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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과 검사 그리고 진단

2023년 10월 10일 - 10월 12일

by distritopersonal

입원하기 전 나는 밥을 먹고 가야 하는지 굶고 들어가야 하는지 조금 헷갈렸다. 긴장하지 않았고 놀라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는지 2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 입원 직전인 7시 30분이었다.


뭐라도 먹고 들어가야 한다는 남편 말에 병원 1층에서 요거트와 빵을 사서 대충 먹었다. 이후 2박 3일 내내 쫄쫄 굶었으니 이것마저 먹지 않았다면 나는 암보다 배고픔으로 먼저 세상을 하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살면서 몇 번의 입원 경험이 있었지만 낯선 사람과의 공존을 선호하지는 않는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6인실 입원… 그 텁텁한 공기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각종 소음… 거기에 보호자도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나 (사실은 보호자가 없는 것이 더 편한 나)... 그러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입원시작부터 금식이 시작되었고 나는 모든 응급환자가 그러하듯 검사실에 스케줄이 빌 때마다 각종 검사실로 밤과 낮 가리지 않고 끌려 다니게 되었다. 새벽 3시에 찍은 MRI를 시작으로 다음 날에는 낮 11시 20분에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췌장암 조직검사는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내시경으로 들어가서 보고 나서 조직을 떼어내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서 사전에 알려주셨다. 보호자가 와서 동의서를 써야 해서 엄마가 병원에 와서 서류작업을 해 주셨다.


1시간 정도 걸린 조직검사는 무사히 잘 끝났고 위내시경하는 기구보다 두꺼운 기구로 검사가 실시되었기 때문에 한동안 목구멍이 뻐근하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실력 있는 선생님이 조직을 잘 떼어내서 결과를 바로 정확하게 알게 되어서 이후 치료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었다. 조직 검사는 80% 정도 가능성으로 암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했고 결과는 하루이틀 정도 걸린다고 말해 주었다.


이후에도 금식은 계속 되었고 배고프고 목마른 상황에서 검사를 위해 피는 계속 뽑아가고 있었다. 6인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앓는 소리, 가족 간에 오가는 대화, 간호사 선생님의 지시, 가끔씩 발생하는 불만과 다툼의 말들…


이런 다양한 소음 속에서 2박 3일 자는 둥 마는 둥 시간이 흘러갔고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이제 대충 검사가 끝났으면 이 낯설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3일째 쫄쫄 굶고 있는 나를 좀 내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아침 회진을 하러 오셨다. 선생님이 무겁게 입을 뗐다.


“조직검사 결과가 다행히 빨리 나왔어요.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조직을 정확하게 잘 채취해서 검사가 이루어졌네요. 그런데…"

"결과는 췌장암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많이 안타깝네요.”

.........”

“뭐 궁금하신 점은 없나요?”

“네, 지금은 없습니다.”

“그러면 혹시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오늘 PET-CT찍고 퇴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소식을 전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왠지 예상했던 대로 내가 암에 걸렸다는, 그것도 독하기로 유명한 췌장암에 걸렸다는 슬픈 마음과 함께 최악의 소식을 전해야 하는 선생님은 얼마나 힘들까, 나라도 의연하게 이 소식을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선생님을 위한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남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를 원치 않는 내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울지 않았고 담담했다.


선생님이 떠나시고 다시 침대에 누워 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가족들에게 전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일단 남편에게는 사실대로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부모님… 부모님에게 이 소식을 내가 전했다가는 아무리 대문자 T인 나도 부모님도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아서 잠시 소식 전하기를 보류했다. 이런 생각에 울적해지려던 때 마침 PET-CT를 촬영하기 위해 검사실로 이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Tip

1. 검사를 위한 입원을 할 때에는 특별한 지시가 없는 경우 밥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들어가면 하염없이 굶는다.

2. 췌장암 여부를 알기 위해 가장 좋은 검사는 CT나 MRI이고 이후 내시경을 통해 조직검사를 실시하면 정확하게 암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PET-CT로 다른 조직에의 전이여부를 확인하는데 활용된다.

3. 췌장암 조직 검사는 위험하기도 하고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히 암판정이 나게 되면 이후 입원과 치료, 보험처리 등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므로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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