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꽁치 Jan 10. 2017

우리 집 인테리어

인테리어 초보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인테리어 초보다. 셀프 인테리어가 대세인 덕에 마음만 먹으면 여기저기서 인테리어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설명과 제시된 사진을 보고 또 봐도 셀프 인테리어는 나에게 퍽 어려운 일이었다. 공간을 바꾸어 가는 사람들의 금손을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신혼집에 들어오기 전 혼수를 장만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침대나 옷장이 들어오게 될 공간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가 않았고, 종류도 가짓수도 너무도 많아 좀처럼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새 살림을 차리게 된 집이 감사하게도 새로 지어진 집이라 벽지나 바닥을 바꾸는 일은 없어도 되었기에 그나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새 집임에도 나름 집의 분위기를 좌우할 물건들을 사놓을 때면 고민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나이기에 색깔이나 모양, 질감을 고르는 일은 꽤 어려운 과제였다. 어느 것 하나 쉬이 결정하지 못해 그저 머뭇거릴 뿐이었다. 새로운 물건들과 기존의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그려내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쿠션 하나 고를 때에도 그저 머뭇거릴 뿐이었다. 분명 인터넷의 많은 블로거들은 여러 패턴의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의 쿠션을 비치해두어도 마치 그것이 세트인 양 어울림을 갖고 소파 위에 놓여있더랬는데 나는 그 조화가 썩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소심한 내 손에는 같은 패턴을 모습을 한 그저 다른 색깔의 쿠션 두 개가 들려있을 뿐이었다. 호기롭게 다른 패턴을 찾아 나선 모양이 꽤 우스웠다.



    멋스럽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신혼집은 아니었지만 사람 사는 공간이 만들어져 간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작은 다육이 화분 하나 한편에 놓았을 뿐인데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남편과의 커플 실내화도 한편에 두니 꽤 근사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설거지를 마친 그릇들이 뒤집어진 채로 차곡차곡 정리되어있는 주방도 하나의 인테리어처럼 어울림이 있었다. 화장실에 나란히 꽂힌 칫솔을 새 것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분위기를 풍겼고, 책꽂이에 채워지는 책들은 또 다른 어울림을 이루어갔다. 심지어 빨래통에 쌓여가는 빨랫감들 마저도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다 갖추어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삶을 살아내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좋았다. 따뜻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가는 공간은 그 어떤 인테리어 정보에서도 얻지 못했던, 그런 것이었다. 따뜻함으로 채워져 가는 우리 집이 좋다.

햇살 좋은 날, 들어오는 햇빛마저 하나의 인테리어가 된다.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 아침이나 저녁- 창밖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집을 채워간다. 햇살 좋은 날, 들어오는 햇빛마저 하나의 인테리어가 된다. 남편과 저녁을 먹고는 귤을 까먹었다. 마주 앉아 오물오물 귤을 먹는 남편의 모습도, 식탁에 까놓은 주황색 귤껍질도 우리 집에 꼭 어울리는 모습이구나 싶어 배시시 웃음이 번진다. 내일의 우리 집이, 남편과 함께 만들어 갈 앞으로의 인테리어가 자못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 여러 나라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