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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an 11. 2021

영화 <미나리>를 보고

1980년대 미국 이민 1세대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정이삭 감독의 아버지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영화

브래드 피트가 프로듀서를 맡고 스티븐 연이 주연한 독립 영화

윤여정이란 배우가 탄탄한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작품 미나리


2020년 1월에 미국에서 개봉하고

2020년 9월 프랑스 도빌 미국 영화제와

2020년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작품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음악과 의상, 스토리가 잘 어우러진다.


10년 동안 병아리 감별사로 돈을 모아 산 기름진 땅, 그 위에 작은 컨테이너집

집 같지 않은 집을 보고 한예리는 아이들에게 짐을 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금방 떠날 거니까.."

꿈꿔온 일을 성공하고 싶은 남편 스티븐 연, 그의 꿈은 한해에 미국으로 이민오는 3만 명의 한인들에게 팔 한국식품을 재배해서 판매하는 것.

심장병에 걸린 아들 엘런, 그들 사이에 모든 걸 도와주는 어른스러운 첫째 딸아이 노엘.


병아리 감별사로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친정엄마 윤여정이 미국으로 건너온다. 고춧가루에 멸치, 외국 땅에서 구하기 힘든 것들을 바리바리 싸 오신 엄마를 보고 딸은 눈물을 보인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나리 씨이다. 윤여정은 농장 근처 우물가에 미나리를 심기로 결심한다. 스티븐 연은 아이들에게 뱀이 나오니 우물 근처는 가지 말라고 한다. 기어 다니는 뱀을 보고 손주가 놀래자 윤여정은 "눈에 보이는 건 괜찮아. 숨어있는 것들이 진짜 무서운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손주의 선물로 가져온 화투로 친해지며 할머니 냄새가 난다던 손주는 어느새 할머니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기독교에 대한 스토리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에서 떠나 아칸소라는 시골에서의 삶은 시작한 한예리는 전처럼 교회에 가고 싶어 한다. 병아리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한국인에게 "한국인이 15명이나 있으면 교회를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이곳까지 온 이유는 한인교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야"라는 대사는 순간 영화 <밀양>을 떠올리게 했다.

할렐루야를 외치고 방언기도를 하는 농장 동료. 그는 주일만 되면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등에 짊어지고 길을 걸어간다. 마치 본인이 예수라도 되듯이 말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 취급을 한다.

윤여정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손자를 대신해 병을 가져간 듯한 장면이 소개된다. 하루아침에 윤여정을 뇌졸증이 걸리고 손자의 심장병은 좋아졌다. 손자의 발을 다치게 했던 서랍을 보며 윤여정을 귀신을 보듯 무서워한다.

딸은 농장 동료를 집에 불러 식사대접을 하고 귀신을 쫓아주길 부탁한다.


농장에 물이 부족하게 되면서 남편은 가족 몰래 집의 물을 농장으로 빼돌린다. 결국 집에는 물이 끊기고 만다. 삶은 고단하지만 가족들은 모두 받아들이며 불평하지 않는다. 힘들게 키운 첫 농산물을 싣고 5시간 떨어진 도시의 한인 식품점에 첫 거래를 하러 나간 날. 혼자 집에 남아 있던 윤여정은 쓰레기를 불로 태우다 농장을 태우고 만다. 풍에 맞아 몸이 불편한 윤여정은 불에 타는 농장을 보고 하염없이 울기만 한다. 윤여정은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 9개를 수상했다. 그리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위트 있는 수상소감만큼이나 그녀의 소감도 센스가 넘쳤다.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었지만 가족은 다시 시작한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다시 공장에 나가 감별사로 일 할 것이고 농장 일을 할 것이다.  

스티븐 연과 엘렌이 윤여정이 심어둔 미나리를 따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가 먹고 건강해지는 나물, 비싸지 않으며 물만 있으면 번식하는 나물".

이 영화에서는 물 또한 소중한 소재로 나온다.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풍수지리나 샤머니즘, 개신교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미국인들도 수맥을 찾고 귀신을 쫓던가? 화투는 일본 놀이 아니던가? 방언은 전 세계인들이 하는 거지?


이민 1세대인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다행히 할 수 있는 일이 많네 병아리 똥구멍을 쳐다보는 일을 안 해도 되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여 년 전 처음 프랑스로 이민 왔을 때 한국음식을 살 수 없어 비슷한 중국 제품들을 구입했었다. 그러다 독일에 있는 한인마트에서 물건을 배송시켰다. 몇 년이 흘러 프랑스 내에 아시아 슈퍼에서 한국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불관 5년 전이다. 지금은 한국 슈퍼도 많이 생겼고 콩나물, 부추, 두부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프랑스도 한인 이민이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났다. 우리 부모님들 시대에는 얼마나 힘들고 많은 차별과 무시로 삶을 살아갔을까? 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얼마나 삶이 팍팍했을까. 물론 현재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도 언젠가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출처 : https://www.cinemaclock.com/films/minari-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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