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작가, 겨울 무대를 다시 만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학로에서는 ‘봄 작가, 겨울 무대’라는 프로그램이 매년 열렸다.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 작가들이 새로운 장막 희곡을 써서 무대에 올리는 프로젝트이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봄 작가, 겨울 무대’라는 프로젝트 이름은 정말 낭만적이다. 나는 신춘문예 당선 작가를 부르는 ‘봄 작가’라는 그 말이 그렇게 예쁘고 부러울 수 없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꿈만 꾸었기 때문에 여전히 꿈꾼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작가 지망생이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와 맡게 된 업무는 공연단체나 예술가와 협의해 공연을 만드는 기획공연이다. 그 중 하나가 2014년 이후 중단된 ‘봄 작가, 겨울 무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매년 공연을 꼭 챙겨볼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던 터라 이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누구보다 반가웠다. 게다가 기획 담당자가 작가 지망생이라니, 누구보다 작가의 입장에서 작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적절한 인물이 아닐까?
희곡은 공연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다. 연출가를 만나고 배우와 스태프를 만나며 그 색깔을 달리한다. 한 작품을 누가 연출하고, 어떤 배우가 캐스팅 되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같은 환경에서 반복되는 공연도 똑같은 법이 없다. 배우들의 컨디션이나 관객과의 호흡에 따라 분위기는 매번 달라진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공연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