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A 24호 2025년 가을호에 실린 시
아침 풍경
이른 아침 바람 뚫고
파지破紙 모으는 노인의
손수레가 길을 서둔다
머리와 뿔을 주욱 빼고
꼼지락거리며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손잡이를 허리에 깊이 묻은 채
상체와 얼굴을 주욱 내밀고
힘겨운 걸음을 내딛는다
어느 노숙자의 집이었을지도 모르는
손수레 위 박스 파지 더미가
이제 노인의 집이 되었다
노인이 달팽이처럼
집을 이고 걷는다
지난번 손바닥 소설 부문에 나의 소설 '동행'을 실어주었던 계간지 SIMA가 이번에는 시 부문에 나의 시 '아침 풍경'을 실어주었다. 모처럼 자작시를 발표할 지면을 준 SIMA에 고마움을 표한다.
아침 일찍 거리를 나가면 유달리 파지를 모으는 노인의 모습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생계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차들이 달리는 도로변에 조심스럽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도 있는 반면에 도로의 차로 하나를 온통 점령한 채 뒤의 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느릿느릿 가는 노인도 있다. 그 모습을 보자니 리어카 위에 높이 쌓아 올린 파지더미가 마치 달팽이 등에 얹힌 집처럼 보였다. 하긴 파지가 생계의 수단이니 달팽이로 치면 집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잘못 밟히면 부서지는 달팽이 집처럼 파지 줍는 노인의 아슬아슬한 집이다.