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머무를 수 없는 도시
도시는 언제나 쓸쓸하다.
마치 그 쓸쓸함을 덮기라도 하려는 듯이 화려하다.
빈틈없는 빌딩숲, 여기저기 반짝이는 조명,
곳곳에서 겹치는 소음,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
쉬지 않고 시선을 훔치는 광고.
생각이 한 곳에 머무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 여유가 없다는 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머무르면 불편한 생각들이 떠오를 테니까.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는 옛 꿈,
내가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
현실은 매일 조금씩 그 꿈을 깎아낸다.
출근길, 업무, 반복되는 하루.
수동적으로 흘러가는 날들이 쌓인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조용히 넘겨버린다.
그 말로 또 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문득 그 여유가 생기면 고독이 스며든다.
그 순간,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린다.
원래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커지기 전에 재빨리 여유를 메운다.
소음으로, 빛으로, 바쁜 움직임으로.
이어폰을 꽂고, 스크롤을 내리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또다시 흐름 속으로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