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당신의 서평에 현혹되어 필요 없는 책을 구입할 수도 있다.
서평을 자주 쓸 기회가 있는 작가의 고민은 아마도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첫째, 서평을 부탁한 작가의 글이 서평가 자신의 취향과 먼 글일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단 책을 읽기 싫어진다. 읽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와의 약속으로 서평을 써야 한다면, 어쨌든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은 써야 할 것이다. 둘째, 서평을 정말 성의 있고 정직하게 쓰려면, 책의 분량이 아무리 많아도 천천히 몇 번은 정독해야 한다. 즉,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고민도 생길 것이다.
서평은 평론과는 달리 그 책의 내용을 書評家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서 작성할 수 없다. 분량도 평론과는 비교도 안 되게 짧다. 그 짧은 분량 안에서 책을 소개해야 한다. 서평을 읽을 사람은 책의 내용이 속하는 분야의 문외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서평가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 독자를 상대로 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함과 동시에, 솔직히는 책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단, 내용을 왜곡하여 무조건 칭찬 일색인 서평을 작성해야 하겠다는 유혹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글의 내용이 서평가의 취향에 맞지 않은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작가가 서평을 부탁할 때, 거의 같은 분야의 서평가에게 부탁하므로 일단 기본적인 관심사는 작가나 서평가가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단, ‘시’의 경우에는 “소설”이나 기타 문학 작품에 비해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있으므로, 간혹 양측의 시각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서평가는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보기는 하지만, 읽을 사람을 배려하여 서평을 작성해야 한다. 글은 다양한 사람이 읽는다. 하나의 서평을 여러 사람이 읽을 경우, 각각 받아들이는 느낌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어느 사람에게는 흥미가 없어 보이는 글일지라도, 간혹 어느 사람에게는 심금을 울리는 절절한 사연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취향이 아닌 ‘시’일지라도 누구는 울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비교적 정직한 서평을 쓰기 위해서 작가의 원문을 몇 개 인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품의 전반에 걸쳐 일종의 키워드라고 할만한 부분을 발췌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글 일부를 보여줌으로써 잠재적 독자의 시각에서 책의 내용을 판단해 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서평가의 평을 일방적으로 맹신하지 말라는 뜻이다. 발췌 인용된 부분을 적고 그 부분을 설명하는 서평가의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자신의 시각에서 작가와 서평가의 시각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재적 독자가 서적을 선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지인의 추천도 있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이미 알려진 명성에 기댈 수도 있을 것이고, 우연히 서점 매대에서 집어 든 책의 서평을 읽고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서평의 임무는 비교적 막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평이 책을 소개하는 글은 맞지만, 글이 책 안에 수록되는 경우와 일반적인 매체를 통해서 발표되는 경우와는 내용이 약간 다를 수 있다. 책의 실물을 손에 들고 그 안에 수록된 서평을 읽는 경우는 책의 내용과는 별도로 출판사를 비롯한 책의 출판과 관련된 다른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책을 소개할 경우는 다르다. 내용만 다룰 것이 아니라 출판 정보도 함께 적어주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일반적이지는 않아도 출판사에 따라 출간된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오르내리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와 관련된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실물 책을 접했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책에 작가 정보가 수록되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작가에 대하여 미리 상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친절한 서평가라면 작가에 대해서 한두 줄 정도는 소개를 덧붙이는 것이 좋다.
이전에 서평과 평론의 차이를 논한 적이 있다. 물론 나의 기준이지만, 앞으로 서평을 쓸 기회가 점차 많아질 것 같은 생각에 미리 서평에 대한 나의 논리를 글로 정리해 보고 있다. 물론 이런 글에 일정한 규정이나 형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표현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나, 어떻게 쓰든 제대로 책을 소개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연히 잘난척하면서 어려운 말로 책의 내용을 설명했다가는 잠재적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잊으면 안 된다. 어려운 책이거나 지루한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선입견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서평가는 자기의 서평을 읽고 서적 구매를 결심한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 즉, 거짓이나 혹은 과장된 표현까지 동원해서 책을 선전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은 쓰면 안 되지 않는가?
서평은 정직하게 써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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