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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노마드 Mar 13. 2020

소셜미션 스타트업에서의 3년

신뢰와 상호의존성이 누적되면 불굴의 용기가 생긴다.

회사에 정식으로 합류한 지 3년 됐다. 스타트업이나 벤처라면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뭔가 대박 터질 것처럼 일이 술술 잘 풀릴 때도 있고 기운이 팍 빠질 정도로 상황이 도와주지 않을 때도 있다. 다만 나는 회사 상황의 좋고 나쁨보다 그런 상황에서 핵심 멤버들이 보이는 반응이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나름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누가 스타트업 아니랄까봐 연구, 개발, 사업, 조직운영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가 적지 않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도 이 멤버들이라면 또 기어코 길을 찾아내겠지.' 서로를 믿으며 연대감을 쌓아가다 보니 혼자였다면 힘 빠졌을 상황에서도 불굴의 용기 같은 게 먼저 올라온다.

반대로 기대 이상의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가능해 보이지 않던 성과를 얻을 때는 동료들에 대한 존중심이 생겨난다. 개인 업적이나 보상보다 회사의 성공에 확실한 우선순위를 두고 일하는 리더들, 회사의 미션과 방향성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일하는 핵심 멤버들. 모두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핵심 멤버들이 보여주는 자세에 동료로서 경외심이 점점 더 강해진다.


단지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서로 축하해주는 그런 피상적인 느낌은 아니다. 불규칙한 관계의 역동성에 기반하는 조직이라는 시스템에서 '신뢰'와 '상호의존성'의 누적적 공유가 얼마나 조직 성장에 확고한 추동력이 되는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그렇게 다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고 수시로 나타나는 낯선 장애물들을 뛰어넘고 있다.  

2020년은 가장 도전적이면서 가장 기대되는 해가 될 것 같다. 전 세계 말라리아 진단에 시스템 변화를 일으키고자 개발해 온 첫 제품이 이제 거의 막바지다. 올해 정말 글로벌 시장과 국제사회에 우리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다들 그렇게 체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쉽지 않은 여건임에도 마지막 완성을 향한 구성원들의 몰입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건방진 얘기일지 모르지만 창업자들과 함께 초창기부터 일관되게 추구해 온 딜레마가 있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여느 회사보다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추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여느 회사보다 미션과 사회적 가치 기반의 경영을 내재화한 회사. 몇 년 안되긴 했지만 이 딜레마를 집요하게 추구하다 보니 이제는 이게 딜레마로 보이지 않고 시너지로 보인다. 몇 년 더 고심하다 보면 열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그저 돈만 버는 것보다 미션, 가치, 지속가능성 철학 이런 걸 함께 버무려서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자칭 영혼이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는 일. 체험적으로는 그런 회사가 결국 위기에 더 강하고 기회에 더 민첩하기도 하다. 물론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데스밸리를 지나는 스타트업의 여정이라 현실은 번아웃, 시스템 부재, 자원의 제약, 소통의 부족과 같은 아쉬운 모습도 섞여 있지만, 구성원 중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 자체를 불신하거나 헷갈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올 해는 미션과 목표를 향해 또 다른 걸음을 딛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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