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꽁치 Feb 10. 2016

익숙한 풍경의 설을 보내며

낯선 풍경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나보다 앞서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은 너무도 많다. 모두가 쉽게만 가는 줄 알았던 그 길들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시간들이었을 것이고, 인내하며 열심히 보낸 시간들이었을 것임을 하나 둘 깨닫는 중이다.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 앞서 간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그러했고,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길가를 쌩쌩 달리던 모든 운전자들이 그러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지금,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대단해 보인다. 또 앞으로 겪는 모든 일들 가운데 앞서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대단해 보일 것이다.


      이번 명절은 좀 특별한 시간이었다. 미혼으로 보내는 마지막 명절인 탓이려나. 그래서인지 이번 설은 익숙한 고향집을 떠나 낯선 풍경의 남편 집으로 향했을 우리 엄마가, 우리 언니가, 우리 외숙모가 사뭇 대단해 보였다. 울컥하는 감정들을 꾸욱- 눌러담으며 낯선 풍경이 익숙해지기까지 열심을 다해서 그 시간들을 지나오셨겠구나 싶었다.


      올 추석부터는 늘 보던 풍경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설엔 특히나 더, 창밖 풍경을 눈에 넣으려고 노력했다.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풍경들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두려 부지런히 두리번 거렸다. 익숙한 외삼촌의 웃음과 친척들끼리 나누던 농담들, 조카의 애교까지-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두려고 했다. 낯선 풍경이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져 있겠지.


꽤나 복잡 미묘해지는 그런, 그럼에도 행복한 그런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온도의 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