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조폭마누라
"오랜만에 너 좋아하는 마라탕 먹으러 갈래?"
"나야 좋지. 그거 먹고 과일 모찌도 먹을래!"
오랜만에 퇴근하고 토론토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또다시 멀리 나간다는 것이 여간 피곤한 일이라 잘 나가지 않지만 썸머타임 때문에 낮이 길어지고 날씨도 썩 괜찮아서 내가 먼저 나가자고 했다. 맨날 피곤하다더니 놀러 가는 건 거절하지 않는 마누라였다.
밥을 먹고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산책하던 중에 내가 방귀를 뀌었다. 그랬다고 마누라는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내 어깨를 내려쳤다. 원래 평소에 자주 때려서 그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매번 이야기했건만 6년 동안 여전하다.
"아 짜증 나게.. 때리지 마라니까 또 이러네."
"방귀 뀐 놈이 성내고 있어. 네가 맞을 짓 했잖아."
"이게 핸드폰으로 찍힐 일이었냐? 내가 이러니까 니랑 떨어져서 걷는 거야."
나는 혼자 앞서서 걸었다. 한참 걷다 뒤돌아보니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게 보였다. 기다렸다가 말없이 같이 걸었다. 그렇게 흐지부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갔다.
아마도 평생 이런 식으로 반복될 것이다.
맞았던 걸 떠올리면 역시나 짜증 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내가 맞을 짓을 한다는 걸 알기에 몸으로 때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산다.
그래도 당시에 성질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떠올려보니 저 멀리서 터벅터벅 따라오던 마누라의 모습이 짠하고 안쓰럽다. 핸드폰으로 친 건 실수였을텐데 내가 너무했던 것 같다. 원래 항상 떨어져서 걸어놓고선 그게 때려서였다는 말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그래, 때리면서라도 함께해 주는 게 어디냐.'
마누라를 떠올리면 짠하고 안쓰러웠다가 미안해지고 그러다 여전히 함께 하고 있음에 고마워진다. 결국은 그렇다.
못난 나를 만나서.. 미안하고.
고맙소. 남겨진 세월도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