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글쓰기를 연습하는 많은 사람이 접하는 책 중의 하나인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에서 습작 과정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이 내용이 王道나 定石은 아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사소한 부분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일 수도 있기에 두서없이 정리해서 올려본다.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관심을 갖게 된 작가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이 글은 서평이나 뭐 그런 글이 아님을 밝힌다. 단순한 내용 요악이라고 보면 되겠다.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에서 말하는 말하기와 보여주기
티나는 화가 났다 (말하기)
-> 티나는 문을 박살낸 듯한 기세로 닫더니 발을 쿵쾅거리며 주방으로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보여주기)
그는 일부러 싸움을 걸려는 것이 명백했다. (결론 제시)
-> “지금 뭐라고 했어?” 그는 을러대며 존의 코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
여자는 남자의 생체반응을 확인했다. (추상적 표현)
-> 여자는 몸을 구부려 그의 목에 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가냘픈 맥박이 여자의 손끝에서 뛰었다.
나는 방수포가 덮여 있는 트럭 짐칸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요약)
-> 나는 트럭 짐칸에 올라 방수포를 젖혔다. 메스껍고 달큼한 악취가 풍겨로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삼켰다.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까지 활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개가 공격했다. 여자는 자신을 방어했다. (요약)
-> 개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뛰어올랐다. 여자는 목덜미를 보호하기 위해 팔을 들었다. (정확히 어떻게 방어했는지를 그린다.)
차에 시동이 걸리는지 시험해보았었다.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인물 배경, 시제)
-> 나는 키 박스에 열쇠를 꽂고 돌려보았다. 엔진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빌어먹을!”(대과거 시제를 사용한 부분을 찾아서 과거시제로 고칠 수 있는지 확인하라.)
개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말고 불안스레 낑낑거렸다. (부사 사용)
-> 개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말고 낑낑거렸다. (부사 삭제 = 낑낑거림 자체가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불안스레”라는 부사는 삭제한다)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그는 격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상태 설명)
-> “젠장,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그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격분했다는 단어를 굳이 명시하지 않고도 격분한 상태를 보여줄 수 있다.)
티나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부사 사용)
-> 티나는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부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걸었는지 보여준다.)
나는 두려운 마음이었다 (형용사 사용)
-> 맙소사, 맙소사, 맙소사.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다리가 후들거렸다.
티나는 추위를 느꼈다. (서술격 조사)
-> 티나는 곱은 손가락을 덥히기 위해 손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티나는 피곤함을 느꼈다. (서술격 조사)
-> 티나는 눈을 비볐다.
티나는 감탄한 듯 ‘보였다’. (수동적인 동사)
-> 티나의 눈이 크게 떠지며 입이 “와아!”하는 듯이 벌어졌다.
티나는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보였다’. (수동적인 동사)
-> 티나의 아랫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티나의 노래 솜씨가 ‘제법이다’. (수동적인 동사)
-> 티나가 노래를 부르자 하나둘씩 홀린 듯 무대 앞으로 다가왔다.
존이 떠나자 베티와 티나는 안도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 존이 나가고 문이 닫히는 순간 베티는 이마를 닦았고 티나는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인물의 행동과 생각, 본능적인 반응, 몸짓언어를 이용하여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보여준다.)
그는 공포심을 ‘느꼈다’. (수동적인 동사)
-> 공포심이 마치 야생동물처럼 그를 할퀴었다. (감정언어를 주어로 삼고 이를 힘이 강한 동사와 짝지어줌으로써 인물의 감정을 보여준다.)
티나는 베티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를 들었다. (상태를 인지하는 동사)
-> 베티는 숨을 들이켰다.
티나는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태를 인지하는 동사)
-> 티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런, 열쇠가 어디 갔지? (읽는 사람은 티나가 깨달았다는 사실을 작가기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보여주기”의 기술
1. 오감을 활용하자
나는 자동차의 열린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신선한 소나무 냄새를 들이마셨다. 찬 공기를 맞아 뺨이 달아오르고 눈물이 배어 나왔다.
2. 힘이 강하고 역동적인 동사를 사용하자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쌓아 올리고 싶을 때)
비쩍 마른 한 남자가 너무 커 보이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말하기)
-> 외투가 남자의 몸에 헐겁게 늘어졌다. (보여주기)
여자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말하기)
-> 여자는 몸을 떨었다. (힘이 없는 동사를 빼고 고쳐 쓰기)
-> 미세한 떨림이 여자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고쳐 쓰기)
3.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하라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하기보다는 베이컨과 달걀을 먹는 모습을 보여 주자)
티나는 큰 집에서 살았다. (말하기)
-> 티나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현관홀에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여주기)
4. 인물의 행동을 작게 쪼개라
베티는 청소를 했다. (말하기)
-> 베티는 진공청소기를 돌리다가 소파 아래에서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양말을 찾고 얼굴을 찌푸렸다. (보여주기)
5. 비유를 사용하라 (직유와 은유)
베티는 손바닥이 거칠었다 (말하기)
-> 베티의 손바닥은 마치 사포 같았다. (보여주기)
6. 실시간으로 활동을 보여주라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기보다는 지금 이순간에 시시각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활동을 목격하도록 한다.
7. 대화를 사용하라
그는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한다. (말하기)
-> “저기 있잖아요.” 그가 말꼬리를 잡아끌었다. “지금 막 여기 경치가 아주 볼만해졌거든요.” (보여주기)
8. 내적 독백을 사용하라
근무 시간이 끝났을 때 나는 안도했다. (말하기)
-> 마침내 종이 울리며 근무 시간이 끝났음을 알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보여주기)
9. 인물의 행동과 반응에 초점을 맞춰라
티나는 의리 있는 친구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티나는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말하기)
-> “자, 기운 내.” 티나가 그의 어깨를 토작였다. “가구 조립이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잖아.” 티나는 드라이버를 집어 들었다. (보여주기)
제이크는 늘 조심성이 없고 행동이 거칠었다. (말하기)
-> 제이크가 소금병을 집으려고 팔을 뻗는 순간 그만 와인 잔을 넘어뜨리고 말았다. (보여주기)
불필요한 반복 피하기
이미 ‘보여준’ 내용을 다시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베티는 자신의 팔을 움켜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글거리는 눈빛’에서 ‘분노가 타올랐다.’
-> 이글거리는 눈빛에서 분노를 ‘보여주고’ 있는데, 분노가 타올랐다에서 분노했다는 사실을 다시 ‘말하고’ 있다.
고쳐쓰기 -> 베티는 자신의 팔을 움켜쥔 손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분노가 타올랐다는 ‘말하기’를 삭제했다.)
다시 고쳐쓰기 -> 베티는 자신의 팔을 움켜쥔 손을 노려보았다. (좀 더 분명하게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장을 고친다.)
베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좋은 생각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 확연했다. (표정과 말만으로도 납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뒤의 문장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
고쳐쓰기 -> 베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좋은 생각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말하기’를 조심해야 하는 위험 구역 1
인물 배경을 다루는 법
인물 배경은 책의 첫 페이지 이전에 일어난 모든 사건을 아울러서 가리킨다.
현재의 인물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므로 중요하다.
인물 배경의 문제
1. 인물 배경을 지나치게 일찍 밝히는 경우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망친다.
-> 인물이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게 해라.
2. 인물 배경은 이야기가 아니다.
-> 오래전의 이야기보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더욱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3. 종종 인물 배경은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한꺼번에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 인물이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독자가 관심을 쏟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독자를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4. 인물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야기의 속도를 늦춘다.
-> 과거의 정보를 늘어놓다 보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기세가 꺾인다.
인물 배경을 드러내는 법
답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을 두려워하지 마라
-> 인물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독자에게 밝힐 필요가 없다.
독자를 현재에 단단히 붙잡아두라
-> 인물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대신 현재의 인물에 관심을 쏟게 만들어라.
독자에게 인물 배경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뭉텅이로 전달하지 마라.
-> 인물의 과거를 설명하느라 현재 이야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활동을 중단시키지 마라.
현재 이야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배경 정보만을 밝히라.
-> 당장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만을 제공하라. 당장 필요치 않으면 생략하라.
빙하 원칙을 사용하라
-> 작가는 인물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독자에게는 오직 수면 위의 빙산의 일각만 보여주면 된다.
과거를 현재로 끌어옴으로써 인물 배경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 안에 포함시켜라.
-> 과거의 인물 배경을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정보를 현재의 활동에서 보여준다.
대화를 통해 인물 배경을 드러내라.
-> 대화를 통해 인물 정보를 모르고 있던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인물 정보를 드러내라.
갈등을 덧붙여라.
-> 자신의 과거를 밝히기를 꺼리는 인물을 만들고 다른 인물이 그 과거를 억지로 캐내도록 설정하여 인물 간의 갈등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정보를 드러내게 할 수 있다.
회상을 이용하여 인물 배경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회상 장면은 현재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 수 있으므로 사용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회상 장면은 짧게 줄여라.
소설의 처음 1/3까지는 회상 장면을 넣지 마라.
회상 장면을 현재 벌어지는 이야기의 강렬한 장면 뒤에 배치하라.
현재의 이야기에서 인물이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는 계기를 만들어라.
회상 장면을 시작하는 즉시 독자에게 시간과 장소를 고지하라.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오는 지점도 분명하게 고지하라.
동사의 시제를 활용해서 회상의 시작과 끝을 표시할 수도 있다.
회상 장면을 이탤릭체로 쓰지 마라. 읽기 어려운 서체로는 길게 쓰지 마라.
회상 장면 안에 또 다른 회상 장면을 넣지 마라.
프롤로그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마라.
프롤로그는 이야기의 시작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에 대한 정보를 독자에게 뭉텅이로 던져주는 대신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라.
‘말하기’를 조심해야 하는 위험 구역 2
묘사를 다루는 법
배경 묘사
장황하고 길게 묘사를 늘어놓지 마라.
-> 한꺼번에 정보를 길게 늘어놓는 대신 이야기 사이사이에 묘사를 조금씩 끼워 넣어라.
가장 뛰어난 묘사는 정적인 묘사가 아니라 동적인 묘사다.
거실에는 하얀색의 소파가 있었고 그 옆에는 크롬으로 도금한 다리에 유리를 얹은 커피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말하기)
-> 티나는 크롬으로 도금한 다리에 유리를 얹은 커피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기계장치처럼 보이는 그 가구 옆을 돌아서 소파의 흰 가죽을 더럽히지 않으려 조심하며 소파에 걸터앉았다 (보여주기)
힘이 강하고 능동적인 동사를 이용하라
천문대 지붕은 금빛 돔 모양이었다. (말하기)
-> 천문대의 금빛 돔 지붕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보여주기)
모호한 명사를 피하고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하라.
그가 ‘자동차’를 주차했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가 ‘스바루’를 주차했다.라고 묘사하라.
형용사는 의견을 나타내는 형용사 대신에 묘사적인 형용사를 사용하라.
아름다운, 영리한, 매력적인 (의견을 나타낸다)
-> 반짝이는, 하늘처럼 파란, 별 모양의 (묘사적인 형용사)
오감을 모두 사용하라.
“공기에서 ‘짠 내’와 ‘산쑥 냄새’가 풍겨 왔다. 나는 고개를 들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시점 인물의 배경과 성격, 상황을 고려하여 그 인물이 알아챌 수 있을 만한 것들만 묘사하라.
같은 아파트를 보아도 인테리어 업자는 집 내부의 구조와 색감이나 가구 배치를 눈여겨 볼 것이고, 소방관이라면 비상구 위치를 확인할 것이다.
배경에 대해 그저 사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이 그 배경을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라’
-> 텐트 입구의 천을 젖히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웩, 텐트 안에서 땀 냄새와 신다 만 양말 냄새, 축축한 털옷 냄새가 풍겼다.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니. 절대 있을 수 었는 일이다.
묘사할 때 상투적인 표현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비단처럼 매끄러운’이라든지 ‘토마토처럼 빨간’과 같은 특정 표현을 지나치게 남발하면 독자들이 지루해할 수 있다.
대화 또한 배경을 묘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독자에게 무언가 설명하기 위한 말투가 아닌, 인물이 실제로 할 법한 말처럼 써야 한다.
->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랄레는 자신을 지켜보는 호프의 시선을 느꼈다. “집이 멋지네요.” 랄레는 열의를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뭐랄까, 음,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여요.” “알아요, 상당히 미니멀하죠.” 호프가 어깨를 으쓱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요. 게다가 집을 꾸미는 솜씨가 요리 솜씨만큼 형편없거든요.”
인물 묘사
길게 늘어지는 묘사 단락을 통해 인물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지 마라.
->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라.
인물 외모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독자가 전부 알 필요는 없다.
-> 가장 흥미로운 요소 이외에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라.
인물의 외모와 함께 성격까지 드러내는 묘사가 가장 뛰어난 묘사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차를 향해 걷는 동안 티나는 어깨를 앞으로 수그리고 몸을 곧추세우지 않도록 조심했다.
-> 티나가 키가 더 크다는 사실과 티나는 자신의 큰 키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알려준다.
시점 인물이 사용할 법한 비유적인 표현을 이용하여 다른 인물을 묘사한다면 한번에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잘 숙성된 최상급 화이트 와인처럼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칼이 에니의 가날픈 어깨에 닿을 듯이 살랑거렸다.
-> 시점인물이 와인 제조업자인 까닭에 에니의 머리칼을 묘사할 때 와인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했다.
배경 묘사와 마찬가지로 동적인 동사를 이용하라.
그는 짙은 빛깔의 눈에 친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말하기)
-> 그가 미소 짓자 짙은 빛깔의 눈 옆으로 주름이 잡혔다. (보여주기)
외모를 묘사하는 세부 사항들을 길게 열거하지 마라.
검은색의 짧고 몸에 딱 달라붙은 치마에 여자의 길고 날씬한 다리가 드러났다
-> 검은색의 몸에 딱 달라붙은 치마에 여자의 길고 날씬한 다리가 드러났다. (여자의 다리가 드러나 있다면 치마가 짧을 것이기 때문에 ‘짧은’이라는 형용사는 불필요하다.)
대화를 활용하라.
티나는 배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키가 훨씬 크군요”
‘말하기’를 조심해야 하는 위험 구역 3
감정을 묘사하는 법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피하라.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말하기’에 해당한다.
이미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보여준’ 경우에는 감정표현 단어를 아예 빼버린다.
그는 기쁨에 넘쳐 양손을 마주쳤다. (보여주기와 말하기)
-> 그는 양손을 마주쳤다. (보여주기)
티나는 화가 나 미간을 찌푸렸다. (보여주기와 말하기)
-> 티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보여주기)
티나는 실망하여 양손을 들어 올렸다. (보여주기와 말하기)
-> 티나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보여주기)
문장의 주어로 오는 감정언어
모든 감정표현을 뺄 필요는 없다. 가끔 감정언어를 주어로 삼고 힘이 강한 동사를 짝지어준다.
안도감이 티나의 가슴에 흘러넘치며 숨이 막혀왔다. (감정언어가 주어)
-> 하느님, 감사합니다. 티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려 애썼다. (감정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안도감을 보여줄 수도 있다.)
말하지 않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방법
1. 신체적 반응
나는 두려웠어.
-> 몸이 부들거리며 식은 땀이 등허리로 흘러내렸다.
그는 화가 났다.
-> 그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솟아올랐다.
2. 몸짓언어와 행동
베티는 행복해 했다. (말하기)
-> 베티는 마치 전 세계를 껴안기라도 하려는 듯 양팔을 펼치더니 빙글빙글 돌았다. (보여주기)
여자는 자신의 튀어나온 무릎이 부끄러웠다. (말하기)
-> 여자는 눈을 내리깔더니 치맛자락을 잡아당겨 튀어나온 무릎을 덮었다. (보여주기)
나는 성가시다는 눈빛으로 베티를 쳐다보았다. (말하기)
-> 나는 베티를 노려보았다. (보여주기)
3. 얼굴표정
그는 기분이 유쾌했다. (말하기)
->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보여주기)
그는 곤혹스러워 보였다. (말하기)
-> 그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하늘에서 해결책을 찾기라도 하듯 눈동자를 위로 굴렸다. (보여주기)
4. 대화
나는 존에게 몹시 화가 났다. (말하기)
-> 나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젠장, 존!” (보여주기)
그는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다. (말하기)
-> 그는 발을 굴렀다. “제발 좀. 이러다 늙어 죽겠어.” (보여주기)
“떨어져 지낸단 말이니?” 어머니는 낙담한 목소리로 되풀이했다. “나, 나한테서 말이니?” “말하기”
-> “떨어져 지낸단 말이니?” 어머니는 마치 뺨을 얻어맞은 사람처럼 말했다. “나, 나한테서 말이니?” (보여주기) - 대화 중간에 인물이 어떤 말투로 말을 하고 있는지 묘사하는 것을 잊지 말자. 하지만 묘사할 때는 형용사나 부사에 의존해서 묘사하지 마라.
5. 내적 독백
그는 혼란스러웠다. (말하기)
-> (간접적 내적 고백)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보여주기)
티나는 오빠에 대한 질투심을 숨기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말하기)
-> (직접적 내적 고백) 아버지가 톰의 어깨를 두드릴 때 티나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했다. 아무렴 그렇겠지. 아빠의 소중한 아들이 뭘 잘못할 수 있겠어. (보여주기)
6. 배경 묘사
폭우가 내렸다. (말하기)
-> (쾌활한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 빗방울이 마치 춤을 추듯 유리창을 두드렸다. (보여주기)
-> (비관적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 빗방울이 마치 채찍처럼 유리창을 두드렸다. (보여주기)
7. 오감
내 뒤를 쫓는 정체불명의 사람이 두려운 나머지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말하기)
-> 등 뒤에서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구약한 맥주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걸음을 재촐했다. (보여주기)
8. 비유
그는 공격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쏘아보았다. (말하기)
-> 그는 마치 상대를 가늠하는 권투선수 같은 눈빛으로 남자를 쏘아보았다. (보여주기)
주의사항
인물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징후들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라 (인물의 차별화)
여러 감정의 표식을 조합하여 모호함을 피하라 (구체적으로 보여주라)
그는 자신이 마시는 맥주병에 붙은 상표를 긁적였다. (지루할 수도, 초조할 수도 있는 감정 표현, 혹은 맥주병에 화를 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 그는 자신이 마시는 맥주병에 붙은 상표를 긁적였다. 도대체 토비는 어디 잇는 것일까? 앞으로 5분 안에 토비가 오지 않으면 여기에서 나가버릴 생각이었다. (독백을 덧붙여서 감정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화에서의 ‘말하기’
대화를 잘 쓰는 법
1. 하녀와 집사의 대화
대화를 통해 정보를 대량 방출하는 종류의 대화를 말한다. (극장에서 유래함)
“알잖아요, 밥. 주인님은 지금 사업 때문에 큰 아드님을 데리고 런던에 가시고 없잖아요.” 같은 부류의 대화를 말한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지난 번에 로이 여자 친구한테 그렇게 했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현실적인 ‘말하기’)
->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베티가 말했다. “우리가 지난 번에 그렇게 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무슨 일이 있었더라?” 티나가 말햇다.
“대학교 1학년 때 그 사람하고 살았었잖아. 여자 친구가 맨날 붙어살다시피 했던 그 사람 말이야.”
“로이 말이지?”
“그래, 맞아.” (하녀와 집사의 대화 방법으로 말하기)
2. 독창적인 대화 꼬리표
가장 좋은 대화 꼬리표는 ‘말했다’ 이다.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대화 자체에서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 독자에게 대화 꼬리표를 피하고 대화 자체가 그 자신을 대변하도록 만들어라.
“못 따라오겠어?” 그가 놀렸다. (말하기)
-> “늙은 아줌마. 못 따라오겠어?” (보여주기, 놀리는 상황을 아예 대화 속에 넣는다.)
“그가 아니야, 내가 그랬어.” 나는 실토했다. (말하기)
-> “그가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내가 그랬어.” (보여주기. 실토한 상황을 대화 안에 넣음.)
3. 대화 꼬리표에서의 부사
감정은 대화 자체에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몸짓언어와 표정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부사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내 정원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요?” 그가 으스대며 말했다. (말하기)
-> 참으로 보기 좋은 정원이에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는 셔츠 자락으로 손톱을 문질렀다. (보여주기)
”당장 나가.“ 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 (말하기)
-> ”당장 나가.“ 나는 그를 뭄 쪽으로 밀어붙였다. (보여주기)
간접화법
간접화법은 인물이 실제로 한 말을 인용부호 안에서 ‘보여주지’ 않고 작가가 독자에게 대신 ‘말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간접화법은 ‘말하기의’의 또 다른 형태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티나는 얼마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말하기)
-> ”얼마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어.“ 티나가 말했다. (보여주기)
티나는 그들이 동물원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물었다. (말하기)
-> ”동물원에 얼마나 자주 가세요?“ 티나가 물었다. (보여주기)
과도한 보여주기
지나치게 ‘보여주는’ 일을 피하는 법
거시적 수준에서의 과도한 ‘보여주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묘사를 너무 길게 늘어 놓아서는 안된다.
-> 특히 소설을 여는 첫 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을 모두 빼려고 노력하라.
예시)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제이크를 주방에 남겨둔 채, 티나는 현관홀로 나온 다음 왼쪽으로 꺽어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화장실 앞을 지나칠 때 잠시 발을 멈추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화장품을 챙긴 다음 다시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열 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바닥부터 천정까지 큰 창이 나 있는 방 안은 열기로 가득햇다. 시카고도 이만큼 더울까? 티나는 선크림과 모자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옷장으로 가서 청바지 세 벌과 드레스 두 벌, 스웨터 셔츠 몇 벌을 꺼냈다. 꺼낸 옷가지를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다음 서랍장을 열어 속옷도 몇 벌 챙겨서 화장대 위의 옷더미 위에 얹어놓았다. (너무 세세한 것까지 묘사하고 있다.)
->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제이트를 뒤로한 채. 티나는 발소리를 울리며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수트 케이스를 침대 위에 던졌다. 엿이나 먹으라지. 그가 함께 가든 안 가든 티나는 시카고로 갈 작정이었다.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만 간추려서 고쳐쓰기, 시카고로 가기 위해서 짐을 싸고 있는 것이라는 정보도 함께 보여준다.)
미시적 수준에서의 과도한 ‘보여주기’
그는 오른손을 뻗어 문의 손잡이를 움켜쥔 다음 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밀어 열었다. (자잘한 세부 묘사가 너무 많다.)
-> 그는 문을 열었다. (고쳐쓰기)
그는 입을 열고 투덜거렸다. (말하기)
-> 그는 투덜거렸다. (보여주기. 당연히 입을 열었으니 투덜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말하기’가 더 나은 선택인 경우
간혹 말하기가 보여주기보다 바람직한 경우가 여덟 가지 있다.
1.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
나는 화면의 오른쪽 윗부분으로 마우스를 옮겨 브라우저를 닫기 위해 X 버튼을 클릭했다. (보여주기)
-> 나는 브라우저를 닫았다. (말하기)
2. 장면 전환
‘말하기’는 장면을 전환하는 데 유용하다. 시간을 건너뛰거나, 시점을 바꾸거나,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다.
-> 사흘 동안 존에게 연락이 없자 티나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다.
‘말하기’는 독자가 그 장면으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베티는 아파트를 나와 차를 타고 출근했다.
3. 되풀이하여 등장하는 정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일한 정보를 독자에게 한 번 이상 되풀이하여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
”저 사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케이트가 주위를 둘러보며 속삭였다. ”시장이 알코올 판매를 금지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요? 군인한테 걸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와인을 몽땅 뺏기고 말 거예요. 더 나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요!“
극성스러운 군인이 루이지를 쏘아버릴까 걱정이 된 길리아나는 서둘러 루이지에게 달려가 방금 케이트가 한 말을 전해주었다.
-> ”방금 케이트가 한 말을 전해주었다“라는 서술은 ‘말하기’가 제대로 사용된 사례다. 간접화법을 사용하면서 케이트가 한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일을 피했다.
4. 반복적인 사건
계속 되풀이하여 발생하는 사건을 요약하는 데 ‘말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 스위트위터강은 굽이치며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강과는 다르게 이주민들은 가야만 하는 곳이 있었고 그저 풍광 속을 정처 없이 떠도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몇 번이고 강을 건너야 했다. (‘몇 번이고 강을 건너야 했다’ 부분처럼 ‘말하기’로 요약했다.)
5. 속도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 한다면 이야기의 속도가 느려진다. ‘보여주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기세를 가로막는 경우 ‘말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또는 이전의 장면에서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며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준’ 다음 독자에게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주기 위해 말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6. 맥락
어떤 장면이 펼쳐지기 전에 그에 대한 정보를 슬쩍 ’말해주는‘ 일을 통해서 장면의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느리게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전개 과정을 요약하는 데 ’말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7. 서스펜스
모든 독자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서스펜스를 조성하기 위해 ’말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8. 초고
소설의 초고에는 ’말하기‘를 사용해도 좋다. 무엇인가 제대로 쓰려고 하는 데에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무조건 편하게 쓰는 편이 좋다. 그리고 고쳐 쓰는 단계에 가서 ’보여주기‘로 고칠 필요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말하기‘와 ’보여주기‘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라.
보여줄 곳 : 중요한 정보라면 ’보여주라‘. 인물의 감정에 대한 정보는 ’보여주는‘ 것이 정답이다.
말해줄 곳 :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필요한 정보일 경우 ’말해주라‘. 예를 들어 독자는 2주가 지났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지만 2주 동안의 모든 순간을 지켜볼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통해 시간을 전환하라.
뺄 곳 : 플롯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면 아예 생략해 버릴 수 있는지 검토하라.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
1. 독자가 정말 꼭 알아야 하는 정보인지 확인하라.
2. 반복을 피하라. 이미 ’보여준‘ 내용을 절대 다시 ’말하지‘ 마라.
3. 짧게 줄이라.
4. 힘이 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동사와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하라.
5. 재미있게 쓰라! 어떤 문장이나 문단이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면 독자는 작가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두서없이 정리해 보았는데,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나름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취사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우연히 접한 책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상당수 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