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은 기뻣지만 브런치에 첫 글 게시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2월 마지막 주, 나는 To-do 리스트에 한 줄을 추가했다. "브런치 작가 도전."
19년 된 내 블로그를 정비하며 시작했다. 사진이나 그림이 있는 짧은 글들을 올렸다. 점심시간을 쪼개서 이틀에 걸쳐 완성한 글들이었다. 댓글도 달리고 좋아요 수도 올라갔지만, 뭔가 아쉬웠다. 블로그는 정보 중심의 플랫폼이었다. 정보를 찾는 사람들의 구조화된 공간에 내 감성적인 글을 올린 셈이었다. 노출도 적고, 반응도 시원찮았다.
가끔 뉴스 키워드를 검색하면 브런치 글이 노출되는 걸 본 적이 있다. 지금 나에게 더 잘 맞는 플랫폼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작가 신청 과정을 만만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자기소개와 글쓰기 계획을 각각 300자 내외로 작성하라는 입력창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누군가 내 글을 검토한다는 생각에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신중하게 작성했다.
그리고 금요일에 신청서를 보냈다. 며칠은 걸릴 줄 알았는데, 월요일에 답장이 왔다. 결과는 낙방.
기분이 참신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운전면허 시험 이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시험에 도전하고, 당락을 기다리고, 그 결과가 낙방이라니.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부정의 에너지가 오히려 내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역시 만만하지 않구나." 팔을 걷어붙이며 다짐했다. "다시 해보자." 이틀 후, 재신청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브런치 측에서 원하는 내용을 꼼꼼히 분석했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문장 하나하나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첫 신청 내용을 저장해두지 않은 게 아쉬웠다. 남겨뒀다면 수정해가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다시 썼다. 언제 이렇게 무언가에 고심하며 시간을 보냈던가 싶었다.
나름대로 정리를 잘 해서 다시 신청했다. 첫 낙방에 어벙벙했으니, 이번에도 떨어지면 또 재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당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인생에는 크고 작은 당락의 순간들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 도전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일이겠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이 떨림 때문인지 몸속 깊은 곳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한 번 낙방해보니 두 번째부터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크게 손해 볼 것도 없었으니까. "이런 곳에서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다음 날, 회의 중 스마트워치로 메일 알림이 왔다. 브런치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합격이었다. 내게 좋은 글을 기대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라고 소리 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메일에는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살면서 여러 기대를 받아왔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직장 내 직책으로서 받는 기대들. 하지만 이 기대는 달랐다. 이것은 나를 위한 기대였다. 나도 내가 기대되고, 이 기대를 하나의 글로써 누군가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계획했던 대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이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내 브런치에 어떤 글을 남기게 될지 스스로도 기대된다. 앞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것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정성껏 써보려 한다.
첫 번째 낙방이 오히려 두 번째 합격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주었다. 때로는 거절당하는 경험이 우리를 더 강하게, 더 간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