촌뜨기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의 패션은 정말 촌스러웠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착용한 건 알겠는데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에밀리만 너무 튀게 입혀놨다는 느낌이다. 꼭 일부러 촌스러운 미국인을 표현한 것 같이 말이다. 드라마 대사에도 나왔듯 프랑스 사람들은 엘레강스한 것을 선호한다. 우아한 거. 명품도 별로 티 나지 않는 것. 심플한 로고 하나 들어간 정도 말이다. 과하지 않게... 그렇다면 프랑스 명품들 중에 로고가 덕지덕지 붙은 상품은 대체 누가 사는 건가?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 말로는 중국 관광객이 다 쓸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에 레알이나 샹젤리제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튀는 명품들을 입고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패션위크 때를 제외하고는 튀는 옷을 입은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튈르리 공원에 핫핑크 옷을 입은 사람은 100프로 관광객이다. 혹은 화보 촬영이거나. 내 활동지역은 파리 1,2 구다. 내가 자주 가는 팔레 흐와얄 공원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서 너무 반가웠다. 파리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걸어서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하철타면 삥삥 돌아가는데 차라리 걸어서 가로질러가는 게 빠르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파리는 서울의 영등포구와 비슷한 면적이다. 정말 작다.

파리는 커보이지만  정말 작은 마을이다

프랑스 내에서는 <미국인이 평가한 프랑스문화>불쾌감을 드러내며 이 드라마가 현실적인거냐 비꼬았지만 글쎄... 나는 파리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슈가 되면서 이 드라마에 대해 자연스럽게 프랑스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5구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예약문의로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성공의 피해자" 는 신문기사도 접할 수 있었다. 룩셈부르그 공원과 팡테온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의 이름은 Terra Nera 로 두 친구가 함께 운영하는 이탈리안 식당이다. 에밀리의 아파트를 선택한 후 레스토랑을 섭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에서는 두 친구라는 뜻인  Les deux compères  으로 간판을 바꾸었다. 빨간색 간판이 왠지 역사 깊은 프랑스 전통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SNS에는 이 드라마 후기가 엄청 많았다. 파리는 개똥 천국이라느니 성문화가 너무 개방적이라느니 여자들이 담배를 너무 많이 핀다느니 불어와 영어의 단어 뜻 차이 등등등..  나는 몇 가지 문장이 머리에 꽂혔다.


첫째, 프랑스인들은 현실적인 결말을 좋아한다. 미국 영화와 같은 한결같은 해피엔딩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 영화뿐만 어린이 만화만 봐도 너무나 달라서 충격을 받곤 한다. 한국만화에서는 잔인한 게 나오지 않는다 절대, 근데 프랑스 어린이 만화에는 차에 치어 죽거나 보기에 혐오스러운 것들이 많다. 만화에서 조차 초등학생 주인공이 엄마 아빠의 이혼과 아빠의 여자 친구 엄마의 새로운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서 문화충격받을 때도 많다. 근데 살다 보니 현실과 티비의 내용이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만화도 어린이의 동심을 생각하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는데 영화는 오죽하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면 우울하다. 티비 광고는 어떠한가? 샤워젤이나 비누 광고에 샤워실에서의 성행위 장면도 나온다. 잡지에는 여자 올누드 사진도 많다. 드라마 내에 드뢰흐 De l'heure 향수광고처럼 말이다. 나는 프랑스 와서 하도 그런 누드를 많이 접하게 되어서 인지 사람 몸은 다 똑같다 생각된다. 짝가슴도 있고 배도 불룩 나오고... 사람 몸이 아름다울 거라는 환상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여기는 쇼핑몰 모델들도 뚱뚱한 일반인들도 많이 쓴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모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입으면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아주 현실적이라 포토샵을 했을 거라는 의심도 들지 않고 막상 옷을 받아보고 속았다는 기분도 덜하다. 이건 분명 장점이다.


둘째, 프랑스인들은 럭셔리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려면 비밀스러워야 한다. 미국인들처럼 모든 걸 SNS에 오픈하지 않는다. 그렇다. 매년 학교에서 부모들에게 사인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 초상권에 대한 것이다. 사진과 동영상을 학교나 시에서 사용이 가능한지 묻는다. 만약 부모가 아이 사진 찍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의 사진은 사용할 수 없다. 나도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는 내 사소한 것을 다 싸이월드에 올렸다. 내 일기장처럼 내가 살아있고 오늘 무엇을 했고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지 내 SNS만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살다 보니 좀 변했다. 프랑스 친구들도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오픈하지는 않는다. 아주 가끔 사진을 올리면 오히려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런 비밀스러움은 회사 간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나오는 에밀리의 직장 건물 외관을 보면 0층에 있는 갤러리와 문 옆에 작은 간판이 보인다.

파리에는 이런 간판들이 많다. 한국처럼 건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외부 간판은 레스토랑이나 담배가게 정도다. 전에 다녔던 회사는 건물 벽에 작은 간판도 없이 내부로 들어가야 각 집 문에 회사 간판들이 붙어 있었다. 밖에서 보면 이 건물에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나라는 건물에 피아노 학원이 있는지 치과가 있는다 모두 알 수 있는데 파리는 그렇지 못하다. 회사 밀집 지역인 라데팡스는 고층건물에 정확히 회사 로고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파리 내에 몇 백 년 된 건물은 늘 무언가 비밀스럽다. 누군가가 친해지려고 노력하면 "나한테 왜 이러지?" 하고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고 더 관계가 어색해진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상냥하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길 원하는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다. 


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위한 행사가 있다는 것도 신선했다. 이렇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하고 돈도 벌 수 있구나. 유투버가 하나의 직업인걸 깜빡했다.  드라마 속에 루브르 경매 행사에서 핫한 젊은 디자이너 2명이 비싼 가격에 명품 드레스를 구입한다. 경매가 확정되는 순간 젊은 두 디자이너는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하얀 드레스에 회색 물감 총을 쏜 것이다. 그들은 이슈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작년 런던 경매장의 뱅크시의 충격적인 퍼포먼스가 떠올랐다. 차이점은 뱅크시는 자기의 작품에 퍼포먼스를 했고 더 많은 가치를 얻었지만 드라마 속의 퍼포먼스는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신념을 덮으려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현시대와 구시대의 문화충돌,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충돌을 재밌게 비유해서 풀어놨다.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대신에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기에 기대만큼감동은 없었다. 중간중간 리셰한 부분도 당연히 있었다. 특히 마지막 엔딩 때 나오는 에디뜨 삐아프의 라 비 엉 호즈  Edith Piaf - La vie en rose (장미빛 인생)는 정말 아니다 싶었다. 이 드라마 엔딩엔 젊은 프랑스 가수의 핫한 샹송을 넣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미술관이나 영화관, 서트나 놀이동산에 가는 이유는 드라마 대사처럼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에밀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편의 성공으로 2021년에 시즌2가 넷플렉스에서 영될 거라는 공식 발표도 있었다. 그땐 또 어떤 에피소드로 프랑스 문화를 꼬집을지 궁금하다.

2021년 2월 파리 낮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간 날 아이들과 몽마르트를 찾았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마틸다 광장과 레스토랑 앞엔 사진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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