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른 즈음에
이쯤 되니까 취하지 않고서야 전화가 오지 않는다.
웬일로 전화를 했다 싶으면 다들 취해서 집에 가는 길에 생각나서 전화했단다. 잡고 있는 끈을 놓아야 비로소 편하게 친구를 불러볼 수 있는 걸까?
하기사 나도 연락해 볼까 하다가 '잘살겠지 뭐' 하고 만다. 이제는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혼자 있을 때가 편하고 누군가 뭐 하자고 하면 부담스럽고 귀찮고 그렇다. 어느 순간 모든 것들이 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같이 안 하고 싶을 뿐이다.
아니다. 같이 하고 싶다. 다들 내 멋대로 끄집고 가고 싶다. 근데 그러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혼자가 편해진 것이다.
20대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고 들린다. 그러다 보니 미리 알아서 자제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40대 때에는 더 자제하고 있겠지? 갈수록 고독해지겠지. 끝에는 내 존재마저 민폐로 느껴지겠지. 이렇게 느껴지게 애초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건가? 알아서 사라져 줘야 생태계 순환이 잘 되니까? 서른의 우리들은 벌써 저물어가고 있는 걸까?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