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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내 배설물입니다.

#13 민들레씨

by 정글

민들레씨가 살랑살랑 날아다닌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민들레씨는 고민한다.

어디에 내려앉아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저기가 좋을까, 여기가 좋을까.

방금 저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바람은
그곳으로 다시 데려다줄 생각이 없다.

망설이다 놓치고,
망설이다 또 놓친다.

그러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 내려앉고 만다.

민들레씨는 중얼거린다.
아까 내릴걸. 여기는 정말 아니야.

신세한탄이 끝나기도 전에
그곳에서도, 힘겹지만 꽃은 피어난다.

하지만 민들레는 그 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때 거기에 내렸다면, 지금보다 훨씬 예쁘게 피었을 텐데.
고생해서 피운 게 고작 이 정도라니.

민들레는 말한다.
너희들은 그러지 말아라.
부디, 너희가 원하는 곳에 내려
마음껏 피어나라.

그리고 민들레는 민들레씨들을 날려 보낸다.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들을 바라보며
민들레는 상상한다.
저 중 하나쯤은 정말 좋은 곳에 내려
정말, 정말 예쁘게 피어나겠지.

앙상해진 민들레는
그제야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바람은 언제나 그랬듯
멋대로 불었다가, 멈췄다가 하며
수많은 민들레씨들을
어디론가 흩뿌린다.


---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
민들레씨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

자신의 삶에 만족할지, 불만족할지는
바로 그 해석에 의해 결정된다.

행복한 삶도,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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