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어머니

by 정이흔

오장환의 시집 “병든 서울”을 펼쳤다. 지난번 문학관에서 사 온 시집이다. 일제 강점기 시인의 시 안에는 무언의 공통점이 있다. 조국의 암울한 현실과 다가올 해방을 기다리는 희망, 흩어진 가족 간의 그리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런 화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어머니’인데, 오장환의 시가 특히 그렇다. 병든 탕아로 비유한 자신을 항상 기다리고 찾아 주는 어머니에 대한 회한은 시의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득 나도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낳고 불과 이십일 년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이다. 오장환이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것의 반의반만이라도 나의 어머니를 그리워한 적이 있었던가? 남들처럼 어머니를 그리는 시를 한 편이라도 쓴 적이 있었던가? 한 권의 시집이 나에게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아! 나의 어머니



눈발이 앞을 가리던 새하얀 어둠 뚫고 군용 지프가 달린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대대장 관사로 가는 길


어떤 어머니가 면회, 외출, 외박이 금지된 전방부대에 와서

아들을 보기 전에는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며 주저앉았다는 이야기가 부대까지 전해졌다

나는 내 어머니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내 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일단 찾아오셨다면 당연히 그러셨을 분이다.


어머니, 마지막이라는 예감이라도 들었습니까?

기어이 이 아들을 보고 가야 하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관사 방문 아래 댓돌에 놓인 어머니의 신발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돌아가신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운명하셨다

임종도 지키지 못한 아들이 되었다


그리고 사십오 년

나에게 남은 어머니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다.

나는 어머니가 늙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상상도 안 된다

아마 지금도 살아 계셨다면

대대장 관사에서 뵌 모습 그대로이셨을 것만 같다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왔어도

지금까지 어머니를 그리워할 시간마저 빼앗아 간 현실을 원망한다


어머니도 어지간히 서운하시긴 했나 보다

평생 꿈에서조차 찾아오신 적이 없는 것을 보니


원망할 자격도 없는 나는

오늘도 씁쓸한 그리움만 씹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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