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폭싹 속았수다
그냥 보자니까 마누라가 기어이 각 잡고 봐야 한다고 2주를 미뤄서 주말 내내 장장 16시간을 같이 정주행 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엄마 생각난다고 눈물범벅인 마누라가 우습다가 한번 시원하게 펑펑 울고 싶었나, 가족하고 떨어져 지내려니 많이도 쌓였나 싶어 짠하고 안쓰러웠다.
나는 보는 내내 사람들 사는 게 다 저렇지 싶다가도, 저랬으면 했다가 괜히 먹먹했다. 다들 산다고, 잘 좀 살아보겠다고 고생이 많다. 자식 셋이나 키운 우리 엄니 아부지도. 서울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디지게 비비고 있는 동생 놈도. 나라에서 높은 사람 되보겠다고 시험 준비하는 또 다른 동생 놈도. 머나먼 곳에서 자랑스러운 딸내미 되보겠다고 애쓰고 있는 내 마누라도.
다들 흙으로 돌아가는 날에 그 말 한번 들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사나 보다 싶다. 나 잘 살았다고.. 열심히 내 역할 다 해냈다고..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