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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죽다가 살아나서 쓰는 글 #3

feat. 패혈증+황달 (2025.3.24-4.22)

by distritopersonal

그렇게 기적적으로 S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

나의 진단명은 패혈증 쇼크


들어갈 무렵에는 내가 정신이 좀 돌아왔는데 환자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의료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내 몸에는 순식간에 9개의 줄이 주렁주렁 달렸다.


멀쩡하게 걸을 수 있는 상황에 소변줄까지 낀다고 해서 당황한 나와 남편은 "저 걸어가서 소변볼 수 있는대요?"라고 물었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소변양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중에 공부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단 패혈증 쇼크가 오면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승압제 (혈압을 올리는 약)를 투여하고 10분마다 한 번씩 자동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기구를 팔에 장착한다. 또한 소변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좋아지며 소변양이 증가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치료법인 항생제와 진통제 이외에도 영양제 (다음 검사와 시술을 위해 금식을 시작했기 때문에), 승압제, 혈압측정기, 산호포화도 검사, 소변줄까지 줄줄이 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신세가 되었다.


2차 병원 응급실에서 찍은 CT 덕분에 바로 패혈증의 원인이 담낭의 염증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곧 옆구리에 관을 삽입하여 담낭 주변에 생긴 염증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나는 비몽사몽간에 다시 잠들었고 남편은 보호자 침대도 없는 응급실에서 벌서듯이 앉아서 꼬박 밤을 새웠다.




날이 밝아서도 나는 계속 금식 상태로 응급실에 누워 있었고 남편은 계속 내 곁을 지켰다.


3차 병원에서 병상 입원을 하는 일은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다. 입원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틀을 응급실에서 더 보낸 후에야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다행히 응급실은 칸마다 벽이 있어서 계속 불을 켜놓는다는 것과 보호자가 쉴 곳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환자가 있기에 나쁘진 않았다. 이틀이 지난 후부터는 뭔가 아늑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나는 응급실 생활에 잘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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