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디지털 독서 플랫폼의 유혹 속에서도 종이책을 선택한 이유
얼마 전, 통신사 이벤트로 ‘밀리의 서재 무료 쿠폰’이 도착했다.
모바일 독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잠깐 다시 떠올랐지만, 결국 구독을 망설이다 접었다.
가끔 지하철에서 작은 화면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디서나, 구독료만 내면 수십만 권의 책을 손안에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핸드폰이라는 매체가 불편하다.
시간을 절약하려다 오히려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들 앞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책을 읽는다 해도 아이들 눈에는 그냥 '핸드폰 하는 아빠'로 보일 것이다.
"아빠도 핸드폰 하잖아요"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아이들은 정말 부모의 거울이다.
또한, 책이라는 물건은 단순히 글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작가의 생각이 담긴 글뿐 아니라 표지, 종이의 질감, 서체와 레이아웃까지.
이 모든 것을 비용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 종이를 넘기며 읽는 맛이 있다.
최근에는 한 권의 책을 통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내용은 훌륭했지만, 글자 크기와 자간, 책의 크기까지 모두 불편해 읽는 데 큰 방해가 됐다.
좋은 내용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형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나는 지금도 읽고 싶은 책 190여 권을 리스트로 정리해두고, 중고 서적 위주로 구매해 읽는다.
가끔은 이전 독자의 손글씨가 남아 있는 책도 있다.
페이지 구석에 적힌 짧은 문장은 나의 독서 경험에 뜻밖의 여운을 더해준다.
종이책은 물성이 있는 동시에, 사람의 흔적이 스며든 서정적인 물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책장을 넘기며 읽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