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by 정이흔

결혼기념일



아내가 방에서 나오며 말한다.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네?

그래?

몇 년이나 되었지?

삼십사 년을 함께 살았네!


문득 든 생각은

살아 온 세월만큼 더 산다면

우리가 딱 백 살이 되겠다는 생각

그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결혼생활 전반전이었다.

아직도 후반전이 남았다.


쏟아지는 기념일의 홍수 속에서

결혼기념일은 과연

언제까지 기념일의 지위를 누릴 것인가?

고작 삼십 년만 지나도

오늘처럼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을


내년 결혼기념일을 기대해 보자.

나야 뭐 당연히 잊고 있겠지만

아내는 오늘처럼 기억할 것인지

그냥 한번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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