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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시리즈 1편 - 눈물의 지리산

by yendys

Chapter 1. 초보 산악인의 버킷리스트 산, 지리산


까똑. “<무박 지리산 일출 산행 산악회원 모집> 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최근 가입한 산악회 단체 카톡방에서 다음 산행 일정이 올라왔다. 몇 년간 등산을 다니며 어느새 내 버킷리스트가 된 지리산이었다. 지리산이라.. 이름만 숱하게 들어보고 정작 아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너무 가보고 싶었던 산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나를 설레게 하는 산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지리산이리라.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를 팔로우해놓고 지리산을 다녀온 사람들의 멋진 산행사진을 구경하며 내가 다녀올 그 날을 꿈꿔왔던, 그 산이 다음 등산 장소로 올라왔다.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사진들. 그리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 마음이 요동쳤다.




맘 같아선 당장 모집글에 참석을 누르고 싶었지만 지리산을 오르기에 나는 객관적으로, 체력적으로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운동을 몇 개월 쉬었던터라 근력과 지구력은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었고, 최근에야 다시 산을 타기 시작해 다른 사람들과 발 맞춰 지리산을 오를만큼의 등력이 뒷받침될 것 같지 않았다. 같이 가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순 없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 마음을 접자..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도, 퇴근 후 인스타그램을 볼 때도 자꾸만 지리산이 아른거렸다. 아,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 그 때인 거구나.


나는 결국 주특기를 쓰기로 했다. 일단 저지르고 후 수습하기 전략. 지리산에 오를 체력은 없었지만 배짱은 있었나보다. 지리산행 야간 버스 결제 버튼을 누르고 모집글에도 ‘시드니 참석’을 적어냈다. 어쩐지 버킷리스트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라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등산까지는 아직 2-3주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체력을 기르면 되겠지? 주3회 러닝으로 폐활량 좀 늘리고,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었다. 때는 모임이 잦은 연말이었고 운동과 다이어트는 내년부터라고 했던 말을 변명삼아 자꾸 운동을 미뤘다. 결국 단 한번의 운동 없이 지리산 등산 D-5가 되었다. 초조해졌다. 지난 12월 초 등산 이후로 운동을 한번도 못했던는데.. 이대로 지리산을 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이제라도 취소할까? 그래 취소하자. 안되겠다.


결제한 버스를 취소하려고 들어가니 100% 환불기간이 끝나 70%만 환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환불 시에는 50%, 그 다음날은 30%, D-1은 환불 불가 규정이 적혀있었다. 30%를 수수료로 내느냐, 지리산을 가느냐. 어느 쪽도 만만해보이지 않았기에 원래 계획대로 지리산을 가기로 했다.


등산 D-1. 무박 일출 산행이어서 하루 전날 사당역에 모여 다같이 버스를 타고 지리산으로 떠나는 일정이다. 밤 11시 30분 즈음이 되자 지리산을 가려고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개중에는 저번 산행을 같이해서, 몇몇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버스는 출발했고, 3-4시간 정도의 버스 이동시간동안 눈을 좀 붙여야 했지만 잘 오를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으로 뜬 눈으로 지리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시간은 새벽 3시 30분. 버스에서 내려 찌뿌둥한 몸을 풀고 있으니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져 내릴 것 같던 무수히 많은 하얀 별, 밝게 빛나는 달이 반겨주고 있었다. 편성된 오늘의 전우, 조원/조장님과 간단한 소개말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앞으로 8시간 정도의 등산을 해야하므로 꼼꼼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헤드랜턴을 켜고, 등산 스틱을 준비하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장비들을 재정비했다. 이제 진짜 지리산에 오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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