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세일즈맨을 해고하다
그 다음 날 그러니까 그가 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이다. 나는 appointment를 하나 또 주었다. 중형 크기의 마켓이었다. 갖다 온 뒤 그는 나에게 이 정도 가격으로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왜 이렇게 가격이 낮으냐고 물어보니 그 마켓 매니저가 자기들 예산이 그 가격밖에는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내린 것이라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이 분야의 비즈니스를 운영해 와서 어느 정도는 일을 파악할 수 있다. 아무리 매니저가 싸게 회사를 써도 그 가격으로 일 할 회사는 아무도 없다.
나는 비로소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또 자기가 아는 고객을 만나러 가야한다고 하면서 나갔다. 나는 그가 어저께 갔던 그 마켓 매니저한테 전화를 했다. 어저께 그가 몇 시에 왔었냐고 물어봤다. 그 매니저 하는 말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다.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다. 그 매니저의 목소리에는 실망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나도 당황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빨리 끊어 버렸다. 내가 새로 고용한 그는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아주 태연스럽게 나를 속인 것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신뢰할 수 없는 사람하고는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그가 출근했을 때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를 해고한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냥 핑계를 댔다. 회사에 갑자기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계속 고용할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에게서 셀룰라 폰을 회수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어리둥절해하는 눈치였다. 며칠사이에 그렇게 갑자기 회사사정이 나빠졌다는 것을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뭔가 내키지 않은 듯 겨우 조그만 목소리로 알았다고 하고 하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틀 후에 누군가가 전화를 하면서 그만두게 한 세일즈맨을 찾았다. 무슨 일로 전화했냐고 물으니 청소계약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세일즈맨은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왜 그만 두었냐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그만 두었다고 적당히 둘러대었다. 내가 주인인데 도와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상대방은 무슨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그만 두었냐고 물어보았다. 그때서야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꼬치꼬치 물어보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진짜 손님이 아니고 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전화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그냥 되풀이해서 대답했다. “He doesn’t work here any more, but I can help you." 그는 약간 수긍이 가지 않는 다는 듯이 “I don't think so."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가 나중에 그만 둔 그 세일즈맨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잠시 후에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하여 사실대로 말하면서 자기가 그 세일즈맨의 엄마라 했다. 자기 아들이 회사를 그만 둔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 하였다. 자기 아들이 혹시 먼저 그만 두겠다고 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차마 진짜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세일즈맨한테 말한 것을 똑같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 세일즈맨이 겉으로 보기에는 나이는 어려도 굉장히 어른스럽고 의젓하게 보였는데 집에서는 그것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다 성년이 된 아들문제로 회사에까지 전화를 하는 것이 좀 우습게 보였다. 이것이 내가 직원을 고용한지 몇 일 만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