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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 Jul 10. 2024

후회를 한다는 것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내가 바뀔까? 

자꾸만 자꾸만 나는 내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의 나를 미워하고 후회한다.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니? 왜 그 정도의 노력밖에 하지 않았니? 뭐가 그렇게 게을렀니? 

그때의 나를 자꾸만 자책하고 미워하고 흉보고 욕한다. 

그런데 그러면 뭐가 바뀌나? 그렇게 하면 과거의 내가 다른 행동을 한 게 되려나? 

그것도 아니면서 자꾸만 다른 시점의 과거로 돌아가서 나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한다. 

지금의 나에게 더욱더 대미지만 주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책과 자기혐오는 지금의 나에게 현재를 살아갈 힘을 빼앗는다. 

과거의 내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할 수 없을 거야. 같은 무력감을 나에게 준다. 


분명 생각해 보면 내가 잘했던 열심히 했던 일들도 있었을 텐데, 지금 여기까지 오기까지 내가 포기하지 않고 해낸 일들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나쁜 것들만 내 머릿속에 자꾸 넣고 싶은 사람처럼 그때의 나로 되돌아간다. 


과거의 내가 이러했기 때문에 미래의 나도 어떠할 것이라는 귀납적인 사고는 나의 미래를 막는다. 

나는 아직 내 인생의 (평균 수명으로 따지자면) 반도 안 살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편에 속한다. 

그 시간들을 모두 과거의 기억으로 막아버리면서 살 작정인가? 


우리 아기에게도 이런 태도를 가르칠 것은 아니잖아.
항상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툭툭 털고 나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잖아.
그러면 그 태도를 너부터 실천해야지. 


몇 번 씨게 부딪히고 넘어졌어도 엄마는 잘 털고 일어났다고. 

그 돌부리들이 무서웠어도 엄마는 다시 달렸고 거기서 새로운 풍경을 만났다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왜 나는 부딪히고 넘어진 그 지점에 다시 자의로 되돌아가서 주저앉아버리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말하는 것만큼 쉬웠으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고 이런 글도 쓰지 않았겠지. 

지금 내가 버티고 견디는 모든 감정들과 순간들이 나에게 굳은살로 남아서 다시 잘 달릴 수 있는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들어도 거기에 무자비하게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그 감정을 기반으로 더 단단한 내가 될 것이다. 원래 단단해지는 것은 힘들다. 굳은살이 베기는 것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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