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에 몸을 담그다
가장 오래 머문 Sant Sewa Ashram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머지 이틀은 인도판 육아특공대 전역을 기념으로 리시케시에서 상당히 고급진 호텔에 묵기로 했다.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선물같은 이틀이
될 것이다. 간밤에 꿈자리가 뒤숭숭해 무거운 몸으로 뒤척이고 있는데 깍두기는 빨딱 일어나 엄마 강보러 나가잔다. 강보러 나가자고 엄마를 깨우는 딸이라니....리시케시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깍두기는 시리얼바 하나를 먹으며 마치 영화 관람하듯 한참이나 강을 내려다보았다. 볼 때마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며칠 전 아쉬람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강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문을 통해 나가서 성스러운 아침 목욕을 하고는 했다. 마지막 날. 그냥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워서 깍두기에게 강에가서 목욕할까 물으니 눈꼽도 안 뗀 외출 제안에 신이 나서 방방뛰었다.
몸을 담그기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잠시 인도 사람들을 구경했다. 빤스바람의 인도 남자들과 사리를 입은 여자들이 삼삼오오 물에 들어갔다 나오곤 했다. 남자들은 마치 타잔이라도 된 것처럼 삼각팬티 하나 입고 점프하고 수영하고 노는 데에 반해 여성들은 마치 살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큰일나는 것처럼 사리로 꽁꽁 싸매고 줄을 잡고 조심스레 들어가 꺅꺅 소리 지르며 여고생 포스를 풍겼다.
깍두기는 잠시 물에서 놀더니 철퍼덕 앉아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물이 상당히 깨끗해서 일 미터만 나가도 남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막 헤엄치는 게 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차가움에 질 수 없다! 나는 다시 한번 완전입수에 도전해보았다.
물이 무척 차가웠어서 무슨 기도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꽤 간절한 기도였을 것이다.ㅎ
깍두기는 이제 더 이상 소가 무섭지 않은지 물먹는 소 옆에 가서 한참을 관찰하기도 하고 같이 뛰어놀기도? 했다.
오전 시간을 갠지스에서 놀며 보낸 후 이틀 전 아쉬탕가 요가의 여파로 삭신이 쑤셨던 나는 좀 쉬기로 했다. 근력의 한계치를 넘어갔는지 온몸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희망적인 고통이다. 내 몸이 단련되고 있다는 희망감.
슬렁슬렁 밥먹고 쉬며 보내다가 오후 네시 Veer의 빈야사 수업에 갔다.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니 숙모의 어린 친구인 비르와 인사도 나눌 겸 그의 수업에 갔는데 텅 빈 요가홀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수업이 취소되었다고 했다. 비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전부터 물놀이를 한 깍두기가 피곤한지 몸을 배배 꼬며 몸살을 했다. 가까운 찻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자며 셋이 나섰다.
Veer와 한참을 이야기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었다. 인연이란 참으로 신비롭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갠지스에서 물놀이를 해서 그런지 나도 깍두기도 피로했던 하루. 집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꽤나 괜찮은 엄마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나는 인도에서 자주 내 인내심의 한계를 마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바닥을 드러낼수록 아이는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식의 성숙은 내가 바라는 바는 아닐진데. 미안함으로 속이 꽉 찬 밤.
인도판 육아특공대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있었다.
너와 나
함께 성장하고 있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