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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dys Nov 25. 2017

취준일기 2탄 - 스타트업 면접에 관하여

저는 면접 울렁증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몇 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알게되어 계속 써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고 인턴십 기간 동안 미니 스타트업을 경험할 수 있는 UKOV 17기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단 신입직으로 지원하여 정규직 취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IT 업계와 SaaS 쪽의 마케터를 하고 싶은 나로서는 해당 업계 경력이 부족한 내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지원했다. 그리고 근무하게 될 스타트업에 꽤 관심이 가는 곳들도 있었기 때문에 최종에서 떨어지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름 UKOV 블로그에 올라온 글과 관련된 기사나 브런치 글을 틈날 때마다 정독했고, 평소 사회적기업이나 벤처,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백그라운드 덕분인지 지원서 제출까지 촉박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빠른 시간 내에 지원서를 완성하여 제출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인만큼, 웹상에 다른 사람들의 후기가 정말 많이 부족했는데 그런 것들이라도 하나씩 읽으며 '나도 합격하면 꼭 후기를 올려야지!' 하는 김칫국 포부를 했더랬다. 서류 제출 후 2~3일 내로 1차 서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해당 주 주말에 잡힌 1차 면접 일정. 평소 관심만 있었지 업계에 대해선 일체 정리된 바가 없었던 나는, 덜컥 서류 연락을 받고나서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1차 면접을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취준시작 이후 보게되는 첫 면접인만큼 친구를 만나 면접 코칭도 받고 (말이 안나와서 조언만 듣다가 끝났지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혼잣말로 연습도 했지만 긴장이 누그러들지 않아 면접장에 40~50분 가량 먼저 도착해버렸다. 처음으로 면접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버린 것.


1차 면접은 회사와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이전 기수 OB 선배들과 면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캐주얼한 느낌이었다. 다대다 면접이었고 면접관 2명에 면접 대상자 3명이 들어갔다. 진행시간은 약 한 시간.

간단한 자기소개와 공통질문, 경험 기반 개인 질문이 차례로 이어졌고 긴장되어 손이 덜덜덜 떨렸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면접이 진행됐던 것 같다. 특히 양 옆에 앉은 친구들의 차분한 말솜씨와, 개그맨 못지 않은 유머감각 덕분에 한 시간이 언제 흘렀나 싶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면접이었다. (옆 지원자가 말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몰입해서 듣다가 현실 웃음 터지는 바람에 참느라 고생했다.) 끝나고 나서 훈훈하게 서로 많이 배웠다는 얘기를 주고 받고 출출한 김에 같이 점심식사도 함께 하며 면접 후기를 공유했다. 합격이 되면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진 그들과의 만남이 너무 유쾌했던 덕분일까. 경쟁도 잊은 채 합격해서 정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참, 1차 면접은 강남역 근처에 있는 소프트뱅크 코리아 본사에서 이뤄졌는데 깔끔한 내부 환경에 모두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면접을 진행했던 사람들과 자기소개를 하며 면접 대기시간을 보내는 게 도움이 돼 같이 면접 보는 사람들과도 편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이틀 정도 후에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고 곧이어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1~5지망까지 선택하여 설문지를 제출했다. 리스트 상에는 대략 6~7개 정도의 회사가 있었고 그 중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보고 신중하게 기입해서 제출. 설문지까지 내고 나면 UKOV에서 회사와 나와의 케미를 고려해 매칭을 해주는데, 이 때 회사도 나를 선택해야 원하는 회사와 매칭이 된다.


설문지를 낸지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매칭된 회사가 00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에서 개별적으로 연락이 갈거란 메일을 받고 하루 만에 내가 지원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12월 초나 11월 마지막 주에 면접을 진행하게 될 줄 알았는데 바로 연락이 와서 그 주 금요일, 그러니까 어제 면접을 보기로 했다.


평소 내가 만들고 웹이나 앱으로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었다. 마케팅 쪽으로 지원을 한 것이었고 면접관은 두 명으로 마케팅 팀에서 커뮤니티와 컨텐츠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스타트업 답게 (?) 젊은 연령대의 면접관이었고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정말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지원자로서는 스타트업의 경우 더더욱 알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면접관을 통해 회사 분위기를 가늠하기 마련인데, 해당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수평적인 분위기인 것 같았다.


하나의 회사를 통해 모든 스타트업을 평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갔던 M 스타트업의 경우,

채용 공고에서만 보던 자유로운 분위기, 수평적인 조직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면접보다는 한 시간 동안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수다를 떨고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여기서 이만 마무리를 짓자면,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게 있었는데 실제로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어 좋았고 근무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대체적으로 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업계에서는 큰 편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사람 한 명 한 명이 기업 문화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고 한 명을 뽑더라도 신중하게 뽑는다는 얘기가 귓가에 맴돈다.


사람이 미래다.

D사가 내걸었던 광고 카피다. 그러나 사람이 미래라던 그 기업은 1년도 채 안돼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며 변했던 기억이 난다. 설령 기업은 변했을 지언정 5년이 지난 지금도 광고카피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역시나 사람이, 미래다.


 



받았던 질문


- 간단하게 자기소개

- 이력서 상에 하고 싶은 직무가 전략기획자 라고 돼 있는데, 마케팅 직무도 괜찮은지

-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 제작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커뮤니티팀과 컨텐츠팀이 하는 일

- 먹는 거/맛집 좋아하는지? (회사 관련)

- UKOV 활동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

- 이력서 상에 있는 내용 질문 (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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