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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

브런치를 시작하며

by 정재은

2018년은 '낙선' 소식으로 시작했다. 아무도 그 소식을 나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당선자에게는 당선 소식을 '개별 연락'해주지만 낙선자는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다, 떨어졌음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12월 30, 31일은 주말이니까 당선이 됐다면 적어도 29일엔 연락이 왔을 것이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1월 1일이 지나기까지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31일 늦은 밤에 인터넷으로 확인한 당선자 발표 및 심사평에서 나는 내 작품이 본심은커녕 예심에조차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부끄러운 사실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시작해야 할 1월 1일에 깊은 우울감을 가져다줬다. 얼마 전 읽은 구절을 찾아내 옮겨 적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로서는 등단과 비 등단을 칼 같이 가르는 우리의 문학 풍토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에 크게 뜻을 둔 사람이라면 그가 어느 단계에 있건 시인이나 소설가로 자처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가 그를 그 이름으로 불러주어 나쁠 것이 없다. 물론 그가 그런 이름을 얻고 나서도 문학하는 사람들과 뜻있는 독자들에게 확고한 인정을 받기까지는 극히 험난한 길이 아직 남아 있다."
- 황현산 「우물에서 하늘 보기」 중 '신춘문예를 생각한다'에서


사실 오랫동안 작가가 되길 원했으면서도 신춘문예에 작품을 제출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마감날짜가 가장 늦은 곳의 마감날에 겨우 제출했다. 당선이 되었어도 오랜 시간 등단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미안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이 희곡 작가인지 소설가인지조차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만 글을 쓰는 것이 좋고, 단어를 고르는 일이 재미있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라. 컴퓨터가 있다면 거기에 쓰고, 노트라면 노트에 쓰고, 냅킨밖에 없다면 냅킨에다 쓰고, 흙바닥뿐이라면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집어서 흙바닥에 쓰고, 우주 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다면, 머릿속에다 문장을 쓰자.”
-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


그래서 나는 이곳에 글을 쓰기로 한다. 누군가와 함께 글로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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