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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 Jul 06. 2024

엄마가 된다는 것

걱정이 많은 나는 엄마가 된다는 게 너무 무섭다. 갑자기 이 세상이 나를 향한 적처럼 느껴진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우리 아이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오만가지 시나리오가 머리를 휘젓고 다닌다. 그래서 더 잠이 안오나 ㅎㅎ


최근에 들은 유튜브 강의에서는 우연에 대해서 얘기했다. 삶의 정말 많은 부분들은 우연으로 생겨났으며 우리가 통제할 수 있거나 (통제할 수 없지만)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의 우연적인 면모를 그저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명상의 목적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맞다. 인생이 힘들어질때는 돌이켜보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통제하려고 할 때였다. 또는 내가 정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고민할 때였다. 예를 들면, 난 왜 이런 가족환경에 태어났을까 하는 그런 쓸데없는 고민들. 가족은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것처럼 삶에서 정말 많은 부분들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는, 그리고 나는 내가 내 삶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 속에서 괴로워한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 일,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가올 모든 우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는 것이 아닐까?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잘 분별하고, 그 일들에 대해서만 힘과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지혜를 바래야 하는 일이 아닐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라는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끊임없이 생각해야겠지. 내가 이 상황에서 우연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은 무엇이며, 내가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 - 그 작은 부분은 무엇일지. 그리고 나는 그저 거기에 집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개인으로서 나의 노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되, 나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이 지혜가 있다면 나는 그래도 좀 더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엄마가 되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다 통제하려는 그 마음이 나를 자꾸 불안하게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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