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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카 Feb 15. 2022

7. 그들의 신비한 언어

앙드레씨와 신비한 언어를 하는 사람들

7. 그들의 신비한 언어


오영광이 강단 위로 올라가 성경책을 들치적 거리는 동안 김석풍 집사는 의자를 나란히 배열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 때 한 청년이 들어오며 크고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목사님, 김집사님 안녕하세요?"


청년은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으며 등에 기타를 매고 있었다. 키는 큰 편에 속했고 갸름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다정해 보여 충분이 호남이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코가 들창코여서 콧구멍이 많이 보이는 바람에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아, 용민 형제! 어서와요."


오영광이 반갑게 인사 했다.


"이이고, 우리 용민 형제 왔네."


김집사도 푸근하고 정겨운 억양으로 인사했다.


용민은 김집사가 가지런히 맞추어 놓은 줄을 흩으러뜨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만세를 부르듯 두 팔을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렇게 팔을 위로 향한 채 눈을 감고 중얼중얼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눈감은 그의 표정이 진실하고 간절했다.


김집사도 자리에 앉아 기도를 시작했다. 그는 용민처럼 두 팔을 번쩍 드는 대신 두 손으로 양 무릎을 꽉 움켜쥐었다. 기도 소리는 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체 조용히 묵도했다. 한 숨 내리 졸기 딱 좋은 자세였다.


가장 특이한 기도 자세를 보이는 사람은 오영광이었다. 교회를 이끄는 사람답게 신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벽을 마주보며 무릎꿇고 앉아 두 팔을 경사가 완만한 U 자를 그리듯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우렁찬 소리로 기도했다. 그의 입에서 이상한 문장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리야 산나 산나 모리야바 모라야바 하리야 산나 산나 모리야바 모리야바......"


세 사람이 기도에 집중하는 사이 지혜 자매가 조용히 예배당에 들어와 앉았다. 그녀는 삼십 대 중반으로 불문학 박사과정을 밝고 있다. 그녀 역시 자리에 앉자마자 몸을 앞뒤로 흔들흔들 하며 들릴듯 말듯 한 소리로 기도를 시작했다.


"샤라샤라샤라샤라 빠라쌰라빠라쌰라 하라싸라하라싸라"


제일 먼저 기도를 마친 사람은 용민 형제였다. 그는 눈을 뜨고 마치 기도시간의 끝을 알리듯 기타 줄을 틩기며 화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오영광과 김집사 지혜 자매도 기도를 멈추었다. 찬양할 시간이 된것이다. 용민이 기타를 들고 앞으로 걸어나가 신도들 앞에 섰다.  


"자, 이제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주님께 찬양 드리겠습니다"


그가 기타를 치며 선창 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용민은 찬양만 시작하면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 울리는지 나머지 세 사람의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는 마치 자신이 수천명의 관중 앞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 해야 하는 가수라도 된 것처럼 악을 쓰며 목소리를 최대로 높였다.

열정적인 몸짓도 여는 록가수를 능가했다. 리듬을 타고 몸을 앞 뒤로 흔들며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가 하면 심취한 표정으로 박자에 맞우어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기도 했다.

그러가다 갑자기 기타 줄 튕기던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는 눈을 감은 채 감동에 젖어 노래 주제와 어울리는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인간의 죄와 그리스도의 희생을 주제로 찬양 할 때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지난 한 주도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았습니까? 다시는 죄짓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얼마나 죄를 짓고 살았습니까? 지금 이 시간 찬양으로 주님 앞에 회계합시다."


이어지는 노래가 그리스도의 부활과 복음 전파에 대한 찬양이면 그는 순식간에 표정과 멘트를 바꾸었다.


"여러분! 기쁜 마음으로 주님의 부활을 찬양합시다. 우리의 영혼은 구원받았습니다! 이제 다 함께 세상으로 나가 주의 말씀을 전해야 합니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는 얼굴에 기쁨 가득한 웃음을 짓고 경쾌하게 기타 줄을 튕겼다. 그러면 방금 전까지 그와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죄를 회계하던 세명의 청중이 순식간에 기쁜 얼굴이 되어 신나게 박수를 쳤다. 영광교회 신도들은 감정 조절의 스위치를 빠르게 ON/OFF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주에는 용민이 또 무슨 감동을 받았는지 들뜬 목소리로 청중에게 찬양과 함께 율동을 겸하라고 말했다.


"이제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의 기쁜 마음을 율동으로 표현합시다. 율동으로 주님께 찬양 올립시다!"


그가 몸에 걸린 기타의 거추장스러움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신나게 율동을 시작했다.


"해 뜨는 곳부터 해 지는 곳까지 주 예수를 찬양하리......"


그는 양 팔을 머리위로 크게 반원 그리듯 돌리며 열 손가락을 찰랑거렸다. 햇살이 부서지는 모양을 묘사하는 것이다. ‘찬양하리’ 라는 귀절에 이르러서는 양 손을 입가에 같다 대고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하며 나팔을 부는 시늉을 했다.  


율동을 가장 예쁘고 정확하게 하는 사람은 지혜 자매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느 작은 시골 교회 목사이기 때문에 교회란 그녀에게 삶의 배경이나 다름없었다. 아이 때는 주일학교에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했고 중학교 때는 예배시간에 피아노 반주를 했으며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따라서 개신교 찬양시간에 사용하는 모든 율동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리듬을 타며 정교한 손짓과 몸짓으로 율동을 했다. 과연 남들과 구분 되는 섬세한 동작이었다. 가령 노래를 하며 얼굴에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입을 과장되게 벙긋거린다던가 리듬을 타고 고개를 살짝살짝 흔들며 짧은 단발머리를 기분 좋게 찰랑이는 것 등은 주일학교 교사를 해 본 사람이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반면 김석풍의 율동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아이고, 이 민망한 노릇이 언제 끝날까!’ 하는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교인 수라도 많으며 가만히 있어도 인파에 묻혀 표가 나지 않을텐데 강단 위에 있는 목사님을 제외하면 청중이라고는 달랑 그와 지혜 자매 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마지못해 따라 하는 시늉을 하며 엉거주춤 서 있는데 용민은 그의 속사정도 모르고 코를 벌름벌름 하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신도들, 그러니까 지혜 자매와 김집사를 격려했다.


"여러분! 더 크게, 더 기쁘게 율동을 합시다!"


지혜 자매는 이미 잘 하고 있으니 당연 김집사를 향한 소리였다. 마지못해 동작을 더 크게 따라 하는 김집사의 얼굴이 점점 더 불편해 보였다.


하나님께는 영광을 김석풍에게는 민망함을 안겨준 찬양시간이 끝나자 오영광이 예배를 인도하기위해 강단 중앙에 섰다. 총 일곱 명의 성인 신도 중 단 세 명만 참석한 것이 섭섭했는지 그가 가족을 걱정하는 어투로 말했다.


"오늘 주집사님 가정은 안 오셨네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는 혹시 사연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보려고 몇 안 되는 신도들을 죽 돌아 보았다. 총 인원 네 명이 서로 눈 빛을 교차하며 확인하는 것은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도 주집사의 불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주찬양 집사는 신도 중 유일하게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지하철 타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왕년의 오페라 가수 최귀녀 성도를 픽업해 오는 일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주집사가 결석을 하면 그의 아내 유에스더 집사와 두 살난 아들 믿음이 그리고 최귀녀 성도까지 총 네 명이 결석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영광교회 신도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기에 주집사의 부재는 그 타격이 컸다.


오영광은 섭섭한 표정을 얼른 지워버리고 엄숙한 목소리로 예배를 선포했다. 그리고 개회찬송을 선창 했다. 여의도의 한 대형 교회에서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오영광은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는 목사님이 바로 그 교회 원로목사였던 분이며 영광교회도 그 교회처럼 엄청난 부흥을 이루며 세계속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종종 말했다.

개회찬송이 끝나자 오영광이 말했다.


"여러분, 주여 삼창 하시며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이곳에 모십시다."


‘주여 삼창’이란 큰 소리로 ‘주여!’를 세 번 외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개신교에만 있는 특징인데 어떤 이들은 관습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오영광은 이 ‘주여 삼창’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신도들이 전심을 다해 큰 목소리로 주님을 부를 때 기도에 응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프랑스에 와서도 이 토속적인 전통 또는 관습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여러분, 간절히 주님를 찾으세요!"


오영광이 목청을 다해 '주여!'를 외쳤다.


‘추이여어어! 추이여어! 추이여어!’


신도들도 그를 따라 '주여!'를 외쳤다.


"주여어! 주여어! 주여어!"


"쭈여! 쭈여! 쭈여!"


‘주여!’를 간곡하게 세 번 부른 후 그들은 방언 기도를 시작했다.

오영광은 ‘하리야 산나산나 모리야바 모라야바 하리야 산나산나 모리야바 모리야바‘ 하고 기도했고, 용민 형제는 ‘할랄라라라라라라 발랄라라라라라라 할라발라할라발라 할라라라라라라라’ 라고 기도했으며, 지혜 자매는 ‘샤라샤라샤라샤라 빠라쌰라빠라쌰라 하라싸라하라싸라’ 하고 기도 했다.


좁고 눅눅한 소극장에 신도들이 뿜어 내는 기이한 소리가 벽을 때리며 메아리 쳤다. 이토록 모두 악을 쓰며 정신없이 기도 할 때 김석풍 집사는 주님께 전내용이 별로 없었는지 혼자 체면 차리고 점잖게 앉아 있었다.


그들이 요란한 방언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을 때 비스듬히 열린 문 사이로 머리를 반만 내밀고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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