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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Sep 08. 2018

일곱 살의 고민 해결법

당신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하루는 우리 반 친구 하나가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

 “선생님은 요즘 고민이 뭐예요?”

재미있는 질문이었기에 웃음부터 났지만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묻길래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속삭이며 대답했다.

“선생님은.. 사실 요즘 살이 쪄서 고민이야.”

지윤이(가명)가 피식 웃으며 1/4등분 된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펼쳐 들고는 한 장만 뽑아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색종이를 고르려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고민을 해결해 주는 주문이라며 예쁜 선율의 노래를 부른다.

짧은 노래가 끝나고 색종이 한 장을 골랐다. 내가 고른 색종이 뒷면에는 ‘노래 부르기’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만화 주제곡인 듯 한 구체적인 노래 제목이 적혀있었는데, 잘 모르는 노래였다.

“선생님은 이 노래 잘 모르는데 어쩌지..”


“괜찮아요! 그럼 선생님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세요. 그럼 고민이 해결될 거예요.”

라고 씩씩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다른 친구를 향해 다가간다.



아이들이 하원하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가방장에 지윤이가 두고 간 색종이 더미가 보인다. 지윤이에게 허락받지 않은 것은 미안했지만, 궁금한 마음에 색종이를 꺼내 들었다. 여러 장의 종이에는 각기 다른 해결책(?)들이 담겨있었다. “인생을 즐겁게 생각하기”, “거울보고 웃기”, “할 수 있다 세 번 외치기” 등등.. 게 중에는 “뻥이야”라는 장난도 섞여있었다.


한 장 한 장에 꾹꾹 눌러 담은 글씨가 귀여워서 피식 웃으며 보고 있자니, 해결책이 참 기가 막히게 명쾌하다 싶었다. 고민이 되는 여러 문제 중 대부분은 마음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문제들이라고 느끼는 요즘이었는데, 지윤이의 해결책들 대부분이 그런 답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때때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재미난 질문들을 던지기도 한다. 또 오늘처럼 꽤 큰 가르침을 주는 날도 많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른들과의 대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오늘 지윤이의 색종이는 몇 명의 친구에게 고민을 해결해 주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고민되는 문제를 만났을 때, 나는 지윤이의 색종이를 슬쩍 뽑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전에 지윤이가 불러주었던 특별한 노래는 미리 배워둬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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