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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Oct 24. 2024

이효석 문학관과 효석문화마을

지난 5월에 김수영 문학관을 다녀온 이후로 한동안 문학관을 찾지 못했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봉평 이효석 문학관을 찾았다. 막상 이효석 문학관을 다녀오자고 했긴 했는데 하루 전에 무지막지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아침에 되자 너무나도 쾌청한 하늘이 웃음 짓고 있었다. 일단 딸이 출근한 후, 우리도 천천히 준비해서 열 시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강원도 방향으로의 나들이는 지난번 스킨스쿠버 연수 후 처음이었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평창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에 접어들었다. 백옥삼거리에서 홍정천을 왼편으로 끼고 경강로를 달리다 홍전천교를 지나면 우측으로 보면 효석문화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나온다. 문화마을로 접어들면 처음으로 이효석 생가터를 볼 수 있다. 이어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가 나오고, 효석달빛언덕을 지나면 이효석 문학관으로 올라가는 진입로가 나온다. 우리는 일단 문학관을 먼저 들러 본 후, 돌아가는 길에 차례대로 효석달빛언덕과 생가터를 돌아보기로 하고 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문학관 초입에는 문학관 입구임을 알리는 아치형 구조물이 있었고 비스듬한 언덕길이 이어져 있었다. 매표소는 있었지만, 우리는 신분증만 보여주고는(65세 이상 무료)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 바로 위에 잘 단장된 이효석 문학비가 세워져 있었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오른쪽으로 작은 정자가 있었고, 언덕 위에는 홍정천 너머의 봉평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원래 전망대 아래쪽과 문학관 진입로 반대쪽은 모두 메밀밭인데, 지금 계절이 계절인지라 메밀밭은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한 컷 찍고 문학관으로 들어갔다. 문학관 내부는 다른 문학관들에 비해 그리 넓지 않았는데, 그 안에 이효석 문학전시실과 메밀 자료실이 함께 설치되어 있었다. 이효석 문학전시실에는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메밀 자료실은 메밀의 경작 과정과 메밀 음식 만드는 방법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이효석 작품 세계관의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 자료실이 있었는데, 상영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요청하면 상주하는 해설사가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다. 상영 시간이 15분 정도라고 하길래 우리도 들어가서 영상을 감상했다.

     

이효석은 1907년에 태어나 1942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효석은 평창공립보통학교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영어 교사와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효석은 흔히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순수문학의 세계를 탐미한 단편소설 작가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설뿐 아니라 시, 수필, 희곡, 시나리오, 평론, 번역 등의 여러 분야에서 작품을 남겼다. 

     

이효석의 작품 세계를 보면 크게 습작기와 동반자적 작가 시기를 거쳐 인간과 자연을 탐미하는 심미주의 경향의 작품을 남겼다. 그 후에 우리가 잘 아는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순수문학 세계로 들어서면서 자연과 인간의 애욕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문학세계를 열어갔다. 이효석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따라 일본어로 쓴 작품을 몇 편 남긴 바 있는데, 혹자는 이를 이효석 친일문학의 근거로 주장하기도 했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朝鮮的 소재와 주제를 다룸으로써 민족의식을 분명하게 표현하였다. 

    

이효석을 이야기하면서 동반자적 작가와 구인회를 빠트릴 수는 없다. 동반자적 작가는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 당시 공산주의 운동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혁명 운동에 동조하던 작가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효석은 유진오, 이무영, 채만식, 박화성, 유치진, 최정희 등과 함께 동반자 작가로 활동하였다. 구인회는 계급주의 및 공리주의 문학을 배격하고 순수문학을 표방하던 작가의 모임인데, 이효석은 모임 초기 김기림, 이종명, 김유영, 유치진, 조용만, 이태준, 정지용, 이무영과 함께 활동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모임을 탈퇴했다. 

    

문학관을 나오면 문학 정원에는 서재에 앉아 집필에 몰두하는 이효석 동상을 볼 수 있고, <메밀꽃 필 무렵>의 동이 이름을 딴 <동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관 언덕을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효석달빛언덕이 나온다. 2018년에 개관하였으며 복원한 생가와 근대문학 체험관과 달빛 언덕, <꿈꾸는 달>이라는 북카페가 조성되어 있다. 원래 이효석 생가터는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새로 지어진 건물이 자리하고 있기에 원래의 모습을 달빛언덕으로 옮겨서 복원했으며, 언덕 위에는 이효석 부부의 유택(묘)이 이장되어 있다.  

    

나오는 길에 원래 생가터 옆 음식점에서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귀갓길에 올랐다. 다음은 이효석과 같은 동반자 작가였으며 <탁류>, <레디메이드인생>으로 잘 알려진 채만식을 찾아 군산의 금강변에 자리한 채만식 문학관을 찾을 생각이다. 



2011년에 그린 봉평 메밀밭 풍경이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 보니 다행히 노트북 폴더에 잠자고 있기에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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