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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Nov 17. 2020

헤어짐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영화 <프록시마 프로젝트> 를 보고

화성으로 가는 엄마와 지구에 남은 딸

1년의 헤어짐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프랑스인 엄마 사라의 직업은 엔지니어, 독일인 아빠의 직업은 천체물리학자 그리고 7살 딸 스텔라 가족의 이야기다.

사라는 남편과 별거 중이며 딸아이를 돌보는 워킹맘이다. 현재는 유럽우주국에서 "프록시마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화성으로 가기 위해 훈련 중이다. 어렸을 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극한 훈련도 참아 내지만 남녀차별과 미국 프랑스 문화의 갈등을 피할  없었다. 무엇보다 사라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딸아이 스텔라이다. 1년 동안 딸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텔라는 또래에 비해 언어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이중 언어 사용하는 가정에는 보편적인 일이다. 남들보다 늦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중언어를 하고 있으니 남들보다 조금 더뎌도 발달이 늦다고 말할 수 없다. 일 때문에 바쁜 부모의 부재로 아이는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한다. 외로운 아이 옆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게 어쩌면 다행처럼 보인다.

유럽 우주국이 있는 러시아에서 소유즈 로켓을 타고 화성으로 가는 사람은 프랑스인인 엄마 사라. 미국인과 러시아인 총 3명이다. 영화에서는 4개 국어가 나온다. (영어, 불어, 러시아어, 독일어) 사라는 4개 국어도 하고 고난도의 훈련도 견뎌내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엔지니어이다. 곧 화성으로 떠나야 하는 엄마는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하고 싶어서 규칙을 어겨가며 회의에 아이를 데려간다. 아이가 갑자기 사라져 회의도 엉망이 되었고 아이도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맘이 상하게 되었다.

머리로는 상황이 이해가 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결국 엄마와 딸은 서로 상처만 앉고 멀어져만 간다. 엄마의 부재로 별거 중인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진 스텔라.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어색한 대화가 이어지고 어느 날은 엄마에게 독일어로 말을 한다. 엄마와는 프랑스어로, 아빠와 독일어로 말했는데 말이다. 이것 또한 엄마와 거리두기를 하는 아이 모습에 엄마는 가슴이 찢어진다. 워킹맘들은 그런 생각 할 거다. 내가 애들도 챙기지 않으면서 이 돈 벌어서 뭐하려고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거다. 사라 역시 자기의 꿈을 위해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에 슬퍼한다.

동료가 말한다. "이 세상에 벽한 엄마는 없다"고,

일 안 하고 아이들 옆에만 있어주면 죄책감이 사라지는가. 놀아주지 않고 더 잘해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식에 대해서는 미안함과 자책이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꿈을 포기하고 자식에게만 온 힘을 쏟는다면 후회는 없는 건가? 내 삶은 포기하고 엄마의 삶만 선택한다면 나는 과연 행복한가

영화감독 앨리스는 오직 모성애와 여자로서 초점에서 이 영화를 만들어 2019년도 에 산세바스티앙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San Sebasti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8 septembre 2019. Alice Winocour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빠 엄마의 성별을 떠나  요즘 시대에 우리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이나 파견으로 떨어져 지내야 하는 가족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우리 가정은 남편이 내가  아이를 낳고 5일 만에 아프리카로 2년 파견을 떠났다. 나는 출산한 지 5일부터 남편 없이 아이와 지내가 한 달 만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2년을 떨어져 살았다.

우리 가족만 이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10년째 기러기 이빠들도 많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와 꿈을 위해 잠시 동안 헤어지는 것. 분명 몇 년이 지난 후에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사라가 아이를 데려와 회의를 방해하자 남자 동료가 규칙을 어겼다고 비판한다. " 마누라가 편히 봐주는 네가 내 심정을 어찌 아냐"라고 사라는 욕을 해보지만 미국인 동료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화를 낸다. 다시 말해 어느 가정이나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만 우리 집에만 닥치는 위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순간이다. 이 어려움을 잘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에 우리 가족은 성장한다.


대사 중에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페달을 밟아라"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나온다.

상황에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움직이라는 이 말이 가슴에 남는다.


앞으로 헤어져야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자.

헤어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면 씩씩하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뒤돌아보면 "시간이 금방 지났구나" 하는 날이 올 것이다.


ESA - European space agency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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