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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죽다가 살아나서 쓰는 글 #4

feat. 패혈증+황달 (2025.3.24-4.22)

by distritopersonal

병원에서 가장 씁쓸한 느낌이 들 때는 - 너무나 많지만 - 정확한 검사 및 시술 시간을 모르면서 무작정 금식을 시킬 때이다.


의료진이나 검사실의 상황에 따라 검사나 시술이 언제 가능한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금식 상태로 있다가 바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물 한 모금 못 먹고 버티는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오래 굶진 않아도 됐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CT, MRI 등의 검사는 4-6시간 금식이면 충분한데 긴 대기로 인해 12시간, 24시간 하염없이 물도 못 마시고 기다리기 일쑤이다.


응급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30시간 정도 금식 상태로 기다린 끝에 나는 26일 오후가 되어 담낭염 치료를 위한 시술을 받게 되었다. 담낭염을 치료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수술로 문제부위를 제거하는 것이지만 나는 근처에 암이 있기 때문에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관을 삽입하여 담낭 근처의 염증 물질을 몸 밖으로 빼내고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여 염증 수치를 낮추는 치료방법으로 결정이 났다.


많이 아플 거라는 주치의 선생님 우려와는 달리 부분마취 주사 3-4대를 옆구리에 맞을 때가 제일 아팠고 이후 신속하게 관을 삽입하고 나서는 큰 통증은 없었다.


오히려 더 문제는 관을 삽입하러 가기 전 전혀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패혈증 쇼크 이후 떨어진 혈압을 서서히 올리기 위해 승압제를 투여 중이었는데 다행히 시술 직전 충분히 혈압이 올라와서 승압제를 제거했다.


승압제 제거 이후 약이 들어가던 줄을 정리하기 위해 생리식염수를 넣는 과정에서 줄에 고여있던 승압제가 한꺼번에 몸에 투입된 것 같다. 나는 심장에 쇼크가 오는 듯한 충격을 느꼈고 "아 뭐가 잘못됐다" 하는 생각이 들어 방금 느낀 충격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러나 간호사 선생님은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후 이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담낭 삽관을 하며 몸에 무리가 왔는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삽관을 하고 입원실로 올라온 직후 나는 극심한 호흡곤란을 경험했다. 거의 30분 동안 나는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리고 있었고 보호자로 있던 동생은 무서워서 울고 있었지만 입원병동의 간호사님들은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인 것처럼 차분하고 느릿하게 산소호흡기를 입에 대주었다.


어쨌거나 삽관은 성공적으로 시술됐고 다음 날 면회를 온 엄마는 내 몸에 주렁주렁 달린 선들을 보며 눈물 지었지만 이후 2-3일에 걸쳐 9개였던 줄은 점차 줄어 6시간마다 한 번씩 30분 동안 투여되는 항생제 외에 모든 줄은 다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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