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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Jul 06. 2024

공주 등장

두 번째 공주 등장이다.

한 달 전 딸의 공주 놀이 건으로 아내와 셋이 함께 이대 앞에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오늘 다시 나갔다 왔다. 공주 놀이는 전문가에게 얼굴과 헤어 메이크업을 받은 후, 전문 스튜디오에 가서 다양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놀이를 말한다. 한참 전부터 딸 나이 비슷한 여성들 사이에 유행한 놀이인 모양인데, 딸은 요즘 들어서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딸이 혼자 다녀와도 되지만, 아내와 나도 별로 할 일도 없었던지라 함께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메이크업과 사진 촬영을 끝내고 이대 입구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고 그 길로 영종도 인천공항 근처의 파라다이스 호텔로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영종도까지는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그냥 오랜만에 고깃집에서 외식하기로 하고 차를 갖고 나갔다. 아내는 시청역 근처에서 공부하는 날인지라 아침에 전철역까지만 데려다주고 들어와서 딸을 깨웠다. 딸과 함께 함께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서 메이크업 예약 시간에 맞춰 샵에 데려다준 후, 근처에 있는 주차장(서울 곳곳에 토, 일요일에는 하루에 1회 제휴 카드로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에 차를 주차하고 바로 옆에 있는 별다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나간 아내는 공부를 끝내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대 입구로 오기로 했으므로 나는 그 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며 갖고 나간 시집을 읽었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아내가 도착했고, 곧이어서 메이크업을 끝낸 딸도 도착했다. 그야말로 공주 등장이다. 자세히 보니 역시 내가 걸작을 남기기는 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 글을 읽는 작가님들은 또 그럴 것이다. 딸 자랑이 또 도졌다고 말이다. 하긴 어차피 내가 딸바보인 것은, 내 글을 읽는 분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므로 새삼스러울 일도 없다. 

    

딸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류로 요기하고 조금 쉬었다가 사진 촬영 예약이 되어 있는 스튜디오로 갔다. 이렇게라도 엄마 아빠가 따라와 주면, 일정 도중 잠깐 쉬는 시간에 혼자 있지 않아도 되니까, 같이 가겠다고 하면 딸이 좋아하는 것이다. 사진 촬영까지 끝나고 셋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일기예보에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그 시간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딸은 예약을 다 해 놓고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차가 주차장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억센 비가 내렸다. 아마 비도 내리고 싶어서 온몸이 근질거렸을 것인데, 공주님 화장한 얼굴을 망칠 수 없기에 참고 참다가 우리가 차에 오르고 나니 그제야 내리는 모양이라고 우리는 썰렁한 아전인수격 농담으로 한번 웃었다. 

    

고깃집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사진을 들여다보며 서로 카톡 프로필도 바꾸고 하는 모습(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우리 셋은 프로필을 죄다 딸 얼굴로 설정하고 있다)을 본 종업원이 결혼사진이냐고 묻는다. 그러고 보면 결혼할 나이는 된 것 같은데, 결혼할 상대가 없다. 딸은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어디든 가서 아빠 같은 남자를 자기 앞에 데리고 오면 두말하지 않고 결혼하겠다는데, 내 자랑이 아니라 어디에 가서 나 같은 남자를 찾는다는 말인가?  

    

원래 내가 대문 사진이든, 본문이든, 사람의 얼굴을 올리는 법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딸의 공주 사진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번 컨셉의 사진과 오늘 사진을 함께 올려보겠다. 혹시라도 그 사진을 보고 누군가 캐스팅을 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져서 말이다. 혹시라도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고, 좋은 일이 생기면 수익은 아빠와 나누기로 했다. ㅎㅎㅎ  

   


아, 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공주는 지금 브런치에서 필명으로 글을 쓰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책으로 펴내고 있는 윤소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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