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어느 날의 기억-
우연히 감성을 자극하는 어플,
브런치를 만났다.
나도 뭔가를 끄적여, 그 공간에 작은 발자국 하나 남기고픈 마음에 옛 다이어리들을 살폈다.
2010년, 어느새 6년 전의 어느 날의 기억의 조각-
'탈 것'에 관해 끄적여 놓은 메모였는데,
놀랍게도 6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버스가 좋다.
버스가 좋다.
'탈 것'에 있어서는 나는 대부분 가장 단시간에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 어떤 것을 택하는데 여러 번 환승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예외는 없다. 9호선 급행을 놓칠까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매일 아침 지각을 면하기 위해 취하는 나의 일상이다. 하지만 가끔은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빙빙 돌아가는 버스를 선택한다. 지각에 쫓기고 과제에 쫓기고 약속시간에 쫓기고 과외시간에 쫓겨 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적고, 책상 한편에 쌓아둔 책 한쪽을 편히 읽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고, 머릿속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 조차 사치라 여겨지는 나에게 버스에 타있는 동안만큼은 이러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충분히 명분(?)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버스 바깥 풍경은 언제 봐도 즐겁다. 오후 두시의 따사로운 햇볕에 반짝이는 푸른 나무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고, 하굣길 초등학생들의 활기참도 보기 좋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피곤하지만 가벼운 그네들의 발걸음을 보는 것도 즐겁다. 가끔은 어떠한 이유에서 차가 막혀 느릿느릿 가기도 하지만, 느리게 가는 버스 덕분에 못 보던 것들도 보게 된다. 우리 동네 새로 문을 연 카페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해 질 녘 노을을 충분히 감상할 수도 있고 말이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읽다가, 한 숨 자고 일어나서 버스 밖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모금 마시기도 하고, 조금 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한 껏 들이마실 수도 있는, 버스가, 버스가 주는 여유가 참 좋다.
요즘 같이, 무언가에 치여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미래를 위해 지금 견디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다. 오늘 문득, 그 생각을 바로잡을 필요를 느꼈다.(바로 오늘 탄 버스 안에서!)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견딘다는 것이 무언가 목적을 잃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느껴졌다. 작가 다카하시 아유무가 말한 말에 더없이 공감되는 오늘이다.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즐기며 살자."
오늘처럼,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고, 명분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그래서, 버스가 참 좋다.
그래서 난 오늘도 버스를 탄다.
2010.5.20
(다시 보니 부끄러운, 글 이랄 것도 없이 끄적여놓은 메모이지만- 신기하게도 글을 읽는 동안, 그 당시의 기억, 느낌, 날씨가 되살아나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 역시 글엔 힘이 있다. 그저 끄적여놓은 메모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