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은 다르다
1개월 전, 이 회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신감이 넘쳤었다. 회사에 가면 빠르게 적응하고, 주니어지만 능숙하게 일할 것이라는 자신감 말이다. 이 자신감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는데, 경력이 많은 PM분들의 아티클과 PM 관련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1년 7개월 간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출시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전에 투입되고 나서 나는 나의 경험들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은 나에게 잘못된 습관을 만들어 놓았고, 아티클과 책의 지식은 내가 남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착각을 주었다. 부끄럽게도 이 사실을 나는 스타트업에서 1개월 동안 일하고 나서야 깨달았고, 그동안 안일했던 나의 태도에 큰 실망을 느꼈다.
내가 실망을 더 크게 느낀 이유는 이 회사에 들어올 때 나 자신과 세운 목표 때문이었다. "수습 딱지는 1개월 안에 떼버리자." 이 목표가 얼마나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는지 1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매주 피드백 시간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나의 문제점은 PM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처음 이 피드백을 들었을 때, 앞으로 구조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면 금방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로 인해 생긴 주저리주저리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았고, 4주 차 피드백 시간에도 이 말을 듣게 되었다. 아직도 구조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PM이라면 책과 아티클에서 배운 프레임워크를 적용해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된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이제 여기에서 내가 과거에 읽었던 책, 아티클의 지식들이 힘을 발휘해야 되었지만, 글자를 읽기만 했던 나에게 이 지식들은 이미 휘발되어 버린 상태였다.
커뮤니케이션 외에 나의 잘못된 습관은 또 발견되었다. 새로운 문제나 아이디어 등이 나왔을 때, 'What과 How를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PM이기에 이것을 '왜' 해결해야 되는지 '왜' 만들어야 되는지 이런 큰 질문부터 작은 '왜' 질문을 만들어가며 본질을 알아내야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나는 늘 문제는 리서치에서 찾고, 이것을 왜 해결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습관은 이후 실현 단계에서도 큰 문제를 만들어냈다. 나조차도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만들어야 되는지 명확하게 몰랐기에,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껍데기뿐인 PRD는 나조차도 왜 작성하는지 몰랐고, 엔지니어들은 이 PRD를 읽고 나보다도 혼란스러워했다.
나는 1개월 후에라도 이렇게 회고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부터 나는 변화를 위해 인스파이어드를 다시 꺼냈고, 파트 1을 정독한 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실리콘벨리의 한 회사에서 최고의 PM으로 일하겠다는 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앞으로 더 큰 추진력을 얻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