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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죽다가 살아나서 쓰는 글 #5

feat. 패혈증 + 황달 (2025.3.24-4.22)

by distritopersonal

염증이 있는 담즙을 몸 밖으로 빼내는 담즙배액관을 꽂고 매일 링거로 항생제 2종을 4번씩 투여하며 S병원에서의 일주일이 흘렀다.


급한 불은 꺼서 이제 복통도 없고 퇴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항생제를 규칙적으로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2차 병원으로 전원 하여 입원을 지속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가 떨어졌다. S병원은 늘 병상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제 응급상황이 지난 나 같은 환자는 더 긴급한 상황을 겪는 다른 환자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원한 지 일주일 되는 날 나는 지역의 공공의료원으로 전원 되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지역 공공의료원은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이름만 들어보고 실제로 가 본 적은 처음이라 괜찮을까 하는 염려가 조금 있었다.


그러나 나의 우려가 무색하게 웬만한 3차 병원보다 더 좋은 시설에 우수한 의료진들까지 보유한 크고 깨끗한 병원이었다. 특히 이곳은 몇 년 전 내가 교회봉사활동으로 저소득층 고등학생들에게 수능영어를 가르쳐주던 곳 바로 근처라 왠지 마음마저 편해졌다. 기대보다 훨씬 좋은 시설에 훌륭한 의료진을 보유하고도 환자가 왜 이리 적을까 하는 의문은 지역 공공의료원의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으로야 입원 병동이 많이 비어 있어서 2인실을 배정받고 대부분의 기간을 혼자 사용할 수 있어 좋았지만 공공의료원을 잘 활용하여 의료서비스의 수요를 분산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소화기내과 전문의 선생님은 처음 나를 보더니


"어~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시는대요? 먹는 항생제로 바꾸면 곧 퇴원하셔도 될 것 같네요."


라고 내가 바라던 긍정적인 말씀을 해 주셨지만 현실은 옆구리에 담즙배액관을 차고 있었고 염증 수치도 높았는지 나는 다음 S병원 외래를 갈 때까지 꼬박 10일을 그곳에 입원해 있게 되었다.


그래도 홈그라운드에서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어 엄마가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서 점심마다 가져다주셨고 동생, 친구들이 매일 면회도 와 주어서 나름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퇴원 날, 10일 동안 꼼꼼하고 친절하게 나의 상황을 체크해 주시던 선생님께서는

"S병원 외래 가셨다 다시 링거 항생제 투여를 위해 입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오세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나, 나는 그 다음날 S병원 외래에서 패혈증에 이은 또 다른 이벤트를 만나게 되었고 지역의료원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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