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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뭐길래

작가들의 첫 작품을 모은 '신춘문예 단막극전'을 보고

by 정재은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벽에는 모니터 2대가 나란히 걸려 있다. 하나의 모니터에는 대극장 무대가 보이고 다른 하나에는 소극장 무대가 보인다. 비어 있던 소극장 무대에 2시경 스태프가 등장해 누런 장판을 까는 것으로 셋업이 시작된다. '신춘문예 단막극전'의 첫 작품인 <춤추며 간다>의 배경이 되는 단칸방을 만드는 작업이다. 스태프가 무릎을 꿇고 소품을 하나하나 배치하는 것이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져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게 될 때가 많았다. ‘신춘문예 단막극전’은 그 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공연으로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최하고 있다. 희곡부문을 뽑는 신문사가 6개, 협회가 1개로 총 7개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신춘문예 단막극전’이 독특한 것은 하루에 7개의 작품을 모두 무대에 올린다는 점이다. 오후 3시부터 매시 정각 새로운 작품이 시작된다. 50분 내외의 공연 후 십분 휴식시간 동안 이전 공연의 무대는 철수되고 다음 공연 무대가 셋업된다. 관객들은 하루에 7개의 공연을 모두 보는 ‘도전’을 하기도 하며 몇 작품만 골라 보기도 하고 2-3일에 나누어 보는 관객도 있다. 나는 지난 금요일에 7개의 작품을 하루에 모두 관람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이수진 작 이은준 연출의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웠고 희곡을 잘 살려 무대화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 오후에는 ‘신춘문예 단막극전’ 합평회 및 시상식에 다녀왔다. 합평회에서 평론가들의 시선으로 작품을 다시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을 말하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들의 모습이었다. 합평회와 함께 시상식이 있어 배우들도 다수 참석했다. 첫 작품 <춤추며 간다>에서 엿장수로 나오는 배우 역시 멋진 페도라를 쓰고 있었다. <마트료시카>에서 송윤경 역 ‘민주엄마’로 나왔던 남자배우도 평범한 청년이었다. 에이미 선생님은 아주 촌스러운 의상에 고집스러운 모습이었는데 청바지에 후드티셔츠를 입은 권지숙 배우는 무척 세련된 모습이었다.


에이미 선생님을 역의 권지숙 배우는 연기를 시작한지 15년이 넘으면서 초심을 일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춘문예 단막극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우수 연기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의 대사를 외우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두달 여간 연습에 참여하고 2주간 무대에 오른다. 그런 배우들이 받는 사례는 겨우 15만원. 그들이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면 최저임금으로도 계산이 안되는 액수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쁘게 작가의 첫 작품을 응원하며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의 진솔한 수상소감에 공연을 보는 것만큼이나 뭉클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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