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파월 이후의 세계 : 기술은 멈추지 않고 시장은 흔들린다
아래 글은 정확한 예측이나 분석이라기보다, 흐름 속에서 느낀 제 생각을 풀어보았습니다.
2026년의 출발은 지독하게 지루할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자신의 마지막 업적으로 ‘물가 안정’이라는 훈장을 택할 공산이 크다. 시장은 금리 인하라는 단물을 갈구하겠지만, 파월은 끝내 빗장을 풀지 않을 것이다.
이 시기 금융시장은 방향성을 잃은 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정체가 아니라, 폭풍을 앞둔 고요에 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차곡차곡 쌓이는 구간이다.
운명의 5월. 파월이 떠난 자리에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과 결이 맞는 인물이 연준 의장에 오를 경우, 시장의 공기는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성장과 유동성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자리 잡는 순간, 그동안 눌려 있던 유동성은 단숨에 분출될 것이다.
연준의 스탠스가 ‘긴축의 관리’에서 ‘성장의 지원’으로 이동하는 순간, 하반기 상승장의 서막이 열린다. 이 흐름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며, 시장과 정치가 서로를 밀어 올리는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2기가 본격화된다면, 빅테크를 옥죄던 규제의 고삐는 빠르게 느슨해질 것이다. FTC를 비롯한 규제 기관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에너지 패권을 축으로 전례 없는 속도의 경쟁에 돌입한다.
미국은 다시 한 번 기술 질서의 최전선에 설 것이고, 기술 격차는 영구적으로 보일 정도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자동화로 인한 구조적 실업, 기술 접근성의 격차, 자산 가격의 양극화는 사회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균열을 만들어낸다.
기술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시장은 결국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성장은 지속 가능한가?”
규제 완화가 만들어낸 성과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거품은 가차 없이 꺼진다. 유동성 위에 쌓아 올린 성은 견고해 보이지만, 무너질 때는 예상보다 빠르고 깊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해왔다. 공포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복원력이 존재한다. 하락의 깊이가 아무리 깊어도, 미국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탈세계화를 통해 제조 기반을 자국으로 회귀시키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달러의 영향력을 확장해온 점은 미국의 구조적 강점이다. 이번 조정 역시 붕괴가 아니라 체질 개선을 위한 통과의례에 가깝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는 결국 실력을 갖춘 기술과 자산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것들이 다음 세대의 부와 질서를 다시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